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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8> 중년의 나를 상상해보자 본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
<내 안의 여신찾기> 여덟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완경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삶에서 만난 중년 여성들과 우리가 꿈꾸는 중년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겪었고 그 감정들을 돌아보며 그녀들과 우리를 새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완경기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
우리들은 먼저 엄마들의 완경기에 대한 기억을 꺼내보았습니다. 완경기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몸과 마음으로 심하게 겪으신 분도 계시고, 별다른 증상없이 지나간 분도 계셨습니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평소에도 감정이 예민하셨던 분들이 힘들게 완경기를 겪으셨고, 취미나 일 등 외부에 에너지를 쏟을 무언가가 있었던 분들은 수월하게 지나가신 것 같았어요. 엄마의 완경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리 되는 거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완경기 증상은 각 개인의 건강상태와 환경, 기대감에 따라 달라진다는 책의 내용을 보고 완경기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중년이라는 과도기는 사춘기에 시작한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시기로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은 사춘기 시절에 경험했던 자기표현에 대한 맹렬한 욕구를 이 시기에 다시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완경기가 전환점의 시기로,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연이 여성에게 부여한 생명창조의 역할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은, 마치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듯이 대지의 어머니, 자연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인생의 모든 과제를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단계일테지요. 또한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을 넘는 전인적 인간으로의 변화는 아닐까 해석해보기도 했어요.
평화로운 완경기라는 부담감
그러나 완경기에 대한 이러한 의미부여가 우리에게 부담으로 또는 박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완경기 이후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한 저자 어머니의 말을 읽고는 진실을 부담없이 말할 수 있는 힘은 여성에게 왜 완경기 이후에 생기는 것이며 그 이전이기는 힘든지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완경기를 지나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멋진 여인이 된 사람들의 예를 보니 우리 주변의 전혀 다른 모습의 여성 어른들, 현명함은 고사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그분들의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멋진 완경기 여성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작은 불안을 느끼며 부담까지 느껴졌습니다.
노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나이들지는 믿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자연적인 노화과정'을 부정한다고 느껴졌고, 노화의 상태가 마치 나의 책임이라는 뉘앙스가 부당하다고 생각되었죠.
지난 시간에 우리는 권위에의 중독을 이야기하며 이 책의 내용조차 우리가 의심없이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권위로 작용할테니, 우리 안에서 책의 내용을 스스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나눴었습니다.
우리는 완경기 부분에서 유난히 저자의 글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을 끝마치는 단계에서 책과의 독립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그건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단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서 온 감정들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저자가 너무나도 완벽한 중년을 이상향을 그려놓았다고 느꼈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그 표현이 불편했습니다. 완경기 이후의 여성을 비유하는 씨앗도 여러 형태의 씨앗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썩고 발아하지 못하는 씨앗도 있을 수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죠.
불편한 감정 속에서 전해지는 의미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여성들의 삶이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중독된 사회구조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뿐 아니라 우리 위 어른들 또한 그런 사회구조의 억압 아래 살아오셨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그 분들이 보여주시는 태도와 행동이 어쩌면 상처받은 내면의 표현이라는 것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고, 그 분들의 삶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여성 어른들은 자신은 받지 못한 배려에 대한 박탈감에서 나오는 삐둘어진 표현들로 우리를 상처입히고, 당신들 삶의 경험 그대로 우리의 삶에 기준을 부여하려고 하시지요. 어찌보면 그 분들은 건강하지 못한 씨앗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고 경험하지 못해 불만이었고, 우리가 되지 못할 까봐 불안했던 그 현명한 중년여인에 대한 불편함은 이렇게 어느 지점에서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자는 완벽주의 또한 중독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지요. 현명하게 늙어간 여성들의 예를 많이 보였주었지만 사실 그건 우리에게 용기를 주지 위함이지, 완벽한 중년의 여성상을 제시하며 박탈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완벽한 이상향이라는 것은 그것을 향한 우리의 노력 가운데 우리가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간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겠지요. 우리가 완벽해진 필요는 없지만 우리 자신으로 온전해질 필요는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떠한 모습일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몸의 상태가 나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또한 진실한 욕구를 느끼고 그것을 실현할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에 초점이어야지 죄책감으로 귀결되면 안될 것입니다.
균형잡기, 중심잡기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은밀하게 강요되는 사회적인 잣대나 기준을 떨쳐버릴 필요는 있지만, 그렇기에 내면만이 중요하며 외모를 가꾸는 것이 중독현상이라고만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겠죠. 우리가 관계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사랑과 배려조차 의식없는 희생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바로 그 어려운 중심잡기 여정의 출발을 저자는 독려하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터진 책내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은 우리가 저자의 격려대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는 모든 권위의 중독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감정에 귀기울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찾으라고 이야기했죠. 우리는 저자의 생각에 의문을 틔웠고 그것에 대해 솔직하게 느끼고 알아보고자했습니다.
삶의 일부로서의 완경기
위 그림은 조지아 오키프의 <Abstraction white rose :백장미 추상>입니다. 이 화가는 꽃을 가까이에서 확대한 모습으로 그린 그림들로 유명하지요. 이러한 그림들은 여성의 성기를 표현하는 것으로 주로 해석되었는데, 정작 화가 본인은 그러한 해석은 보는 사람의 시각일 뿐이며 자신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갖지 못했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봐주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했다는군요.
저는 이 그림을 보며 완경기의 여성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태풍같은 모습이 휘몰아치는 그녀들의 내면을 나타내는 것만 같아서요.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면 언뜻 암울해보이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 그것은 우아한 하얀 장미라는 것이, 우울하게 여겨지는 완경기라는 시기가 사실 아름다운 삶의 일부라는 걸 나타내는 것만 같습니다.
"완경기라는 과도기를 무리없이 거쳐가기 위해서는 부신의 힘과 영양상태가 양호해야한다. 건강한 여성의 부신은 서서히 난소로부터 호르몬을 생성하는 일을 넘겨받게 된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감정적, 영양적인 고갈 상태에서 완경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것은 부신이 기능을 수행하는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호되게 완경기를 지나셨던 엄마를 떠올리며 '감정적, 영양적인 고갈 상태'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 박혔습니다. 우리가 월경을 주제로 다루었을 때, 우리 딸들이 처음 월경을 시작하면 월경의 의미와 그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었지요. 그처럼 우리의 엄마들에게도 완경의 그 시기 즈음 누군가 완경을 새로운 인생의 장이 열리는 기간으로 축복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그 변화를 세심하게 배려해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내가 엄마에게 그런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여성들의 고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가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언젠가 그런 용기가 생길 수 있겠지요. 아마도 그 때 제 안의 무언가도 찰칵 소리를 내며 풀릴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모임으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와의 6주간의 만남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내 몸을, 내 삶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있게 해준 고마운 책, 많은 분들에게 큰 의미가 있던 책이었습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중독된 상태를 일깨워 우리가 내면의 힘을 자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주었죠. 우리가 아닌 외부의 시선을 걷어내고 이제 우리는 우리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갑니다.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또하나의문화 |
다음 모임부터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여신들>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여신들이 나왔지요? ㅎㅎ 이 책은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그리스 신화의 주요 여신들을 여성 내면의 원형으로 제시하며 여성이 스스로의 힘에 대해 의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주간 함께 책을 읽으며 우리 안에 있는 여신의 힘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도록 해요. 다음 시간까지는 처녀 여신 셋,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 부분까지(~ p183)까지 읽고 만납니다.
자, 견고했던 성벽은 허물었습니다. 이제 여신을 찾으러 떠나볼까요?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내 안의 여신찾기 > 여신모임 1기 2017 가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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