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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모임> 우리 안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본문

존중과 스며듦/존재를 향한 태도

<존재모임> 우리 안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고래의노래 2019. 3. 8. 09:49

<존재를 향한 태도> 두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주에 우리는 '이상한 정상가족' 2~3장을 읽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떻게 차가운 경계로 작용하는지 미혼모, 입양, 다문화 가정을 통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한 개인이 인생의 여러 갈래에서 선택을 할 때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의 결단' 이상의 의미입니다. 우리는 내 마음과 달리 주변에서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파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미혼모들은 결혼제도 밖의 성적 일탈자로 손가락질 받아왔습니다. 아기를 갖게 된 상황에 대한 선택을 지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아기를 책임지기로 결정한 선택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선택이 무수한 파도와 장벽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용기있는 결단이었음에도 말이지요.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에게 한 방향의 파도만 몰아치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한국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미혼모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을 뿐더러 결혼제도 밖의 아이가 경제적으로 가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입양될 경우입니다. 또한 그렇게 입양된 아이들조차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무국적자가 되거나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국가 차원이 아닌 민간이 입양을 관리하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입양의 과정 또한 아이에 대한 책임보다도 입양자의 권리에 초점이 맞추어진 상태로 진행된다고 하네요.

 

 마침 두번째 모임 하루 전 날 '포용국가 사회정책'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보고가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태어났든지 아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제로 보편적 복지 확대하여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기사의 덧글이 환영의 분위기는 아이었습니다. '공산국가로의 전향이냐'는 반감의 덧글과 '개인의 삶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라는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이 사회제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책을 통해 확인하고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철학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담론이 실종된 교육와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고민, 생각, 토론을 통해 내 생각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주어지는 정답을 내면화해 왔습니다. 물론 이 또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방향은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그럴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 있었지요. 근대화의 산을 넘으며 일제시대와 6.25전쟁, 성장 위주의 독재시대, IMF 사태까지. 외부의 위기에 맞서는 일이 너무나 급박했기에 우리는 내면을 담금질하기 보다는 바깥으로부터 스스로를 정의내리는데 익숙해졌습니다 . 겨우 개인의 권리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할 즈음 IMF 사태가 터졌고 이는 다시 '가족말고는 아무도 믿지마!'라는 가족주의로의 회귀로 이어졌지요.

 

 저자는 우리 나라의 가족은 정서적 가족이 아닌 도구적 가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구호에 우리는 믿음과 포용의 정서를 쏟아붓고 있지만 현실에서 가족은 생존의 기본 단위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닌 '가족이 경쟁단위'이며 '사회제도가 개인을 보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생존을 가족과 그 소우주의 주연출자인 여성에 의해 이끌려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주었던 드라마가 최근 종영된 SKY캐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는 상처입은 사람들이 모여 정서적으로 연대하고 의지하는 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채 모여서 '따로 또 같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아이를 납치하고, 도둑질을 일삼으며, 노인연금을 갈취하는, 안전하지 못한 비정상 집단이기만 하죠. '비밀인데 우린 가족이야'라는 대사가 '가족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자는 사회가 각박해진 이유는 가족의 해체나 개인주의화때문이 아니라 '배타적 가족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혐오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쟁의 단위로서 가족은 이미 그 형성 단계부터 '형식의 검열'을 받으며 시작하는 것이지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의 차별은 우리 사회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자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안과 위기감의 반증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차별은 모든 나라에 대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국가위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요. 이것은 우리가 타자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미국식 편견을 내면화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이야기도 나왔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상대에 대해 빨리 나의 행동을 판단내리기 위해서는 내 안에 있는 기존 이미지와 재빠르게 일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경계없이 함께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책을 읽고 자료를 보면서 내 안의 편견, 정서와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대상을 보는 감정적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만약이라는 가정 속에서 상상해보았을 때 내 안에 일어나는 불안과 거부감을 느끼면서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만큼 열린 사람이 아니었던가 놀라기도 했지요

 

 우리 안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자는 '자기 안에 내면화한 부모 모습과 싸우고 달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자기 자신이 되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겠지요.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떠한 모습인지 파악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원하는 미래를 꿈꾸고 나아갈 수 있겠지요. 우리 안에 정답으로 박혀있는 가족의 모습이 진짜 나의 것인지 되돌아보며 우리도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가 바로 서면 내 존재를 느끼기 위해 타자에 대한 적대감에 기댈 필요도 없어지겠지요.

 

 다음 주에는 '이상한 정상가족'을 마무리합니다. 사회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나를 제대로 세운다는 것은 즐겁기 보다는 고단하고 때로는 아픈 과정입니다. 모임벗들도 책을 읽는 것이 괴롭기도 하다고 하셨지요. 그 혼란스러운 파도를 함께 맞는 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뵈어요~

 

* <존재를 향한 태도>는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1주간의 책읽기 모임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아픔이 길이 되려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구글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https://goo.gl/forms/cagFpAyxjQ42aaa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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