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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연약하고 반짝이던 그 시절의 우리에게 본문
네번째 모임에서는 성기기관들과 유방, 그리고 성적 에너지에 대해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나의 창의적인 에너지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관계는 주로 은밀하게 무의식적으로 작용했고 결국 바깥의 생각을 내면화하게 했었죠. 이번에는 몸으로 만나는 보다 직접적인 관계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몸과 몸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을까요.
주고받는 것은 육체 뿐이 아니다
질, 요로, 자궁경부와 방광점막에는 신체 면역세포의 80%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성이 다른 이와의 관계 속에서 일방적으로 통제받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이를 개선시킬 힘을 느끼지 못할 때 이 부분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이 부분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것이죠. 질염, 외음부 낭종, 질분비물, 요로감염 등 우리가 겪었던 이 부분의 질환들과 그 당시의 상황을 연결지어 보니 몸과 마음의 연결이 확실히 보이는 것 같았어요.
심리적으로 옭죄어 들었을 때 질환이 생겼고, 스트레스 상황이나 피곤했을 때 확실히 심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이었던 순간이 있었던가 싶어 슬펐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들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된 분들이 많았는데 놀라운 것은 그 변화의 시기가 적극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돌보기 시작한 이후라는 점이었어요.
돌아보면 몸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순간에도 메세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어쩌지 못했던 상황에서의 성적 경험 이후 머리로는 모든 걸 합리화했지만 해당 부분에 갑자기 질환이 생겼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를 대신해 분노를 표출해주고 울어준 것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성관계는 몸과 몸의 결합이고 구체적으로 여성에게는 성적 기관이 다른 이에게 열리는 행위이지요. 이런 '주고받는' 육체적 행위들은 심리적 경계의 은유로도 생각되었어요.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어디까지를 허락하고 어디까지 나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경계의 울타리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관계의 성격과 상관없이 그들은 서슴치 않고 경계를 넘어 우리 몸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거절하지 않는 것이 친절한 것이라고 교육받았고 관계에서의 평가가 나에 대한 가치로 연결되었기에 거절의 말들은 우리 안에서만 메아리쳤지요. 내 힘으로 경계짓지 못해서 누군가의 권위로 인해 저절로 울타리가 쳐지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습니다. 내 몸을 향해 욕망의 손들이 계속 뻗어오자 결국 스스로의 몸을 '유혹체'로 느끼며 나에게 모든 원인을 돌려버리기도 했어요. 때론 여성적인 신체발육이 시작되었을 때 주변에서 혐오하는 눈빛을 느낀 이후 성적인 모든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내면 경험은 결국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저자는 성적인 에너지를 섹스와 관계없이 생명에너지, 장조적인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젊음과 생기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에너지에 닿고 싶은 욕구는 우리에게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다만 욕구의 실현에는 소극적이었어요. 그러한 경험을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기보다는 파트너가 '주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거절'은 이제 가능하지만 적극적인 '요구'까지는 아직 힘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느끼는 성적 흥분이 남성적 시각을 내면화한 상태는 아닌지 계속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체적으로 성적인 관계에 참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한 적이 없기에 혼란스러웠어요.
내 존재를 파괴하지 않고 다른 이를 품는다는 것
아이들만은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길 바랐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성적인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답이 있다기 보다 성적인 주제에 대해 질문할 수 있고, 이야기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우리가 그런 어른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결국 그러한 어른들의 태도 속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질테니까요.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대상화시키지 않는 것, 존재로 단단히 서서 머무는 것은 어떠한 모습일지 우리는 오래 생각하였습니다.
성기기관들과 유방은 각각 차크라 2번과 4번과 연결됩니다. 저자는 여성들이 차크라 2번의 창의적인 에너지와 차크라 4번의 사랑의 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무의식적 차원에서 다른 이에게 억압당하는 강간원형과 보살피고 챙기려는 모성원형을 동시에 발현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위하고 품고 사랑하면서 그것을 내 존재를 파괴하지 않는 경계 안에서 행하는 것, 다른 사람을 위해 진실하고 적극적으로 나를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선택은 오로지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존중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모임에서는 월경 즈음의 10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번 모임에서는 20대의 우리가 소환되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슬퍼했어요. 건강하게 관계맺지 못하고 함부로 어설펐던 그들을, 몸과 마음을 내 것으로 갖지 못하고 밖으로부터 나를 찾던 그 시절의 연약한 우리를,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던 그 시절을 애틋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때의 우리를 다그치지 않고 보듬어 안아주고 싶습니다. 힘든 시절 버텨주어 고마웠다고 등을 쓸어내려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임 안에서 그런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임이 끝날 때마다 타로 카드를 뽑아주시는 벗께서 이번에는 주체성 관련 카드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슬픔 카드가 나왔다고 하셨어요. 저는 오히려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는 건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그 여신 곁에는 많은 뱀들이 있었습니다. 뱀은 고대로부터 여신의 중요한 상징이었고 허물을 벗고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부활을 나타냅니다. 뱀과 함께하는 여신 카드를 보면서 존재가 아팠던 그 시절을 잘 벗어내고 충분히 애도하며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고 다시 거듭나는 우리를 상상해보았어요. 취약했던 시절을 스스로 보살피며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작업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와의 연애를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듯 나를 자주 떠올리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지금 관심있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사랑스럽게 살피고 돌봐주려 해요. 그렇게 나를 충만하게 채운 후에 흘러넘치는 다정함 속에서 '다른 이를 위한 나의 선택' 또한 가능해지겠지요.쓰리고 아픈 나의 그 때를 나눠주시고, 함께 슬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생식력과 임신, 출산 부분을 읽고 생명을 품고 낳는 우리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요.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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