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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무기를 거두고 나에게 순종하기 위하여 본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마지막 부분에는 의학적 치료, 식이요법, 운동 등 건강에 대한 저자의 실제적인 조언들이 이어집니다. '몸의 건강'을 말할 때 보통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지요. 물론 저자의 조언은 아침건강 프로그램의 정보와는 다릅니다. 모두에게 절대적인 방법이란 것은 없으며 내가 택한 것이 진정 '나의 선택'인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치유의 방법은 많다, 당신에게 적절한 방법은 그 시점에 당신에게 가장 합당하다고 느껴지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건강법과 내면의 인도가 일치해야만 한다."
몸이 아플 때 우리는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쉬면서 회복되길 기다릴 수도 있고, 대체요법들을 사용해볼 수도 있고, 의사를 만나러 갈 수도 있지요. 문제는 그것이 내면의 인도에 따른 결정이었냐는 것입니다.
인간의 몸에 대한 의학적 연구는 많은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그것을 전하는 의료진에 대해서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내세우는 '정보를 가진 자의 권위'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선택의 심판관으로 '유일한 치료법'을 판결내려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대체요법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명확한 의학적 근거에 믿음이 가기도 했고, 나의 걱정을 누그러뜨려주려 노력하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의료진들을 만나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건강을 다루는 의료진이 되는 길과 의료진이 활동하는 의료체계라는 시스템 자체에 소통, 공감, 마음의 돌봄이 배제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에게 더 감사하게 되었어요. 저자의 말대로 '전례없는 길을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선택이라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의식해야 합니다. 의사의 권위나 한 쪽으로 기울어진 신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 뒤 '내'가 선택을 내려야 하지요.
먹는 행위와 먹거리 또한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은 단순한 영양소의 차원을 넘는 문제입니다. 나의 컨디션에 상관없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야만 하는 의무감 속에서 요리는 '나를 위한 행위'에서 멀어졌습니다. 먹는 것은 생존의 기본이지만 요리가 너무 힘들고 식욕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성깃든 요리과정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가 깃든 음식을 가족에게 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엄마세대만 해도 요리에 의지를 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현대 도시에서의 삶에서 요리는 직업의 세계로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를 위한다며 생시금치와 오이에 고추장으로 차린 밥상을 받았을 때 뭉클해졌듯이, 요리는 분명 누군가를 향한 돌봄과 연결된다고 느껴졌어요. 나 자신을 돌봄으로서 내면에 충만함과 생명력이 차오르면 다른 사람도 진심으로 돌볼 수 있게 될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더라도 생각과 느낌을 통해서 치유를 위해 필요한 상황을 끌어당길 수 있는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라."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믿는 건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나를 믿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았어요. 그것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마법이 아니라 생명의 살아가려는 힘을 믿는 것이고, 스스로의 힘이 다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전한 치유를 위해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도 생각되었어요. 그것은 기쁘고 힘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고통스럽고 힘든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온전한 치유를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일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삶의 패턴에 중독되어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힘듭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중독상태로 가부장적 문화나, 흑백논리, 서열화 등 바깥의 인식만을 떠올렸었는데, 일상의 패턴으로 돌아보니 중독을 다른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었어요. 다른 가족의 허기는 물론 정서적 욕구까지 채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중독되어 있었고 '고통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라는 말에도 여러 방면으로 중독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저 말 속에는 중독된 현실을 견디게 만드는 헛된 희망이 들어있다는게 이제 보이기 시작했어요. 결국 내 상태를 잘 알아야 나를 믿을 수 있다는 걸 알 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은 '분노를 철저히 체험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독된 삶의 패턴을 자각하고 이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분노의 에너지는 분명 동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그리고 '나' 중심의 삶에 너무 메몰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경각심도 올라왔습니다. '희생'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기꺼이 내어지는 마음을 중독으로 판단하거나, 관계 안에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몸의 신호들을 주시하되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에서 겪게 되는 증상들은 조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중독된 나를 버리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온전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 분명하니, 내가 극복해야 될 '고통'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 또한 필요해보였습니다.
위 작품은 미리암 샤피로의 '폭발'입니다. 그는 '여성'이라는 주제를 예술분야로 가져온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입니다. 특히나 바느질, 자수, 아플리케 등 여성의 가사일로만 여겨졌던 수공예를 '예술'의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는 천 콜라쥬 작품들이 유명하지요. 이 작품에서는 각종 짜투리 천들이 캔버스 사방으로 터집니다.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보는 사람에 따라 분노, 환희, 열정 등 여러가지를 느끼겠지만 저에게는 그런 감정을 넘어서 '여성의 에너지', '여성의 삶을 통해 태어나고자하는 것들'의 힘찬 행진이 보이는 듯 했어요.
"나의 치유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이 당신을 통해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안에는 '제대로 나로 살아가게 하려는' 힘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내면의 목소리가 우리를 두드리지요. 그래서 저자는 치유를 위해서는 몸이 주는 메세지를 거부하려고 싸우지 말고 '무장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나를 믿는다'는건 나 자신에게 겨누었던 무기를 거두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안전한 사람이라는 걸 믿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사 중의 기도문을 통해서 또는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거나 타로카드를 해석해보는 등 일상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심지어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도 당장 해야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치유의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맞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다만 진실이 우리를 치유하고, 우리는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몸의 메세지에 귀기울여야 하겠지요.
나는 '현재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존재'이고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뀌면 주변의 에너지도 바뀐다는 것도 실제로 경험하고 있었지요. 치유는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도' 집중하는 것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그 길 위에서 각자의 지점이 다르지만 모임벗들과 함께 같은 지향을 갖고 가고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하네요.
이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는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읽으며 심리의 원형적 에너지로부터 우리를 돌아봅니다. 우리가 현재를 넘어서는 존재임을 그리스 여신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아요.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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