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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모임> 공동체가 안전한 그물망이 되려면 본문

존중과 스며듦/존재를 향한 태도

<존재모임> 공동체가 안전한 그물망이 되려면

고래의노래 2019. 3. 29. 00:08

 <존재를 향한 태도> 일곱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안전을 위한 사회정책들과 사회적 연결망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자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는 다른사람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는 사회적 관계가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어떻게 상식적인 믿음이 될 수 있었는지 사회역학 연구의 흐름을 통해 설명합니다. 연구들은 사회적 연결 정도가 사망률, 심장병 유발률, 면역력 심지어 비만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우리는 사회적 연결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 경험에 대해 우선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작은도서관, 독서모임, 공동육아, 대안교육, 종교 등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이외의 타인들과 함께 모였던 공동체 경험은 우리에게 다양한 빛깔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어요. 끈끈한 연대감 속에서 충만감을 느끼기도 하고 삶에서 공동체의 영역이 너무 커지면서 부담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나와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면서 위로와 힘을 받기도 했지만 공동체 밖 세상과의 괴리감 때문에 괴롭기도 했지요. 몇년간 이어온 공동체가 구심점을 잃고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해지면서 변곡점을 맞고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이 오랜 역사를 통해 탄탄하게 문화로 자리매김한 유럽 국가들의 사례와 우리의 경험들 그리고 최근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들을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몇가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처음 만들어지는 데는 중심이 되는 리더가 주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힘의 밀도가 퍼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 쪽으로 오랫동안 힘이 몰리면 결국 공동체는 불안정하게 흔들렸지요. 또한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운영을 위한 경제적 안정성이 중요했습니다. 마을공동체지원이 행정기관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시민활동가를 키우기보다는 실적 위주의 이벤트성 행사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시도들은 여전히 구성원들의 희생 속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공동체들이 '다양한 삶을 향한 실험실' 이라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공동체는 '내 삶을 긍정받기 위한 피난처' 같았습니다.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모험을 하다 실패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우리가 만든 공동체는 아름답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정원처럼 보였어요.

 

 

이미지 출처 : http://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27277

 위 사진은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에서 공동작업으로 진행하셨던 뜨개질 작품입니다. 거대한 원형 러그와 수백개의 뜨개모티브를 이은 대형 덮개가 재작년에 서울시청에서 전시되기도 했었지요. 공동체가 과연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망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이웃'에 다녀오신 모임벗께서 이웃의 공간지기님으로부터 들으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이웃'이 노력했지만 결국 아무런 치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바깥으로부터의 상처가 너무나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유가족분들의 환경이라 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 국가차원의 변화를 위한 작업이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하셨다네요.

 

 저자의 말처럼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거라는 확신은 힘겨운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위의 뜨개작품들은 그 모습만으로도 안전한 그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 아직도 그 그물은 너무 작습니다.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도 내가 마주한 이 사람이 나에게 안전한 사람인지 살펴야하는 긴장이 계속됩니다. 최근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났던 총기사건에 대처하는 뉴질랜드 총리의 태도가 전세계에 많은 감동을 주었지요. 아던 총리는 피해자에게 집중하자고 외치며 그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이 덕분에 뉴질랜드는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 모임벗은 뉴질랜드의 모습에서 국가의 '인격감각'을 본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자는 자신이 의과대를 졸업하며 의사가 되지 않고 사회역학자가 된 것은 자신의 능력과 상황 안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진보적 실천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상과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감수성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하고픈  '이기적인 욕심'이 있다고 말이죠. 우리는  7주동안 '이상한 정상가족'과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으며 우리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줄 공적 안전망과 관계 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으로 그 근원인 '마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2장(~p97)까지 읽고 만납니다. 우리가 내 삶에서 지키고픈 '욕심'은 무엇이고 그것이 느리게 변화하는 사회와 어떻게 만나질 수 있는지 마지막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아요.

 

 이번 모임에서도 마음을 열어 생각과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틈을 허락하는 느슨한 연대 속에서 시간을 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임벗들과의 만남으로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마음을 열어 생각과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틈을 허락하는 느슨한 연대 속에서 시간을 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임벗들과의 만남으로 알아가고 있습니다. 4월 16일이 다시 다가옵니다.  2기 특조위 청문회도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기억하고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 <존재를 향한 태도>는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1주간의 책읽기 모임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아픔이 길이 되려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구글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https://goo.gl/forms/cagFpAyxjQ42aaa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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