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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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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4기 2019 가을

[내 안의 여신찾기] 우리가 기다렸던 바로 그 사람

고래의노래 2019. 11. 16. 21:16

 여덟번째 모임에서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 '의학치료', '식이요법', '운동'에 대한 부분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마무리하며 몸과 감정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알게된 것, 새롭게 다짐하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외부에서 주어지는 건강법과 내면의 인도가 일치해야만 한다."

 병원은 우리에게 대부분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2~3분의 짧은 진료 시간은 단순히 증상을 설명하는 것만도 빠듯했지요. 의사들은 권위적이었고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환자의 역할은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처방에 순순히 따르는 것이었죠. 신체증상때문에 왔지만 아픈 마음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약 대신 이웃과의 대화를 처방한 의사의 이야기나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마을 약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의료전문가가 지시를 내리는 권위자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한 조력자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을 나누었어요. 저자는 불길한 느낌이 들면 환자는 언제든지 수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수술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한 치료방법에만 집착하는 것은 중독증세이고 어떠한 치료법이든 치유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그 시점에 가장 합당하다고 느껴지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열린 가능성 안에서 행복해지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통해 치유에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죠.

"무의식과 의식의 차원에서 음식은 우리가 안전하고 보살핌을 받는다고 느끼게 해준다."

 음식은 우리에게 많은 부분 숙제였습니다. 음식과 건강과의 깊은 연결을 모르지 않기에 건강한 먹거리를 가족에게 주고 싶다는 욕구는 강했지만 가족들이 이 의지에 모두 잘 따라주는 것도 아니었고 음식준비 자체도 힘이 들었습니다. 요리가 가족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기에 가족의 반응에 이리저리 흔들렸고 나를 위한 활동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요. 내가 빠져있는 요리는 음식준비에 대한 기쁨과 충만함을 알기도 전에 부가되는 의무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뭐야?"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짓눌리는 책임감에 폭발하듯 분노가 치밀었어요. 

 저자는 음식에너지가 재배, 가공, 요리의 과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고유의 에너지장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이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요리와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니 부모님이 요리에 대해 보여주셨던 태도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대접받았던 음식이 얼마나 우리를 훈훈하게 해주었는지 기억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것이 다시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책임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저자는 스스로 음식과의 관계를 돌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배고플 때 먹고 배고프지 않으면 안 먹고 있는지, 먹는 이유를 솔직하게 생각해본다면 무엇인지, 바깥의 기준에 맞추어 음식을 조절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라고 하지요. 그러면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최고의 식사법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내면의 인도에 따르게 되면 내가 원하는 음식이 나에게 알맞는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죠.

"내면깊이 자리잡은 자아를 잊기 위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신경안정제를 남용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몸을 움직일 일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운동은 오래전부터 숙제였습니다. 하기 싫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야하는 것이었죠.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 경우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운동에 대한 이러한 의식에 대한 변화를 강조합니다. 운동을 자연의 정복처럼 여기면서 '고통없이 얻는 것은 없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몸의 움직임 자체를 즐기라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가장 좋은 운동은 실제로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발레, 요가 등 여러 운동을 시도해보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은 무엇일지 찾아보려했고 운동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못해 샤워하며 스쿼트를 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몸을 움직이는 게 어색해서 고민이기도 했고 예전에 즐겼던 춤을 지금은 하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호흡을 중요시하는 수련을 하다가 권위적인 분위기때문에 그만두기도 했구요. 끊임없이 몸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노력이 빛나 보였습니다. 


 위 그림은 덴마크의 국민 화가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의 'Summer day on Skagen's southern beach'라는 그림입니다. 크뢰이어는 스카겐 해변의 풍경을 다양하게 그림으로 그렸는데요, 그 중 홀딱 벗고 건강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지요. 바다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남자아이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여자아이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긴 치마까지 입은 아이는 뱃머리에 옷을 다 벗어놓고 발가벗은 채 바다에 뛰어든 아이들과 대조를 이룹니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바다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해변의 아이는 고개를 숙인채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심지어 제 둘째아이는 그림 속 저 아이를 보고 "허수아비가 서 있네."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몸에 대한 권위는 삶에 대한 권위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의학치료, 식이요법, 운동을 이야기하며 일관되게 몸의 귄위자가 될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건강에 이르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면서 내가 중독되어 있는 부분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 다른 무언가를 위해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고 있다면 그건 담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니 담배필 때 담배 생각만 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오롯이 담배의 향과 맛을 느끼면서 마주하면 담배와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모든 음식과 운동, 생각 심지어 인간관계에까지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마주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을 꾸려갈 힘이 당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치유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남편에게 요리를 하게 하면서 요리의 의무감을 분산시키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고, 라면 하나라도 맛있게 즐겁게 먹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나 자신과 음식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무언가에 집중하면 몸을 혹사시키곤 하는 스스로를 인지하면서 몸을 존중할 수 있도록 깨어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지요. 저자는 우리가 과거에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를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누군가가 한 번 기록을 깨기 시작하면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한계를 줄줄이 넘어서게 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용기가 집단의 에너지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단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라는 것도 지적합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의 치유가 세상의 치유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삶으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하고 있는 과제에 따라 느낀 점들이 다양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하여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했고, 나는 변화하는데 남편은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 아쉽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게 된 것을 큰 변화로 꼽으시면서, 그렇게 되니 오히려 가족들간의 관계도 좋아졌다고도 하셨어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스스로 나에 대한 권위자가 되라'는 저자의 말과 연결되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고 그 시작은 행복하기 위한 나의 적극적인 시도 속에서 가능합니다. 우리가 되찾기 바라는 권위는 누구를 향한 권위가 아니라 나에 대한 권위였지요. 그렇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고 이것을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나 자신에게 스스로 안전한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랐어요.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무엇을 하길 원하나요? 일광욕을 하고 싶나요? 아니면 물 속에 뛰어들고 싶나요? 모래 위에 글씨를 쓰고 싶을 수도 게를 잡고 싶을 수도 있지요. 그 무엇이든 나의 생명력이 드러나는, 행복을 향한 선택을 해보리라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우리다"

 얼마전 있었던 여신모임 후기 글의 검열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기 위해 저는 몇 주동안 이리저리 애썼습니다. 이상을 외치다 현실에 멱살잡힌 듯한 그 경험이 저에게 준 상처가 꽤 깊었어요. 제가 바랐던 대로 당사자들끼리의 소통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이 사건을 기사로 쓰고 공론화하면서 제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선명해지는 듯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건 '나 스스로만이라도 나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자.'라는 간절함이 이끈 행동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모임이 끝나고 계속 '온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고 변하게 하는 데는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새싹이 움트는 것, 병아리가 깨어나는 것, 발효가 일어나고 자동차 엔진이 돌아가는데도 온기가 필요합니다.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는 변화를 나누고 새로운 시도들을 응원하며 모임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듯, '우리가 기다렸던 우리'가 될 수 있게 다정한 온기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책을 시작합니다.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의 '처녀여신 셋'(~p183)까지 읽고 만납니다. 이제까지 몸을 통해서 우리를 만나보았다면 이제 우리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  [내 안의 여신찾기]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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