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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9> 처녀여신 원형으로 우리를 돌아보기 본문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또하나의문화 |
여신모임의 마지막 책을 시작하며
<내 안의 여신찾기> 아홉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우리는 여신모임의 마무리책인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이전 책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 즉 '내면의 힘을 믿고 주체적인 나의 모습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접근방식은 많이 다르지요.
책에 대한 모임벗들의 전체적인 느낌은 '재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관계와 그 관계로부터 오는 각 신들의 특징, 신화 속 이야기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각 여신원형의 특징들을 인과관계로 매우 명료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너무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던 그리스 신화가 해석과 함께 맥락 안에서 제시되니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지요.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여신 유형일지 대입해보고, 아! 이건 딱 나야! 라는 탄성이 나오기도 하는 '심리테스트같은 재미'도 있었구요.
또한 이 책은 '편안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기질을 몇가지로 유형화하여 그 안에서 모든 행동과 감정이 설명될 수 있다고 하는 기존 심리 이론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스스로가 다중적이고, 일관되지 못하며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시기, 상황,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들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을 '자아의 능력'으로 이야기하지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 받아들여지는 듯한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알아가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편안함'도 있었지요. 또한 다른 기질 구분법들과 달리 여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구분법이기에 우리에게 더 딱 들어맞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고, 편안하게 새 책을 시작했습니다. ^^
여신 원형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우리는 처녀여신 유형 중 스스로 누구와 닮은 것 같은지 생각해보았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때로 아리송하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아르테미스'를 자신의 처녀여신 원형으로 꼽았습니다. '여신모임'이라는 여성연대모임에 오신 분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남이 보는 내 원형이 내 생각과 달라 당황하신 경우도 있었는데요, 게다가 그 원형이 자신과 상극이고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여기셨기에 더 놀라셨습니다. 그 원형을 제시했던 사람도 제시받았던 사람도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보기로 했습니다.
각 원형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 참 부딪혔던 그 사람이 나와는 이렇게 다르기에 그랬구나 하고 상황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어떤 유명인에게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타샤 튜터에게서 느낀 차가움)이 어떤 점이었는지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었지요. 여신원형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계기이자 좋은 틀이지만 잘못하면 남과 우리 스스로를 그 유형 안에 가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책을 읽어가면서 여신 원형들을 좋은 원형, 나쁜 원형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잘 의식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객관적 정보를 우리 속에 올라오는 감정들과 구별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요.
그리고 우리가 여성주의 책들을 읽으며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요리하지 않지만,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 요리한다면 그건 사회가 주입한 아내 역할에 중독되어 있는 걸까요? 이 책에서 저자는 나의 선택과 행동들이 남성적 요소인지 여성적 원형인지, 주관적 느낌과 꿈으로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그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면 그건 내 내면의 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불편한 의무감에 의한 것이라면 그건 중독된 행동이겠지요. <여성의 몸~>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위해 요리하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정성스러운 요리를 대접해볼 것을 제안하죠. 여성이 전형적으로 여성스러운 행동을 한다고 무조건 비난받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그 내면의 원형일 수 있으니까요.
<여성의 몸~>과 <우리 속의~>는 이렇게 여성의 자아찾기에 대한 접근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해석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숙제일 것입니다. 어쩌면 달라보이는 이 접근 또한 다른 것이 아닐 수도 있겠죠?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관계가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 몰입하는 처녀여신 원형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스스로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인생 그래프를 통해 언제 가장 행복했고, 언제 가장 불행했는지 떠올려보고, 행복과 불행의 각자의 기준을 알아보고자 했지요. 처음에 제가 이 생각꺼리를 올렸을 때는 이 방법으로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곰곰히 생각하고 이야기하던 중에 행복과 불행을 가르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힘들고 불행이라 느꼈지만 우울하고 어두운 그 시절에도 순간순간 행복하고 기뻤던 일들이 많았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때 그 일들이 있었기에 뒤이어 행복을 경험했다 여기게 되기도 했고, 그 시절을 통과하며 깨닫은 것들의 소중함이 느껴져서 불행한 시절을 불행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었지요.
내가 중요시하는 기치관의 발견은 단순히 우울하고 기쁜 감정의 상태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안에서 행복과 불행이라는 정의 자체가 다시 내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긍정적, 부정적 감정이 행, 불행이 아니라면 행복하다, 불행하다라는 이야기가 순간을 평가하는 단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 있었던 힘
위 사진은 로댕과 끌로델의 합작이라고 여겨지는 '회복'이라는 작품입니다. 예술가들 의도와 그들의 배경이야기를 차치하고서 작품만 바라보았을 때,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조각이라는 예술이 가지는 '상징적인 힘'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거친 돌덩이에서 누구도 생각치못한 형상을 이끌어내는 조각가의 힘이 마치 삶에 던져진 사건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의 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칼 융은 인간은 '자기실현'이라는 단 하나의 과제만을 가지고 있고, 이는 무의식을 의식하고 불완전한 그림자까지 껴안으면서 나의 온전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신 원형이 가지고 있는 '완벽하게 한 쪽으로 치우친' 균형잡히지 않은 에너지를 지적하며 이것에 사로잡힐 경우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원형들은 신이 아니고 인간인 여성들의 현실적 삶과 그에 따른 인간관계들을 고려하지 않는다...여신은 자신의 유형에 갇혀서 그 역할만을 수행하지만 사람인 우리는 삶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그 위험함을 넘어 균형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이 삶의 우여곡절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 쉽게 하기 어려운 힘든 시절의 이야기들을 모임에서 나누어주신 모임벗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그리고 벗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의식 속 원형을 의식하고 조율하면서 모든 불행과 행복을 결국은 인생의 선물로 변신시키는 '힘'은 우리 안에 이미 있었습니다. 그 힘으로 우리, 완벽함이 아닌 온전함으로의 걸음을 함께 내딛어 볼까요.
다음 모임에서는 상처받기 쉬운 여신들, 헤라, 데메테르, 페르세포네(~306p)까지 읽고 만납니다. 관계 안에서 우리가 어떤 힘을 자각했고, 그 속에서 어떤 조율이 필요할지 살펴보기로 해요.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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