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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4> 월경의 힘을 회복하기 본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네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우리는 골반내부 기관인 자궁과 난소, 그리고 그 기관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현상인 월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자는 이 부분을 '여성적인 힘의 원천'이라고 말하면서 외부의 힘과 내면의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들의 월경은 어떤 모습이었나
먼저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실질적으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인 '첫 월경'의 경험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당혹스럽고 부끄러웠던 기억, 기다리던 일이라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기억, 축하받을꺼라 여기고 두근거려했던 기억과 성정체성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기억까지. 첫 월경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월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은밀하게 감추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죠.
월경통으로 고통스럽거나 월경전증후군으로 감정적인 변화가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으로 감내하고 다스려야 할 부분으로 여겨왔습니다. 생리대를 들고 화장실에 갈 때는 항상 파우치에 넣거나 손으로 보이지 않게 잡고 다니곤 했죠. 불쑥불쑥 스스로 행하는 이러한 단속들에 부당함을 느껴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생리 때의 예민함인가?'하며 그 감정에 귀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부로부터 접했던 월경에 대한 이미지들과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워보았습니다.
월경 때의 생리대 사용법과 처리, 그리고 몸가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성교육과 순수하고 깨끗함만 강조하는 생리대 광고, 최대의 효율과 그에 따른 최고의 결과만을 중요시하여 사적 영역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문화 등.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메세지를 들은 셈입니다. "월경은 은밀하게 처리해라!"
아래는 스웨덴 생리대 리브레스의 생리대 광고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생리대 광고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인데요, 물론 저 광고에서 보여주는 월경도 '목표에 대한 방해꾼'으로 정의되고 있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성과 월경에 대해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몸은 월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월경의 지혜를 회복한다는 것은 월경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보다 새롭고 긍정적인 방식을 우리 자신과 우리 딸들, 그리고 남자들의 마음 속에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월경주기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의 흐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자각 뿐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월경전증후군이 의학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1980년대 이후이며 여성들이 이 증상으로 의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이에 대해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비주류 계층의 요구라는 것이 얼마나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는 최근의 '생리대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월경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월경증상에 당당하며 그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월경통을 앓는 여성들도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월경을 처치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월경이 주는 의미에 무신경했음을 자각하고 월경이 우리에게 주는 내면의 흐름을 좀 더 세심하게 느끼고 따라가보아야 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밴드를 통해 이 모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계신 분들도 자기 자신의 월경스토리를 한 번 작성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여성성에 처음 대면했던 순간과 월경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나의 여성적인 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관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월경이 여성적 힘의 '에너지 현상'라면 자궁과 난소는 그 원천입니다. 저자는 자궁과 난소를 여성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저장소인데, 오히려 이 때문에 역으로 여성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문화와의 관계로부터 우리가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까지 망라한 개념입니다.
우리는 이 관계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가 처음 맺게 되는 강력한 관계인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부모님이 나에게 가졌던 기대와 요구, 거기에 대응했던 나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직접적인 지시로 기대를 표현하셨던 부모님도 계셨지만 대부분은 직접 표현하시기 보다 일상생활의 태도로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셨죠. 직접 표현하지 않으셨기에 처음에는 "부모님은 나에게 아무 기대가 없었다."로 이야기를 시작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가면서 '첫째이기 때문에'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우리에게 바라셨던 태도와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또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욕구로 인해 우리 자신이 스스로 내면화하고 강화했던 모습도 있었지요.
부모님의 기대와 요구에 영향을 받은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타인의 요구와 내 안의 욕구를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을 온전히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현재의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원가족(부모, 형제자매)과 우리의 관계를 다른 눈으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취약했던 내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고, 그 때는 깨닫지 못했던 서러움과 억울함에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원가족에 대한 내 안의 이러한 감정들은 아마도 우리가 스스로 서는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서로 다른 가족환경과 거기에서 우리가 성장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모임 안에서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로 인해 우리 자신까지 잘 이해하게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질문들이 오갔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죠.
우리들의 달오두막
북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은 '달오두막'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달 보름달 아래 모여 월경에 대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월경중인 여성을 특별히 축복하는 의식이라고 하네요.
월경이 신성시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월경이 우리의 의식 안에서 '자연스러워질 필요'는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 안에서 자연스러워져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내 안에 있는 내 모습은 바로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매주 만나는 우리들의 모임이 이러한 '달오두막'의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서로의 경험과 역사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스스로를 새로 발견해갑니다. 이번 주 모임에서 특히나 저는 많은 생각거리와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이것들을 2주간 잘 품고 다시 모임벗들과 만나겠습니다. 모임 안에서 기꺼이 마음을 열고 삶을 나눠주신 모임벗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는 8. 성적 욕망의 복구 9. 외음부, 질, 자궁경부 10. 유방(~288 페이지)까지 읽고 만나겠습니다. 추석연휴에는 좀 휴식을 취하고 생각꺼리는 다다음주 월요일까지 올리도록 할께요~ >ㅂ< 명절 잘 보내시고 2주 뒤에 만나요~
* 다음 주부터 새로운 모임벗이 오셔서 이제 총 6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신모임은 이 6명의 모임벗들과 진행하며 새로운 멤버는 받지 않겠습니다. 모임을 진행하는 제 역량의 한계이기도 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모임의 특성상 많은 멤버가 함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모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시더라도 밴드를 통해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밴드를 통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일 것입니다. ^^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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