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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옛이야기x여성] 영리한 엘제와 함께 한 2주차 본문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네번째 주인공은 영리한 엘제입니다. 영리한 엘제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현재 1기가 진행중이며, 2021년 12월경 2기를 모집합니다.
[아버지와 똑같은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
엘제의 결혼은 여느 옛이야기와 달리 서로에 대한 운명적 끌림이 아니라 강력한 중간 매개자에 의해 정해진다. 아버지가엘제의 결혼을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결혼을 '당한다.'라고 표현한다. 아버지는 딸에 대한 구속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엘제의 결혼을 결정한다. 엘제의 결혼에 대해 또 하나 특이한 부분은 엘제를 결혼시켜야겠다는 아빠의 말에 엄마가 "이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오기만 하면요."라고 말하는 점이다. 결혼상대의 자격을 논하는 게 아니라, 엘제를 원하기만 하면 결혼시킨다니? 엘제에 대해 엄마가 얼마나 자신없어 하는지 드러나는 말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엘제에 대해 극명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엘제는 아버지의 과잉 요구와 어머니의 체념적 자기의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린다."
엄마, 아빠의 다른 태도 사이에 '갈린다'는 표현이 너무 적절하게 느껴졌다. 부모는 각자 자신이 대해져왔던 방식대로 자식을 바라보며 본인의 경험을 그대로 자식의 내면에 심는다. 어느 한쪽도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 상태에선 아이는 두 개의 시선 아래서 도망갈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하고 산산히 갈리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성과 여성으로서 오랫동안 존재를 경험해왔던 방식, 집안의 우두머리로서 명령하는 남편과 수동적으로 순종하는 아내의 관계가 엘제의 결혼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처벌의 불안과 강박]
어머니는 엘제의 비범함에 대해, '바람이 달리는 걸 보고, 파리가 기침하는 걸 듣는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영리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엘제가 얼마나 바깥의 자극에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엘제가 이렇게 민감해진 이유는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분노에 지속적으로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처벌불안에 이에 대한 은밀한 분노는 '곡괭이'라는 상징에 응축되어 있다.
엘제는 맥주를 가지러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자기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곡괭이를 보고 극심한 불안에 빠져 오열한다. 엘제는 위험한 곡괭이를 바로 내리지 않고, 불안이 잠식한 상상 속에서 계속 부유한다. 이는 영리함이라고 인정되었던 엘제의 '생각의 소용돌이'가 엘제를 불안의 구조로 더 파고들게 하고있음을 보여준다. 문제해결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한 생각인 것이다.
저자는 곡괭이가 영리한 엘제의 운명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불안의 삶을 사는 엘제의 삶을 상징함과 동시에 아버지의 폭정, 더 나아가 남성적 힘에 대한 불안과 분노와 저항을 나타낸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식들에 대한 잠재적 살해욕구를 상징한다고도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높일 줄 모른다면,
이 세상의 어떤 여자도 자식이 태어나는 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기뻐할 수 없다"
엘제의 자식들은 엘제가 자신의 내면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과제를 받고 어머니와 연결될 것이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똑똑하길 바라면서도 성공하길 원치 않는 모순적인 상태로 말이다. 곡괭이에 대한 비극적 상상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질 때 엘제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이런 모순이 작동하고 있었으리라.
엄마라는 역할에 사회적으로 허용된 감정이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진짜 나의 상태를 알아갈 때 방해가 되곤 한다. 아이에 대한 미움, 질투, 파괴본능 같은 바깥의 시선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감정들을 솔직히 마주해야 내가 풀어내야 할 과제를 자식들에게 심지 않을 수 있겠지.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알아주고 흘려보내기 위해서 내 안의 어두움을들여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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