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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1기 : 11> 우리 안의 창조성을 발견하기 본문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또하나의문화 |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아프로디테'를 들여다보고 아프로디테를 관능과 미의 여신 뿐 아니라 창조성과 변화의 에너지로서 다시 바라보며, 스스로의 창조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중요시하는 핵심가치들을 뽑아본 후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프로디테가 우리를 흔들 때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아프로디테의 영향을 경험합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번쯤은 아프로디테의 손길을 느낀 적이 있던 것이죠. 아프로디테의 영향 아래서 우리는 역동하는 에너지를 느끼며 이 에너지는 그 관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이것은 비단 연인사이에서 뿐 아니라 깊은 우정, 유대감, 원활한 심리치료 사이에서도 일어나지요. 심지어 가수나 배우 등 유명인의 열정적인 팬이 되는, 일방적인 사랑안에서도 우리는 이 같은 에너지를 경험하곤 했습니다.
아프로디테 의식은 몰입하는 상대방 또는 대상과 우리 사이의 상호작용적인 창조적 의식으로, 이 의식 속에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면 상대방은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느끼고 삶의 활력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난감한 상황을 몰고 올 때도 많습니다. 그러한 다정한 관심은 남자들로 하여금 여성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하게 할 수 있지요. 이것은 우리도 자주 경험했던 매우 흔한 오해인데다가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이나 시도가 발생했을 때 여성들의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맥락의 설명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싶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간적 친절함까지 아프로디테 의식으로 볼 수 있는지, 누군가를 향한 순수한 관심과 집중이 갖는 이러한 오해와 비난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말이지요.
저자는 아프로디테 여성이 이런 오해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 원치않는 남성에게 단호한 의사를 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그녀들의 잘못이라는 입장이 아니라 단지 그녀들의 취약함을 그녀들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을 제안하는 것이죠. 아프로디테 여성들을 다치게도 하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상황은 안타깝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것은 일단 '내면의 이야기'이고 그 당사자인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인 것 같았습니다.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창조성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삶 안에서 창조성을 경험했던 순간들을 나누고, 내가 생각하는 창조성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학교 커리큘럼을 아이들에게 맞추며 교과과정의 변화를 시도하여 끌고 나갔던 경험, 직장에서 이제까지 경력과 전혀 관련없는 업무를 맡았지만 훌륭히 해내어 인정받았던 경험, 그림그리기나 홍보문구 작성, 이벤트 기획 업무 등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경험 등 새로운 성장과 변화, 개발이라는 영역 안에서 우리는 창조성을 느껴왔습니다.
창조성에 대한 정의도 다채로왔는데요, 무에서 유를 태어나게 하는 것, 보여지는 것이든 내적성장이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 나답지 않은 다른 일을 시도하는 것, 무엇을 아는 것이 아닌 깨닫게 되었을 때의 느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네요. 창조성이라고 하면 예술가의 활동만이 떠오르며 조금 부담스럽고 나의 능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생활 속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글을 읽고 생각을 하며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것처럼 사소한 일상 또한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키워주는,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남자 예술가, 철학자, 소설가들이 아프로디테 의식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뮤즈를 두고 있었던 것과 달리 여성에게는 그러한 존재가 없었기에 그러한 업적을 남기기 힘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것은 시대의 한계이고 안타까움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몸으로 창조해보지 못하는 남성들의 근원적 한계가 이러한 업적으로의 집착을 낳은 건 아닐까하는 이야기도 해보았습니다.
각자가 중요시하는 핵심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생각꺼리 글에 올렸던 핵심가치 리스트들 중 모임벗들이 뽑은 것은 깨어있기, 지각하기, 연결됨, 의식있는 삶, 에너지 분출 등 다양했는데요, 각자의 핵심가치와 그 선정 이유에 대해 나누면서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꼈던 감정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데 놀라기도 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선택한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휘자로서 역할하기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고, 상황이 어떻다는 것도 알았지요. 나는 이 특성들을 나 자신으로 확신했으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에야 그 문제에 쏠린 힘을 자유로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날 모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야기는 자신을 아프로디테 여성으로 자각한 한 모임벗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에게 삶의 생동감이란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그것은 일로, 사랑으로 발현되어 왔지요. 그녀는 최근의 경험 안에서 자신의 원형을 자각하고 자신의 상황을 인지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자아의 조율을 훌륭히 행하는 중이었습니다.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히 인지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고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저희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저자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조율하는 일을 자아가 의장을 수행하고 각 여신원형들이 의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에 빗대어서 이야기합니다. 내 안의 가치, 현실여건 등을 고려하여 자아가 원형들의 힘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어떤 모임벗이 위원회라는 말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더 어울린다고 하였는데, 악기들의 적절한 강약, 등장과 후퇴로 아름다운 조화의 선율을 이뤄내는 지휘자의 역할이 정말 자아의 역할과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아프로디테 모임벗이 지휘자라는 자아의 역할을 인지하고 단상에 올라 자신의 지휘봉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그녀만의 음악이 시작되겠지요.
솔직한 삶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열띤 대화를 나누었고, 그 대화 안에서 생기가 넘쳤습니다. 다른 모임벗들의 삶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한편 그 이야기가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주는 울림들을 느꼈고, 그 과정 안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곤 했지요. 매번 모임마다 우리가 느꼈던 이 몰입과 연대,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가 아프로디테 의식이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는 그 작업 자체가 우리에게 창조적인 활동이었던 것입니다.
프시케의 변화
아프로디테와 프시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내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우리가 계발해야할 능력들을 이야기해줍니다. 혼란상황 속에서 질문을 품고 머물며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며,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하죠. 우리는 이 이야기와 상징을 다시 한번 함께 곱씹어 보았습니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나비', '영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인간영혼이 삶의 온갖 경험들을 통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은 마치 애벌레가 전혀 다른 모습의 나비가 되는 것처럼 '연금술'과 같은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알프레드 드 커즌이 그린 <지하세계의 프시케>입니다. '지하세계로 가서 화장수를 상자에 담아오라'는 아프로디테의 마지막 과제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네요. 에로스와의 결별로 좌절에 빠져 아프로디테 신전 앞에 엎드렸던 때와는 다른, 단단하고 확신에 찬 모습입니다. 이 과제를 모두 마친 후 그녀는 신이 되지요.
적극적으로 삶을 여행하라
"인생은 우리에게 되풀이하여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우리가 의식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면 우리가 극복할 필요가 있는 것들과 맞딱뜨랄 기회를 제공한다...그 떄마다 우리는 더 큰 깨달음을 얻고 다음번에는 더 현명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인과응보의 장소를 평화롭게 그리고 우리의 가장 깊은 가치와 조화를 지루면서 지나가게 되고, 다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융 심리학에 기반하여 저자는 우리의 삶을 개성탐색여행, 자기실현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며 나만의 온전함을 추구한다는 것이죠.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의 과정,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그리스도와의 합일, 영성그룹에서 이야기하는 자아와 우주의 만남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꿈으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삐걱거리는 관계나 사건, 상처를 통해서 말이죠. 그것이 신의 인도인지, 내 내면의 지혜가 이끄는 것인지는 각자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해보는 것일 것입니다. <싸울수록 투명해진다>에서 니체가 말했다는 '나쁜 짓이라도 하라'는 것은 이러한 신호만드는 작업을 하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융이 이야기한 '내가 전혀 안 할 행동을 해보라'는 것 또한 이러한 파동을 일으키기 위함이겠죠.
차로 30분, 길게는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칭얼대는 아기를 데리고 모임에 나갈것인지 말것인지 우리는 모임 전에 여러번 갈등에 직면하곤 했습니다. 때로 그것은 혼자있고 싶은 나의 성향을 꺾는 결심이었고, 책을 읽지 않은 나의 민망함을 극복하는 일이기도 했죠.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모임에 가지 못할 때는 나의 욕구와 나의 역할 사이에서 무언가를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그 힘든 선택들 속에서 이미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의 삶을 여행하는 중이었습니다.
사실 삶을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창조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경험을 통해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일년을, 한달을, 오늘 하루와 이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선택합니다. 선택이라는 창조의 연속으로서 삶을 바라본다면, 그래서 우리가 우리 삶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장 창조적이라는 것은 내가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프로디테를 마지막으로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의 여정은 이제 마지막 모임만 남겨두고 있네요. 우리가 함께 읽은 3권의 책과 12번의 만남을 매듭지을 마지막 생각거리 또한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현재 6명의 모임벗들과 함께 3권의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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