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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모임> 빛을 품으며 견디는 비통함이라는 어둠 본문

존중과 스며듦/존재를 향한 태도

<존재모임> 빛을 품으며 견디는 비통함이라는 어둠

고래의노래 2019. 4. 12. 12:56

 <존재를 향한 태도> 아홉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3~4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는 현실과 당위 사이의 간극을 품고 견디는 이들을 비통한 자들로 지칭하며 그들을 향해(우리이기도 하지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 2장에서는 마음이 부서진, 비통한 상태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떠한 숨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3, 4장에서는 긴장의 의미와 긴장을 끌어안는다는 것의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구현하게 해주는 틀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통함이라는 마음의 긴장은 그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동반합니다. 그것이 평온이나 행복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주 빠른 해결책을 선택하고는 합니다. 신경안정제나 술, 쇼핑 등에 의존하며 회피하거나 급하게 다수결로 결론을 내려하고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해버리기도 하지요. 저자는 이런 것들이 실제 위협과 불편을 구분하지 못하는 '파충류의 뇌'(교감신경계)의 작용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류는 파충류의  '싸움 아니면 도주' 반응을 이성과 의지(전두엽)로 극복하는 진화과정을 거쳐왔으며 문명은 긴장을 끌어안는 것이 더 좋은 것임을 인식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비통함이 죽음이 아닌 생명에 이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자는 비통함이라는 긴장상태를 인정하고 개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마음의 긴장을 유발하는 근원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비통함이라는 마음을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애정의 유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일체감이 쟁점을 창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긴장을 무시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것은 바깥으로 드러내놓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의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긴장의 간극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마음의 절박한 요구를 인식해야하는데 이는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나를 나이게 하는, 그래서 지켜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가치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으며 그래서 앞으로 긴장상태의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는 순간이 변화의 시작점인데 저자는 이것을 '마음 안으로 내려앉는 사유하기'라고 라고 명명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비통함이라는 긴장을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내 생각이 상대방에게 존중되고 있지 않고 소통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듯 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논쟁을 넘어 상대방에게서 비난과 모함을 받기도 했으며 내 의견이 소중히 다뤄지지 않을 것이 예상되어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대에게 끝까지 친절함을 유지하기도 했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여 내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한 모임벗은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그러자 자유를 느꼈다고 말씀하셨어요. 경험들은 다양했지만 그것은 모두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은 긴장의 시작이기도 했고 자유로의 진입이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오리온 자리 대성운입니다. 겨울철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의 칼자루 부분에 있는 성운이지요. '대'성운이라는 이름답게 우리에게 가깝기도 하고 크기도 해서 맨눈으로도 뿌연 기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운 안에서는 우주 가스들이 고밀도로 모여있다가 폭발하면서 별들이 탄생합니다. 맨 처음의 대폭발이 그러했던 것처럼 별의 탄생도 계속 '모이고 터지며'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주의 생성, 별의 탄생 그리고 지구를 지나 생명과 인간의 탄생과도 연결되지요.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긴장을 삶의 징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긴장에너지를 건설적 목표로 전환시켜주기로 약속하는 정치구조'라고 설명해요. 선하고 평온하고 모두가 행복한 상태를 약속하는 게 아니라 불편한 긴장을 품을 수 있도록 희망을 준다는 것이지요. 기쁨은 순간이고 비통한 긴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우리가 품고 있는 열망은 결코 성취되지 않겠지만 거기에서 소명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가혹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다양하게 제시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는 당위의 문장들이 우리를 지치게 하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은 비통함을 다루는 연습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영혼의 학교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 속에 비통함의 사례들은 차고 넘쳤습니다. 특히나 자율과 규율 사이의 대립을 삶에서 끊임없이 화해시키는 사람들로 교사와 양육자가 이야기되었을 때는 우리가 바로 그 긴장의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지요. 마음이 부서지는 '작은 죽음들'을 경험함으로서 '더 큰 죽음'을 대비할 수 있다면 우린 매일매일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모임벗은 현재 속해 있는 공동체가 갈등을 두려워해 긴장을 수면 아래로 감추고 있다며 이 책의 저자가 그 긴장을 인정하고 드러내라고 계속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고 하셨어요. 저자는 나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비통함을 인정하는 것을 변화의 시작으로 독려하면서도 그 여정이 쉽지 않을 꺼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진화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 능력을 이미 갖추었고 인류의 역사가 그것이 옳은 방향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긴장을 견딜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믿으라고 토닥이지요. 모임 안에서 우리는 저자를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 마치 할아버지가 옆에서 건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그는 단호하되 따뜻하게 우리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비통함을 드러내고 나를 알아가는 그 과정을 함께 해주시고 기꺼이 삶의 조각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5~6장까지 읽고 만납니다. 빛나는 탄생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어둠의 시기를 어떻게 견디며 통과해야 하는지 '파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볼까요.

 

* <존재를 향한 태도>는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1주간의 책읽기 모임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아픔이 길이 되려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구글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https://goo.gl/forms/cagFpAyxjQ42aaa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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