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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의지를 넘어선 받아들임의 힘 본문
다섯번째 모임에서 우리는 생명을 품고 세상으로 보내는 여성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여성의 생식력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았습니다. 고대에는 신비롭게 추앙되었고 중세에는 재산으로 여겨졌으며 근현대에는 상황에 따라 추동되거나 억압되었죠. 하지만 동일한 점은 그것이 관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여성의 생식력을 통제하려는 시도들은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힘인지를 반증합니다. 이 능력은 너무나 오랫동안 대상화되어서 여성들은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임신출산 때 여성은 신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엄청난 에너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저자는 임신과 출산을 여성이 자신의 힘에 대해 알아갈 환상적인 기회라고 말하는데요, 우리가 겪은 임신 출산을 떠올려 보니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을 여러 번 경험할수록 두려움이 옅어지고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자연분만이 힘들 꺼라는 의료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출산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모르지만 몸이 출산의 방법을 알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지요. 인류의 역사 내내 반복되었을 여성들의 출산경험이 나에게도 이어져 내려와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사실 나만의 힘이 아니라 나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초월적 힘에 대한 연결감이었어요. 경험하기도 전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이 뜨거운 믿음은 출산에 대한 온갖 무용담과 풍문을 넘어서 존재했습니다.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내면의 인도자에 따르는 것이 이러한 경험이 아닐까 싶었어요.
출산은 나의 힘은 물론이고 나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내 의지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동물적인 과정이었죠. 나를 믿는다는 것은 내 기대대로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라는 걸 알아갔습니다. 또한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출산진통은 인간이 경험하는 통증 중 유일하게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복하려 애쓰기보다는 통과하게 허락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출산의 주체는 나이지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인류가 두발걷기를 선택한 후 산도가 좁아지면서 극심한 진통 속에서 아기가 한번 빙글 돌아서 나올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출산이 동물처럼 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내가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출산은 이렇듯 나와 세상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며 그런 넘나듦 속에서 스스로의 힘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우리에게 주는 '나를 초월한 경험'에는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도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과 감당하기 힘들었던 헤어짐들이 있었지요.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태아와 엄마의 결합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결합'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땅히 그 만남이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가장 친밀한 경험이라는 건 만남과 헤어짐까지의 모든 과정이 우리 존재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킨다는 걸 뜻하지요. 갑작스런 만남과 헤어짐을 감당했던 건 삶에 지진이 일어난 듯 한 변곡점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각자 다른 선택을 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고, 선택을 했지만 기대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임신 이후의 선택에 대해 쏟아지는 바깥의 판단과 당위들을 견뎌내느라 우리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모임 안에서 내 이야기를 하며 나도 내 마음을 들었습니다. 각자의 선택은 달랐지만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피할 곳없이 몰아붙여졌던 심정...거기에서 만나 함께 눈물지었습니다.
"우리는 삶의 흔적들을 세포에 담고 살아간다."
위 문구는 저자가 사려깊은 임신을 강조하며 쓴 것입니다. 태내 기억이 몸 안에 남게 되니 여성들이 신중하게 생식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에겐 저 구절이 우리를 향한 의미로 다가왔어요. 모든 경험과 만남이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한 존재가 왔었고 우리에게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오점이 아니라 우리를 거듭나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나를 믿고, 삶의 권위자가 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내 삶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생각대로 실현하는 의지력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감당해야 할 것을 용기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벗어내야 할 것은 우리의 선택에 씌워진 다른 이들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풀어내야 할 것은 표현하지 못한 슬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한 용기에 대한 다독임일 것입니다.
이번 모임이 끝나고 뽑아주신 여신 카드는 프레이야와 아르테미스였습니다. 섹슈얼리티와 자매애를 상징하는 여신이라고 해요. 마치 외부의 시선에 갇히지 않은 온전한 몸으로서의 환희에 이르기위해 우리가 모임 안에서 나누는 연대와 공감의 작업들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모임에서 내 이야기가 판단없이 수용되는 모습을 보니 그 때의 경험이 진짜 나의 것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아와 영혼의 틈새에서 부유하던 그 때의 내가 편안히 내려앉는 듯 했어요. 나의 힘 밖으로 경계지었던 경험들을 이제 내 안으로 품어봅니다. 극복하고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손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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