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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6> 생명을 품고 창조하는 나의 힘에 대하여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1기 2017 가을

<여신모임 1기 : 6> 생명을 품고 창조하는 나의 힘에 대하여

고래의노래 2018. 12. 8. 22:28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10점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내 안의 여신찾기> 여섯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생식력이라는 생명창조의 능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의 생식력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저자가 '여성적인 힘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한 월경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내 몸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것처럼

생식력은 우리의 능력이되, 우리에게서 가장 소외된 능력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힘을 제대로 인식하는데도, 온전히 사용하는데도, 그리고 그 힘에 대한 결정권을 알아차리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우리는 자신의 생식력에 대해서 언제부터 의식하기 시작했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명의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생식력을 경이롭게 느끼며 그 힘을 지닌 것에 기뻐한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생식력은 결혼 전에는 내 인생을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결혼 후에는 내 삶을 자연스럽게 해 줄 당연한 능력이었습니다. 몸이 행하는 가장 창조적인 능력은 이렇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생식력을 몸으로 경험한 이후에야 비로소 생식력을 의식하게 되었죠.


생식력을 통한 경험은 우리를 다양한 삶의 변주 위로 올려놓았습니다.

임신, 출산, 유산, 낙태 등 생명을 품고 키우는 힘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황홀함, 슬픔, 외로움, 자신감,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 속에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경험 이후 우리는 그 경험 전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지요.



생식력 경험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들


우리는 먼저 아픈 기억부터 꺼내보았습니다.
뱃 속의 아기와 오래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하늘로 보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엄마와 태아의 결합이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결합'이 갑자기 끊어지는 경험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었죠.

아기와의 연결이 기대하지 않았던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단절되었던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직면하기도 했고, 혼자서 그 상황을 견뎌내야한다는 생각에 이제까지 겪지 못했던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이제 아기가 떠났다는 슬픔, 그리고 아기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허우적거렸지요.  또한 '의식'을 통해 아기와 우리의 영혼의 치유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모든 소용돌이 뒤에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식력의 영역에서 겪었던 아픈 경험들을 우리가 어떻게 통과했는지 서로 나누었고, 함께 눈물지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식력 경험도 우리를 바꿔놓았습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아이든 어른이든 주변의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도 했고, 진통을 겪어내고 출산을 통과한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출산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또는 기존의 병원시스템과 다른 대안을 찾으며 온전히 나의 출산 능력을 내 의지대로 발현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셨더라구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오히려 내가 선택한 방식에 대한 맹목적인 확신보다는 다른 선택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나의 선택때문에 행복했지만 다른 선택이 불완전하지 않다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고 그 선택에 대한 상황 또한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지요. 출산이라는 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공통적인 경험이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멈추게 한 것입니다.


생식력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사회가 우리를 대한 방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어요.

임신은 단순히 몸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과의 정서적 연대의 상태인 것인데,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험들, 임신과 출산이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병적 상태로 분류되어 다뤄지는 듯한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직장에서의 경험들도 나누었습니다.  제도적으로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스스로도 마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배가 점점 불러오는 중임에도 이미 맡겨진 과중한 업무들을 떨치지 못하고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서적인 축하와 배려는 충분했지만, 제도적인 면이 부족해서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이 모든 경험을 뒤로 하고 우리가 최근에 맞이하게 된 생식력 경험은 '남편의 정관수술'이었습니다.
또 다른 임신이 있으면 힘들겠다는 판단 아래 부부가 함께 결정한 일이었음에도 '이제는 더 이상 새 생명을 품지 못한다.'는 임신가능성과의 단절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게 했던 것이지요. (물론 '그것은 내 생식력과의 단절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하는 생식력과의 단절일 뿐!'이라고 명쾌한 통찰을 누군가 보여주시긴 했습니다. ㅎㅎ)



생식력에 대해 의식하고 정의내리기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 스스로 난관결찰술이라는 피임수술을 받으면서 생식력과 이별합니다.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수술을 받는데 둘은 수술에 앞서 '더 큰 창조력으로의 이동'이라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의식을 통해 자신들을 통해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슬퍼하고, 다음 단계의 인생으로 진입하는 스스로를 축하하는 것이었죠.


 저자는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생식력과 이별하더라도 그것이 생식력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나의 선택이고, 생식력을 온전히 의식하며 한 나의 결정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생식력과 관련된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새로운 언어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머리로는 생식력과 결별했으나 마음으로는 여지를 남겨둔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몇 년 안에 어떠한 결정으로 이어지든 그 결정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 또한 제 생식력이 제 안에서 감정적, 신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다시 살펴보고 이름을 지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임신이 '여성 스스로 내면의 힘에 관해 배울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라고 했습니다. 저는 낙태, 유산, 임신, 출산 등의 생식력 경험에 대해 모임벗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저자의 이 말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몸은 우리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온전한 경험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진통을 통해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반응했고, 몸이 이끄는 흐름에 따르면 출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머리로는 완벽하게 세팅되었다고 여겼던 출산 지식들이 첫째 때는 하나도 소용이 없다가 둘째, 셋째 때부터는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하는 경험도 했지요. 신체적, 정서적, 영적 체험인 임신 출산 경험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내면의 힘을 깨닫는 동시에 타인의 선택에 대해 유연해졌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통한 경험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의 선택에도 그러한 힘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경험의 총합'이라고 했던 칼 융의 말처럼, 우리가 한 경험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에게 와서 우리 안에 머물며 우리를 만들어갔습니다.

 


모임 안에서의 울림

 

 

 이 사진은 미셸 오당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출산>이라는 책에 나오는 사진으로 출산과정 중인 산모와 조산사의 모습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출산은 여성의 가장 은밀하고 본능적인 힘이 발현되는 일이며 이 과정에서 산모는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상처받기 쉬우므로 산모가 가장 편안해하고 의지할만한 사람들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유대'에 대해 말하죠.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산모를 얼마나 편안하게 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지에 대해서요.


 산모를 감싸안은 조산사는 사진만 봐도 산모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는 듯 합니다. 그녀는 경험했고, 그래서 그녀의 손은 산모에게 분명 위로와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모임을 마치고 저는 내내 이 사진이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같은 경험을 통과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보듬기도 하고,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따뜻한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지요.

이번 모임은 몇몇 분들이 저에게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저에게도 마음을 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받았던 온갖 감정들과 깨우침들이 온 몸에 꽉차서 그것을 정리해내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이 글도 그 때 제가 받았던 모든 경험들을 온전히 정리했다고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저렇게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주에는 14장 폐경기, 15장 치유를 위한 단계별 접근(~471p)까지 읽고 만납니다.

이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책이 막바지를 향해 가네요. 몸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를 따라 마지막까지 함께 가볼까요?

모임벗들과 함께여서 더 기대되는 여정입니다.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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