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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가.차 페미니즘 만나기> 페미니즘이 돌아가야 할 곳 본문

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페미니즘 만나기

<함.가.차 페미니즘 만나기> 페미니즘이 돌아가야 할 곳

고래의노래 2019. 6. 11. 01:21

 <함께, 가만히, 차근차근 페미니즘 만나기> 첫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앞으로 3주간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함께 읽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처음부터 명확합니다.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라고 책의 첫 문장에서부터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로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단호히 부정하면서 페미니즘의 가치가 변해온 역사를 되집고 페미니즘의 본래 의미를 살핍니다.

 

 혁명적 페미니즘의 초기 의식화 운동에서 여성들은 함께 모여 상처받고 착취당했던 삶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면서 치유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의식화 모임은 연대의 장을 넘어 사고 전환의 장으로 기능했는데 이는 단순히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하는데 머물지 않고 자신 안에 내면화된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제를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성차별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사회체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강화하는데 남성과 여성을 떠나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지요. 이러한 사고의 전환과 깨달음을 광범위하게 전파하기위해 이론화가 시작되었고 그 결과로 여성학이 제도화되자 의식화 모임은 와해되고 자신들의 계급상승을 위해 페미니즘의 입장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의 중심 논제가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저항과 직장 내 성평등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중심 논의가 항상 백인중산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사회체제 안에서' 남성과 평등해지길 원했던 개혁적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여성들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었고 자신들의 경제적 독립성을 위해 취약 계층의 여성들을 가사도우미로 끌어들이면서 인종과 계급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자매애에 한계를 불러옵니다. 예방의학과 피임, 피임기구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에 대한 '임신선택권'이 아닌 '임신중단권'으로 이슈가 집중된 것도 그것이 백인중산층 여성들에게 가장 긴급한 이슈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성차별주의에 기반하고 이를 공고히 하는 현 체제에 대한 혁명적 변화를 꿈꾸는 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안에 내면화된 가부장제를 깨닫는 바로 그 단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위 사진은 2017년 뉴스광장의 화면입니다. 무언가 어색한 게 느껴지나요? 이 때 아나운서들의 파업으로 잠시동안 중년여성 간부가 뉴스를 진행했었습니다. 중년남자 아나운서 + 젊은여자 아나운서라는 '커플 공식'이 깨진 장면이었죠. 의도적인 변화의 시도가 아니라 파업이라는 어쩔 수 없는 배경이 만든 상황이기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내면화된 성차별 공식 중 하나가 인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안경을 착용한 여성 아나운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우리는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돌아보고 지금 내 삶에서 페미니즘적 가치관과 갈등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가부장제가 그들의 삶이었던 부모님 세대와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직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
- 나의 종교와 페미니즘이 대치하는 듯한 상황에서 느끼는 불편함
등이 이야기되었어요.

 

 저자는 성차별주의적으로 정의된 미의 기준을 깨는데 페미니즘이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꽉 막힌 페미니스트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묵살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건강한 선택인지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개입했다는 것이지요. 저자가 강조하는 '체제 변화' 전에 지금 나의 현실 안에서 무엇을 의심하고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이처럼 우리도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여성의 수만큼 다양한 페미니즘이 있다는 시각의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의 근본 의미를 약화시킨다는 저자의 비난에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혼란 중에도 끊임없이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긍정받기 못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페미니즘을 내 옷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나만의 페니미즘'이라는 현실적 타협안 안에서 위안받고 싶기도 했습니다.

 

 '착취나 억압 체계의 피해자가 되거나 거기에 저항한다고 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마음으로 페미니즘을 좀 더 알아가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함께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마음들을 모임에서 열어보이고 새로운 깨달음을 서로 나누면서 힘을 얻습니다. 저자가 '페미니즘이 돌아가야 할 자리'라고 했던 의식화 모임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모임 속에서 자매애가 시작되는 게 아닐지요.

 

 다음에는 12장(~p169)까지 읽고 만납니다. 인종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심도있게 이어집니다. 저자가 흑인 페미니스트로서 갖게 된 넓은 시야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날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다정하게 손잡고 끌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살짝 뒤로 하고 계속 벨 훅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 <함께, 가만히, 차근차근 페미니즘 만나기>는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페미니즘 기본모임니다. 6주간 두권의 페미니즘 책을 읽고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치관인 페미니즘을 이해하면서 내 삶의 필터로 적용시켜봅니다. 현재 진행중이며 아래 신청 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https://forms.gle/MbCc9mN9SNRy8Rpt6

 

[페미니즘 만나기] 모임 참여 신청

 

doc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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