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내 안의 여신찾기

[마카베오기] 역사 이야기를 요약한 '저자'의 등장!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

[마카베오기] 역사 이야기를 요약한 '저자'의 등장!

고래의노래 2022. 5. 16. 15:14

* [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는 가톨릭, 불교, 비신자 등 다양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여성 3명이 모여 '성경'과 '여성을 위한 성서주석'을 온라인으로 함께 읽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속도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느낌과 생각, 깨달음과 질문들을 각자의 블로그에 남기고 톡과 밴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 읽기 힘들었다. 이제 역사기는 다 통과했다 생각했는데, 복병처럼 등장한 마카베오기. ;;; 마카베오기는 유다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시절, 이스라엘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시리아 왕국의 흥망성쇠를 따라 유다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지키고자 분투했던 이야기이다. 마타티아스와 그의 아들, 마카베오가 중심이 되어 시리아 왕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율법을 따르며 신과의 맹세를 지켰며 싸웠던 서사가 펼쳐진다.

어느 지역 어느 나라 임금인지도 모른채(시리아 왕국이었던 건 나중에 검색으로 알게됨) 복잡한 왕들과 대신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열되는데, 안티오코스 임금의 이름은 대를 이어서 3번이나 반복되며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안티오코스 에우파토르 그리고 데케트리오스의 아들 안티오코스) 임금이 총애하던 대신들의 이름이 그들의 배신과 죽음에 따라 빈번히 달라진다. 게다가 누가 누구를 죽였고 어떻게 배신했고 그래서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의도가 뻔히 드러난채로 서술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하권에서 라지스라는 예루살렘 원로 중의 한 명은 자신을 체포하러 온 군사를 피해 할복자결을 시도하나 실패하고 군사들 위로 몸을 던지지만 이러고서도 죽지 못해 바위에 올라 자신의 창자를 뽑아 내던지며 하느님께 탄원하였다고 한다. 기괴하고 잔인하고 강렬한 이러한 이야기는 유다인들의 민족애를 불태우기 위한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보였다.

이 성경에서는 특이하게 저자가 전면에 드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복잡한 싸움의 연대기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산란하게 할 것임을 미리 눈치챈 듯, 통계 숫자도 많고 자료도 방대한 역사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는 어려움을 피력한다. 그러면서 성전을 되찾고 도성이 해방되기까지의 이야기는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지만 이것이 하느님께서 유다민족을 버린 것이 아니라 교육하려는 것임을 강조한다. 성경 이야기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이런 저자 목소리의 직접적인 등장은 매우 새로웠다. 그리고 성경이 하느님으로부터의 직접 계시를 넘어서 인간들의 노력과 의지의 결과물로 등장한 중요한 전환기를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또 하나 알게된 재미있는 점은 유다인들이 로마인들에게는 매우 호의적이며 화친을 이어왔고 그리스인들과는 계속 관계의 줄타기를 이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신전을 제우스 신저으로 부르게 하고 디오니소스 축일 때 찬양 행렬을 하도록 강요받는 등 유다민족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 반면 로마인들은 대단히 강하지만 자신에게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우호적이었으며 임금없이 원로들이 날마다 백성들의 문제를 토론하여 다스리고 해마다 한 사람을 뽑아 통치하게 했다고한다. 로마가 유다민족을 괴롭힌 그리스와 시리아를 계속 격퇴시키고 물리친 것이 유다인들에게 믿음직스럽게 느껴진 것 같다. 아마도 로마는 그리스, 시리아와의 경쟁관계에서 유다민족을 호의적인 쪽으로 유리하게 활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건 마카베오하권 7장에 나오는 어머니와 일곱형제의 순교이야기였다. 이들은 법으로 금지된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강요당하며 고문을 당했는데 아들들이 차례로 믿음을 부르짖으며 죽임을 당하고 마지막으로 어머니도 아들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용감하게 견디며 아들들을 격려했다. 성경에는 이렇게 나온다. "고결한 정신으로가득 찬 그는 여자다운 생각을 남자다운 용기로 북돋우며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자다운 생각', '남자다운 용기' 이것이야말로 칼 융이 이야기하는 여성성, 남성성의 원형적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 문장에서 깨닫게 되었다. 가톨릭 성경에서 여성이건 남성이건 모두 '그'라고 칭한다는 사실을! '그녀'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걸 알게된 이후 의식적으로 여성을 대명사로 칭할 때도 '그'라고 적고 있는데, 한글 성경에서도 그렇게 적고 있었다니~~~ 갑자기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이제 진짜 역사이야기는 끝일까? 마카베오기의 마지막 문장처럼 '여기가 끝'이었으면 좋겠다.
(마카베오기는 가톨릭 성경에만 포함되어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