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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5> 나의 성적 기관, 성적 경험 그리고 성적 에너지에 대하여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1기 2017 가을

<여신모임 1기 : 5> 나의 성적 기관, 성적 경험 그리고 성적 에너지에 대하여

고래의노래 2018. 11. 24. 15:56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10점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다섯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나의 성기기관들에 어떤 질환이 있었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었는지,
첫 성관계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고, 지금은 어떤지, 불쾌했던 성적 시선과 접촉들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었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우리들의 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첫 성관계는 각자의 상황과 기대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남아있었습니다.
그것은 분위기에 이끌린 미숙한 선택이기도 했고, 숙제를 해치운 후련함이기도 했고, 기대했던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첫 성관계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상에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했어요.
제 경험에만 비추어 '첫관계'라는 것에 특정 이미지를 부여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우리가 인생에서 한번씩 거치게 되는 공통의 경험들이 각자의 삶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채롭게 빛나고 있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서글픈 공통의 경험도 있었지요. 여성적인 특징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성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부정적인 성적 접촉들을 경험해왔습니다.
몸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몸을 아름답게 느끼기보다는 몸이 위험하게 변하고 있다고 두려워했고, 어떻게든 여성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렸지요. 불쾌한 신체 접촉을 겪어도 그 부당함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해결하지 못했고 상황을 회피하기만 했습니다. 성적인 즐거움이 몸으로 느껴질 때면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지요. 그 발견에 호기심을 느끼고 탐구하는데까지는 당연히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사회의 인식이고 타인의 시선인데, 우리의 몸이 아닌데! 나 스스로를 단속했습니다. 여성의 몸은 불쾌함을 끌어들이는 유혹의 주체인 것만 같았습니다. 몸을 생각하면 두려움, 불안감, 수치심이 일었고,  여성으로서의 몸을 거부하고 싶었지요.


 저자는 관계를 위해서 우리 몸을 희생하게 되면 이것이 성기기관의 질환으로 또는 유방의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몸의 건강상태에 주는 위력을 강조하죠. 몸에 나타나는 만성적인 질환들을 겪은 적이 없더라도 우리가 이제까지 스스로의 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이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몸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처녀'일까


 우리는 저 사람과 껄끄러워지기 싫어서, 이 사람이 나에게 주는 애정이 멈출까봐, 그 사람과 멀어지면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위험해지기 때문에 우리 몸에 대한 권한을 상대방에게 넘기곤 했습니다.

우리는 모임에서 첫 책으로 은유의 <싸울 떄마다 투명해진다>를 읽었는데

은유가 여러 남사친들과 아무 일 없이 보낸 여러 밤들에게 대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놀란 적이 있지요. 

아래 링크는 은유의 경험과는 완전 반대의 경우입니다. 이것 또한 극단이긴 하지만, 저는 이 경우가 오히려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들의 성추문...여성에겐 어떤 경험인가>

http://m.ildaro.com/7805


 글을 읽고 맨 처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끝없이 주입되어 온 '자기단속'이라는 검열일 수도 있습니다. 추후 시간이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봐요. 


 저자는 '처녀'라는 단어를 '어떤 남성에게도 속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완전하고 충실한 여성'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어떤 남성에게도 속하지 않았다'라는 것은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거나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면만 뜻하는 건 아닐겁니다. '나의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군가에게서 받고자 하는 상태',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는 상태'자체가 타인에게 속한 상태인 것이지요. 나의 외로움을 누군가가 와서 해결해 줄꺼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판단이 누군가에 의해 휘둘린다면 나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속한 채 살고 있는 것이겠죠. 


"만일 당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대하는 배려, 사랑, 보살핌을 스스로에게 줄 수 없다면, 당신은 다른 어디에서도 그것들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몸에 대해 끊임없이 위험하고 수치스럽다는 의식을 주입받아 왔습니다. 

이렇게 외부의 시선에 종속된 채로 스스로의 몸을, 더 나아가 여성성을 긍정하지 못했던 우리의 청춘이 서글픕니다. 
다시 한 번 그 때의 우리를 만날 수 있다면 다정하게 끌어안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넌 충분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아쉬움을 넘어선 새로운 다짐


 부정적인 성적 경험들이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찼지만 우리는 모두 그것을 혼자서 감당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그 당시에 단 한 명이라도 성숙한 어른이 옆에 있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했었죠. 우리의 딸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될 청춘들에게 이제 우리가 그런 어른이 되어주자고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엄마에게 '안전함'을 그토록 바랐지만 엄마는 번번히 가부장제 의식의 전달자만 되어주었습니다. 아래 글은 엄마들에 대해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그러한 안타까움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부모됨'에 대해서 이야기할 다음 모임 전에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엄마처럼 안 살아,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http://m.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0266


 다음 주에는 12.생식력, 13.임신, 출산 14. 모성애(~366p)까지 읽고 만납니다.

부모가 된 경험이 우리에게 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요. 그리고 마음이 건강한 엄마, 어른이 되는 다짐도 다시 해볼까요?


 이번 모임은 유난히 저에게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성관계라는 몸의 대화를 새롭게 재정의해보는 시간이기도 했고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이 우리를 어떻게 옭죄어 왔는지 생생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는데, 마음의 장벽을 넘고 모임 안에서 삶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상처 받았었지만 푸르렀던 어린 우리들이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단단해지고 진정한 '처녀'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연약했던 시절을 지나 우리는 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

이제 거울을 보고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의 몸에게 이야기해주어요. 


"나의 잘못이 아니었어. 그리고 난 아름다워!"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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