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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가.차. 페미니즘 만나기] 사랑하고 상상하고 상처받는 성장통 본문

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페미니즘 만나기

[함.가.차. 페미니즘 만나기] 사랑하고 상상하고 상처받는 성장통

고래의노래 2019. 7. 2. 15:48

 이번 주부터 3주간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습니다. '모두의 페미니즘'을 읽으며 페미니즘에 연결되어 있는 여러 이슈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의 배경이 미국인만큼 책내용과 우리의 삶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지요. 한국 여성의 삶에 밀착된 페미니즘 이야기를 ' 페미니즘의 도전'을 통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2005년에 처음 나왔는데 증보판으로 이어지며 쏟아지는 페미니즘 도서들 사이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읽어보니 그만큼 핵심을 꽤뚫는 내용인데다가 저자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블랙유머를 터트립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이러한 리드미컬한 흐름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을 쉽게 써야한다는 의무감을 일찌감치 내려놓습니다.  '페미니즘은 어려워야 하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요.  페미니즘은 익숙하지 않은 세계관이므로 노력해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이미 남성의 언어이기 때문에 지닌 한계에 대해서도 인정합니다. 언어를 사회를 드러냅니다. 흔히 쓰이는 욕에는 가부장의 질서를 흔드는 것이 얼마나 극악한 '범죄' 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사생아(私生兒)라는 말에는 출생을 공사의 구분으로 가르는 기준이 들어있고 자궁(子宮)은 이름부터 '아들'을 위한 방입니다. 아줌마라는 단어에 들어간 혐오담론은 단어의 유래보다는 단어가 쓰여지는 과정에서 사회인식이 입혀진 예입니다. 모성과 섹슈얼리티라는 핵심 여성성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인식이 아줌마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게 된 배경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여성과 남성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범주화됩니다. 주로 여성은 약자일수록 여성으로 인식되고 남성은 강자일수록 남성으로 간주되는데 이 맥락은 포르노 산업으로도 이어집니다. 2004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위안부 누드' 사건은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극대화되는 남성와 여성의 성별 권력차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했던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지배와 폭력을 에로틱하게 느끼게 된 것은 결국 여성의 성적 쾌락을 남성의 권위 안에서만 허용하는 권력구조와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가부장제는 모순된 메세지를 전하면서 여성들의 내면을 분열시켰습니다. 조신해야 한다면서 은근하게 섹시함을 드러내야 하는 이중과제를 부여합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만큼 중요한 역할이 없다며 가정의 울타리에 옭아메죠. 우리는 가부장제에서 정의한 '성공'이라는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 명예남성으로서 살아야 했습니다. 여성들은 성공이라는 것, 잘산다는 것을 다시 정의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토마스와 친구들' 그림책입니다. 사장님에게 인정받는 '쓸모있는 기관차'가 되기 위한 기차들의 노력이 그림책 내내 이어집니다. 지시에 대한 의문이나 고민은 "쓸모있는 기관차는 말대꾸를 하지 않아."라는 사장님의 한마디로 저지되지요.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틀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책과 동요에 나오는 억압의 틀을 제거하거나 이를 인지시키려고 했지요. 아내는 존대말을 쓰고 남편은 반말을 쓰는 그림책 속 기울어진 대화를 둘 다 경어를 쓰거나 반말을 쓰는 대화로 바꾸어 읽어주었습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노래를 부르는 아이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찌부릴 수 있는거야."라고 말해주고 '울면 안돼~'라는 동요에도 "속상하면 울어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루돌프 사슴 코'노래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코가 좋다고 하니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네. 사슴들이 인정도 없지만 생각도 없다!"라며 권위의존적인 사슴들을 비판했지요. ^^;

 

 우리는 아이들이 한계과 규범을 넘어 자신들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페미니즘은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고 경계에 선다는 것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는 책에서 이 문장을 읽고 꿈모임에서 읽은 책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상상력의 세계와 닿아있는 사람은 언제나 일종의 혁명상태'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상상력은 주어진 틀을 넘어 생각해보는 능력입니다. 마땅한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힘이죠. 꿈이라는 무의식의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도 내 안의 다른 힘을 인지하고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틀을 부수고 나아가는 혁명적인 일이겠지요.

 

 우리의 상상을 가로막는 내면의 틀은 무엇일까요.  동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여성들로서 큰 맥락 안에서 비슷한 역할 규범에 메여 있었지만 부모님이 주는 영향에 따라 규범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는 각자 달랐습니다. 엄마로 상징되는 여성성을 거부하며 살다가 이제 화해하고 싶어하기도 했고, 뚜렷하게 권위적으로 다가왔던 역할구분이나 억압이 없기도 했지요. 엄마와의 내면갈등 너머에서 아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일하지 않는 나를 안타까워하기도 했고 잠시 일을 멈춘 나에게 가정 안의 행복을 설파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여성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여성 해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무시되어 왔다는 것이죠. 여성들의 과제는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감의 연대와 함께 서로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해 헤쳐나가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고통을 말하는 것은 고통만큼의 상처라고 하면서 내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겪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단순한 묘사행위가 아니라 '개입하고 헌신하는 실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삶은 정치이고 논쟁은 필수입니다. 논쟁이란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과 그것이 형성된 과정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의 뿌리를 더듬어가고 다른 사람의 뿌리도 살펴보았습니다. 모임벗들께서는 상대가 뼈져리게 공감한 문장에 내가 울림을 받지 못했더라도, 다른 경험 속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꺼라고 생각했다고 하셨지요. 자신의 틀을 깨고 나간다는 것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경험에 이입하려 애써보는 상상력 속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그것은 '나도 그랬어요.'라는 공감만큼이나 마음이 연결되는 따뜻함이었어요.

 

 내 인식체계의 틀을 인지하고 거기에 다른 사람의 경험을 더해 더 넓은 세상을 꿈꿔봅니다. 그리고 그 꿈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다시 바라봅니다. 이건 결국 서로의 삶에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면서, 드러나는 고통을 내면의 자원 삼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므로'라고 말합니다. 여성들은 지금의 나를 사랑하면서도 새로운 나의 가능성을 깨닫고 그 간극통을 성장통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나를 열어 기꺼이 서로에게 오염되는 선택을 해주시고 함께 머물러 감사합니다. 같지도 다르기도 한 그 마음 속에서 나를 사랑하고 상처받을 용기를 얻습니다.기꺼이 손잡아주신 그 마음 속에서 나를 사랑하고 상처받을 용기를 얻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페미니즘의 도전' 2부를 읽고 만납니다. 쉽지 않은 저자의 언어를 통과하고 우리가 삶을 이야기하면서 받는 상처들이 '대화'라는 최음제를 통과하여 '깨달음'이라는 희열에 가 닿기를 소망합니다. ^^


* <함께, 가만히, 차근차근 페미니즘 만나기>는 6주간 두권의 책을 읽고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 치관인 페미니즘을 이해하면서 내 삶의 필터로 적용시켜보는 페미니즘 기본 모임입니다. 현재 진 행중이며 아래 신청 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https://forms.gle/MbCc9mN9SNRy8Rpt6

 

[페미니즘 만나기] 모임 참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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