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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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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5기 2020 가을

[내 안의 여신찾기] 나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하기

고래의노래 2020. 10. 11. 15:40

 [내 안의 여신찾기] 두번째 모임에서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4장을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이전 시간에 이제까지 나의 행동, 사고를 지배했던 중독된 삶의 관점을 돌아보았다면 이번 장에서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차원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저자는 몸, 질병, 세상을 바라보는 삐뚫어진 중독 상황을 자각하라고 외치며 다른 차원의 접근을 제안합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내면의 인도자'라고 이름붙였어요. 그리고 내면의 인도자에 닿는 방법으로는 감정에 솔직해지기, 꿈의 메세지를 들여다보기, 그리고 몸의 상태를 통해 삶을 돌아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감정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으면 감정을 들여다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면해왔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때로 상황에 따라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감정을 나타내는 건 감정을 자제하는 것보다 미숙하고 어린 태도라고 여기고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또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 과하다 싶을 만큼 감정이 격정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들이 무언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서 쓰일 때가 많았지요. 감정을 드러내거나 숨기는 표현 여부보다도 중요한 건 감정에 있는 그대로 솔직했는가의 문제로 보였습니다.

 

 흔히 우리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감정적'이라는 표현은 감정을 도구적으로 쓰는 태도에 대한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나 상황을 위해 감정을 드러낼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감정 자체에 솔직한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이런 선별적 제어뿐 아니라 감정에 휩쓸리는 것 또한 감정과 더불어 있는 것과는 다르죠. 한 모임벗께서는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은 감정을 묵살하지 않고 소화시키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정의하셨어요. 표면적으로 가부장적인 가족 안에서 살았건 그렇지 않았건 가부장적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치 구분은 우리가 스스로를 긍정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내 모습 그대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내 안의 메세지를 무시하게 했지요. 이제 그 메세지에 귀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그러한 믿음 안에서 몸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차크라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차크라는 몸의 중심 기둥을 따라 존재하는 에너지 중심점입니다. 저자는 몸의 질환이나 상태가 에너지의 흐름과 긴밀하게 연관이 있으므로 몸의 에너지 중심점인 차크라를 통해 몸와 삶을 살펴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돌아보면서 차크라와 연관시켜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다른 차원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영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성적인 논리 이면에 대한 신뢰의 의미로서의 영성말이지요. '영성'이라는 단어에서 보통 종교가 떠오르지만, 함께 이야기해보니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영성은 자연과의 경험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대하는 주변의 태도로부터 느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느낀 경이로움이나 엄청난 위력의 자연재해 앞에서 느낀 압도감으로부터 영성을 떠올렸습니다. 절기에 맞춰 살아가는 풍습 속에서 자연의 리듬감을 익히고, 집안 곳곳을 신성시하며 어른들이 치르는 제사와 의식 속에서 모든 것에 깃든 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조용하지만 묵직한 권위 안에서 자손을 애틋하게 품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어떤 영적인 힘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미사를 드릴 때면 마음을 평온해지고 모든 미움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정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요. 거대한 질서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식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예를 갖추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받아들이게 하는 경험들이었습니다.

 

 내면 작업을 할 때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좋은 이유는 상처를 나누고 공감받는 위로도 있지만, 모임벗의 구체적인 삶이야기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날 한 모임벗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주었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고 보이지 않는 힘들을 존중했던 어른과 함께 했던 모임벗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차오르는 내적 충만함과 풍요로움을 선물했어요.

 

 

 결국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연결감의 회복'이 아닐까요. 과학적 이성의 세계에서 외면받던 세계로의, 우리의 뿌리인 자연으로의, 또는 무시당한 여성성으로의 연결 말이지요. 그리고 그건 결국 나 자신으로의 연결로 이어지는 길일 겁니다. 모임이 끝날 때 타로카드를 배우고 계신 모임벗께서 모임의 의미를 나타내주는 카드를 한 장 뽑아주셨는데, 뽑힌 카드가 위 이미지의 수메르 여신 카드였어요. 놀랍게도 이 여신은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화면으로 만나지만, 우리가 모임 안에서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눈으로, 또 보이지 않는 기운으로 확인한 듯 했습니다.

 

 다음 모임부터 우리 몸의 부분부분들을 자세히 살피고 거기에 연관된 삶의 시간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에너지가 흐르다 멈춘 그 곳에서 시작해보아요. 다음 주에는 '월경'이라는 통과의례를 지나는 우리의 지난 시간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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