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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딸에게 엄마는 그저 '따뜻한 밥한술'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밥 뒤의 고됨이 보여서 미안하고 그 고됨을 반복하기 싫어서 멀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보죠. 그 모순된 감정 속에서 딸들은 분열합니다. 엄마에 대해 회상하는 딸들의 책을 함께 읽고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다시 나에 대해 알아가 봅니다. 세가지 형식, 세가지 시선으로 엄마와 나를 바라보고 마지막 시간에는 나와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내가 붙잡고 있던 '어린 나의 미래'를 다정히 살펴보고픈 분들을 초대합니다. - 1주차 (5/30) 이슬아 / 생각하면 힘이 되는 든든한 뿌리로서의 엄마 - 2주차 (6/6) 김문음 / '죽일 수도, 날려보낼 수도 없는' 엄마 앞에서 - 3주차 (6/13) 아니 에르노 / 엄마..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다보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걸까. 이 연구가 왜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쫓다가 수렁 속에 빠진 기분이다. 잘 빠져있어 보는 것. 그게 필요한 것 같다. #스마트폰 중독 나는 지독한 스마트폰 중독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다보니 더 심해져서 거의 10분에 한 번씩 쳐다보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읽으며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계속 모임에서 이야기했으면서 나는 또다른 중독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내 의지없이 의존하는 모든 상태를 무언가에 중독되었다고 할 때 스마트폰 중독은 명백해보인다. 안그래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아래와 같은 뉴스를 읽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
책방을 오픈했다. 이것도 나름 사업인데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어서 신경쓸 사안이 엄청나게 많다. ‘함께’ 무언가를 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의미’를 다듬어가는 것이 올해 나의 과제인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익혀가야겠다. #물성의 힘 책방으로 나가서 일한다. 시간이 고정된 건 아니지만 특정 장소로 왔다갔다하니 출근, 퇴근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까지 상상만 하던 명함도 나왔다. 현실의 공간에 머물며 책이라는 만져지는 물건을 팔았다. 오래된 형태가 새롭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물성'의 힘에 대해 요즈음 계속 생각이 머문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고,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주는 명확함들. 그런 것들이 나를 얼마나 살아있다 느끼게 하는 지를 말이다. 그건 아마도 내가 육체라는 물성을 통해서..
# 집, 방, 자기만의 공간 둘째가 오랫동안 방을 요구했다. 거실 벽면 한 쪽을 길게 둘째의 공간으로 쓰고 있었는데, 자기도 자신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컴퓨터와 어른들 책이 꽂힌 책장을 거실로 내는 것은 이른 것 같아서 계속 어르고 달랬지만 이번만은 강경했다. 고민 끝에 거실 한 쪽 구석을 천으로 가려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남편이 집들이 선물도 주고, 가족 모두가 방이 생긴 걸 축하하는 편지도 써주었다. 거실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기만 했을 뿐인데, '영역이 구분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둘째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이는 산에 가면 난쟁이들의 집을 지어주고, 살아보지 않았어도 '집'이라고 하면 지붕있는 하나의 공간을 그린다. 길고양이를 보면 쟤들 집은 어딘지 궁금해한다. '..
2주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심심해하는 하루가 나에게는 오히려 빨리 흐르는 느낌이다. 아침 먹고 첫째 숙제 봐주고, 점심 준비해서 먹고 심심해하는 아이들 위해 함께 베이킹을 하거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어느 새 다시 밥먹을 시간. 저녁 먹고 씻고 아이들이 자고 나면 그제야 내 시간이다. 이번 2주간은 책방 오픈 준비로 다른 것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읽은 책들도 모두 책방 오픈과 관련된 것이었다. '페미니즘의 원형을 찾아서'라는 연구를 위한 활동은 페미니즘을 정의내리며 이를 원형과 이어가는 작업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내 안에서 모든 경험들이 연결되어 확장되는 걸 느낀다. #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이미 읽었던 책들을 들추어 각 저자들이 페미니즘을 정의내린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페미니즘..
"탈출기(출애굽기) 이야기는 대가족에서 국가로 변형되어 갔듯이, 무능력함으로부터 자기 결정으로 옮겨가는 백성들의 이동과 관련이 있다." _ 위 구절처럼 탈출기는 저에게 인간집단이 조직화되어 가는 과정과 피억압자의 해방과 자유를 향한 여정,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읽혔습니다. 그것은 모세의 성장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 했어요. 탈출기에서는 40이라는 숫자가 반복됩니다. 모세가 40살에 이집트인을 죽이고 달아났고, 80살에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이집트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탈출 이후에 40년간 광야를 떠돌게 되구요. 이 숫자는 성경의 다른 부분들에서도 유의미하게 반복됩니다. (노아의 홍수 때 40일간 내린 비, 예수님의 40일 기도 등) 4라는 숫자가 고대로부터 완전성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졌다고 하던데..
[내 안의 여신찾기] 4기 모임 기록집이 나왔습니다.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12주간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삶을 돌아보며 나누었던 생각과 이야기들을 모았어요. 12번의 모임 후기들과 생각거리들을 넣었습니다. 모임 이후에 후기의 덧글로, 대화장으로, 메세지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생각거리는 한꺼번에 링크를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만들어 보았어요. 모임벗들의 마무리 에세이도 담았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는 미처 나누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리네요. 내 안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러 번의 아하!가 찾아오는 깨달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내면으로부터 힘이 솟아나는 희망찬 일이기도 했고 외면했던 기억과 마주하는 괴로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나를 확인하는 것이 ..
#일상 둘째의 입학식은 한 달이나 미뤄졌고, 첫째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1학년 학부모로서 내 시간이 없을 꺼라는 건 미리예상하고 있었던 바이지만, 24시간 전일 돌봄의 상황까지 고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ㅠ.ㅜ 작게나마 계획했던 나의 시간들은 정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예측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고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정의 내리기 대화와 소통의 기본이 그러하듯 연구의 첫 시작도 용어의 정의내리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나의 연구는 더 그러한 것 같다. '페미니즘의 원형을 찾아서'라고 할 때면 당연 이런 질문부터 생길 것이다. '페미니즘이 뭔데?' 그런데 이 질문을 속으로 곰곰히 곱씹다보면 피로감이 몰려든다. 아마도 이 세상에 페미니즘보다 더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