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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진실이 인도하는 죽음과 거듭남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5기 2020 가을

[내 안의 여신찾기] 진실이 인도하는 죽음과 거듭남

고래의노래 2020. 11. 16. 15:56

일곱번째 모임에서는 '치유를 위한 단계별 접근'을 읽고 우리 안의 이야기들로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았습니다. 저자는 온전한 치유를 위한 12단계를 제안합니다. 자신의 믿음체계와 삶의 방식을 점검하고 내면의 인도자에 연결될 것을 강조하지요. 또한 그러기 위해선 감정에 솔직하게 머물고 몸의 메세지를 들으며 풀어내야 할 삶의 지점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임 안에서 우리는 몸과 마음, 과거의 경험을 살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머물게 된 '매듭의 지점'이 어디인지 마음 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들로 실마리를 잡아보았어요. 각기 다른 키워드들이었지만 공통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두 '진실된 마주함'이라는 관계와 관련된 것이었죠. 관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는데 집중하기도 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알게된 것들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가족과 내가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어요. 

나의 내면은 나에게서 기인한 것 뿐 아니라 가족들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관계 안에서의 직접적인 영향 뿐 아니라 가족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 또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었어요.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느꼈던 슬픔과 설움, 분노 등 해결되지 못한 깊은 감정의 파동이 우리에게도 와 닿았습니다. 나와 관련된 극적인 사건이 아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을 내 무의식은 깊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머리로 이해되기 이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몰아쳐 매우 혼란스러웠지요. 

진실이 치유한다. 


'맥락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반복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모님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내 것이 아니기에 중요하게 살피지 않았던 부모님의 힘든 삶에 다가서기도 했고 부모님이 감춰두었던 진실과 우연히 맞닦드리기도 했습니다. 당황스럽고 애처롭고 미안하고 화도 났습니다. 그리고 안도감도 들었어요. 이제 혼란스러움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이 느끼셨던 감정들을 체화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나는 거짓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모세대가 자식에게 넘겨주지 않으려 애쓰고 감당했던 것들이 오히려 자식들을 병들게 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직관과 감정을 깊게 신뢰하지 못해서 온전한 자기긍정에 이르지 못하지요. 그런데 가족과의 깊은 연결감을 통해 진실에 이르니, 그 진실을 넘어서 건강하게 서로 이별하며 나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되었습니다. 나와의 관계 안에서 평면적으로만 판단했던 부모님의 삶이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내가 만들어놓았던 부모님 상이 깨지자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겨났습니다. 

부모로부터의 진정한 독립 


스스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나의 힘이 필요합니다. 내 모양을 빚어내던 틀을 깨고 나와야하죠. 그렇게 우리는 권위와 신화로 작용하는 내 안의 부모를 부정하면서 성장합니다. 그것은 부모자식이라는 관계성을 벗어나 부모님을 사연을 가진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와 너무나 깊게 연결된 누군가를 다른 측면으로 '가만히 바라보는 힘'이 생길 때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부정이 독립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축복이 되는 것이죠. 

타이밍은 언제나 완벽했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진실이 다가왔습니다. 
내가 받은 상처에만 집중해서 누군가를 탓하기에 급급했던 시간들을 지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부모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감추어졌던 것도, 드러난 것도 '각자의 최선'이라는 완벽한 시간표를 따를 뿐이었지요. 그렇게 서로의 아픔에 대해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때에 막막하지만 용서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용서는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힘이 차오르면서 '되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하나의 완전무결한 상태가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매듭풀기의 과정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해서 오고, 부모는 자식들이 가진 삶의 과제를 위한 역할을 할 뿐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업이 이어진다는 건 저주의 뜻이 아니라 각자의 과제를 잘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다시 관계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내면의 인도자와 나와의 관계, 내 삶의 권위를 나에게 돌리는 것 말이지요.

나를 신뢰한다는 것


몸과 감정이 나에게 진실만을 전한다는 걸 믿게되자 내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나의 상황에서도 정말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올라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까지 우리는 역할과 조건에 촘촘히 공식화해서 순간의 진실된 감정보다 당위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나 자신에게 머물러보니 아이들에게 분노와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누리지 못하는 어린시절을 누리는 아이들에게 질투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 모든 상처와 아픔을 감당하며 아이들에게 잘하려 애쓰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상대방의 상처에 공감하려다 놓친 나의 작은 기쁨이 이제야 보이기도 했어요.

내가 믿었던 감정은 진정한 내 것이었다기보다 제도적 공식이나 반복적으로 경험한 감정의 패턴 속에 갇힌 것이었습니다. 온전한 치유를 바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깨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깊숙한 내면으로 들어가자, 슬퍼하는 나에게 애처롭게 머물고자하는 내 마음이 보였어요. 내가 진정한 치유와 행복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건 뼈아픈 진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에 대한 믿음의 공식도 깨면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에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 후에 뽑힌 여신카드는 술리스 여신이었습니다. 이 여신의 키워드는 놀랍게도 '치유'라고 하네요. 우리가 진실로부터 비껴나 있을 때에도 몸과 감정은 우리를 진실로 인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그것을 감당할 힘이 생겼을 때 이제까지의 관계와 믿음이 전복되며 진실이 눈 앞에 드러나지요. 그래서 치유는 단순히 힘이 차오르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이제까지의 나를 죽이고 다시 태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단히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사람과 관계, 감정 등 이 세상 모든 경험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때 2차원의 삶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시작될겁니다.

저자는 이 과정이 매우 힘들 수 있으니 지지그룹을 만들어 서로 도우라고 이야기합니다.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고 새롭게 차오르는 우리 자신을 환대할 수 있었던건 모임벗들께서 마음을 열어 건네주신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모임벗들에게 제가 안전한 사람이었던 것만큼 제 자신에게도 스스로 안전한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그렇게 나에 대한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가 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마무리합니다. 책의 메세지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일상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아요. 그리고 각자 꿈꾸는 미래를 함께 그려보겠습니다.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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