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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옛이야기 x 여성] 흰눈이와 빨간장미와 함께한 3주차 본문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일곱번째 주인공은 흰눈이와 빨간장미입니다. 흰눈이와 빨간장미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현재 2기가 진행중입니다.
[감시하는 초자아, 비난하는 난쟁이]
곰과 헤어진 흰눈이와 빨간 장미는 얼마 후 3번 집을 떠나는데 그 때마다 난쟁이를 만나게 된다. 난쟁이는 이야기 속에서 곰과 대립각을 이루는 캐릭터이다. 난쟁이는 왕자에게 저주를 걸어 곰이 되게 했고 보물도 빼앗았다. 그 저주는 난쟁이가 죽어야 풀리게 되어있다. 저자의 해석처럼 곰이 아이가 경험하는 성적 충동을 상징한다면 난쟁이는 아이의 내면에 어떤 점을 상징하고 있는걸까.
난쟁이는 항상 곤경에 처한 상태로 흰눈이, 빨간장미와 마주치고 소녀들은 매번 난쟁이를 도와준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러 숲에 갔을 땐 나무 틈 사이에 수염이 낀 난쟁이를 도와주고, 물고기를 잡으러 개울에 갔을 땐 물고기에 끌려가는 난쟁이를 구해준다. 마지막으로 도시로 가는 길에서는 독수리가 난쟁이를 붙잡아 가려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소녀들의 친절 앞에서 난쟁이의 태도는 볼썽사납다. 구해주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염을 자르고 웃옷이 찢어진 것에 대해 화를 내며 예민하고 까칠하게 반응한다.
"난쟁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곰의 얼굴을 덮어씌우고 보물을 훔치는 마술적 힘이다...
이런 태도는 사랑의 충동이 지닌 힘을 동물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힘을 지닌다."
저자는 난쟁이가 사회적 불안에 토대를 둔 어린아이의 양심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자연의 대립항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유년기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적 충동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맞이하게 된다. 곰과의 만남으로 상징된 이 만남은 어머니의 관용으로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곰과 잠시 멀어진 사이 난쟁이라는 강박적 양심이 내면에 등장한다. 그리고 사랑에 포함된 성적 충동에 동물의 가면을 씌워 격하시킨다. 착한 아이로 남지 못할까봐 불안에 떨게 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쟁이를 구해주는 이유]
성숙하지 못한 양심은 다른 사람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끊임없이 신경쓰게 만든다. 난쟁이는 부탁을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흰눈이와 빨간 장미에게 폭언을 하고 도움을 준 소녀들에게 자신의 외모를 망쳤다며 화를 낸다. 이러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소녀들은 난쟁이를 계속 구해준다. 이 부분은 무척 중요하다.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에너지도 성장과 변화의 과정에서는 우리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옛이야기는 말해주고 있다.
성적충동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그것을 온전한 내 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비록 경직된 양심일지언정 어린아이같은 불안이 이러한 역할을 해준다. 아이는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하려는 힘과 성장을 향해 뻗어가는 힘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조율을 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흰눈이와 빨간장미가 난쟁이를 대하는 태도가 난폭하게 날뛰는 양심의 요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곰으로 상징되는 깨어나는 성적 에너지를 장난치듯 다루며 길들였던 것처럼, 성숙하지 못한 양심 또한 차분히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참된 타협을 추구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들이 자신의 입지를 찾는 방식은 난쟁이, 이 유년기 기억의 찌꺼기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려 있다"
유년기에서 출발해 사춘기와 청년기를 거치며 인간은 어린 시절의 계율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스스로 결정하고 타협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고기로 상징되는 충동과 독수리로 상징되는 고압적 지성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흰눈이와 빨간장미는 마음의 균형과 조화를 간직한 채 서서히 성숙해가는 모습에 대한 아름다운 상징이다. 이들은 곰에게 문을 열어주고 어울리며, 예민한 난쟁이에 휘둘리지 않은 채 평정심을 유지한다. 이것은 자신의 힘과 자연의 힘을 온전하게 신뢰할 때만 가능하다.
저자의 해석을 읽으면서 성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고 휩쓸리며 조율해나갔던 나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문을 닫고 친구와 인형으로 야한 장면을 만들면서 낄낄거렸던 아동기, 19금 영화를 보기위해 머리를 굴리고 친구들에게 음담패설을 전파하며 즐거워했던 청소년기, 성적 에너지와 충동에 휩싸여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매번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었던 청년기까지. 성은 나에게 부끄러움, 죄책감과 함께 기쁨과 희열을 동시에 주었고 그만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요한 힘이었다.
얼마전에 '알고있지만,'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대학생들의 연애와 썸, 섹스에 대한 이야기인데, 20대 청춘의 성적 충동을 굉장히 솔직하게 그려냈다.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미친듯이 끌리며 몸이 반응하는 것 말이다. 나한테 20대 초반의 사랑과 연애는 마냥 풋풋하기보단 그런 성적충동들을 어쩌지 못하고 허둥댔던 기억으로 진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다른 첫사랑 소환 드라마들보다 '알고있지만,' 속 청춘들이 그 시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내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곰과 난쟁이의 싸움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만 이제 두 힘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긴 것 같다. 저주가 풀려서 곰이 왕자로 바뀌는 것을 성적 충동이 동물적 탈을 벗고 사랑이라는 인간적 교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곧 소녀들이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는 의미일까. 흰눈이와 빨간장미, 난쟁이와 곰의 4자대면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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