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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3기 : 10> 생애주기 속 우리의 모습들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 열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상처받기 쉬운 여신들'로 구분된 헤라, 데메테르, 페르세포네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살펴보았습니다. '상처받기 쉬운 여신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내리는 여신들입니다. 헤라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서야 자신이 완성되었다고 느끼고 데메테르는 누군가를 보살피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며 페르세포네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지요. 그들은 각각 아내, 엄마, 딸이라는 역할을 대변하며 여성의 생애주기를 반영하는 여신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는 관계의 탄생 속에서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은 그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관계를 통해 바라본 우리의 모습
결혼과 임신은 각자에게 매우 다양한 결의 경험이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선택을 고려해보지 않은 너무나 당연한 인생의 흐름이기도 했고 갑작스럽고 놀라웠지만 돌아갈 수 없는 거대한 파도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공통적이었던 것은 그 관계가 만들어진 이후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변화는 결혼을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기 보다 커다란 가족으로의 편입으로 여겨지는 한국적 문화로부터 많은 부분 기인한 것이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내면에서의 변화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관계지향적 여신들은 관계 안에서 받는 희열과 상처의 깊이 만큼이나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원형들입니다. 이 원형의 영향력 안에 있을 때는 스스로 그러한 상태라는 것을 자각하기가 힘들고 맹목적인 상태가 되어버리기 쉽지요. 저자는 헤라 여신을 결혼의 원형으로 설명하며 결혼 자체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결혼을 결심하며 우리가 배우자에게 끌렸던 감정의 원천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배우자의 어떤 점에 강하게 끌렸는지를 떠올리면서 그것이 나 자신의 것으로 통합하고 싶은 점들이 아니었는지 살펴보았어요. 또한 이혼을 상상해보면서 나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였는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결국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는 우리 안에 새로운 감정과 욕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것은 한없는 충만감이기도 했고 숨막히는 부담감이기도 했으며 아이들이 독립할 미래의 어느 날에 대해서는 좌절이기도 했고 해방감이기도 했지요. 관계는 우리를 쉽게 정의내려줍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흔히 어떠한 역할로 설명하지요. 또한 관계 안에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면 내 존재 자체가 긍정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관계 원형 여신들의 에너지는 우리를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이면서도 스스로의 내면과 멀어지게 하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기도 한 것입니다. 기준이 외부에 있다는 것은 그렇게 취약한 상태입니다.
혼란과 불안 속의 성장
상처입기 쉬운 관계 지향 여신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고통을 통한 성장'을 의미하는 원형이라는 점입니다. 헤라는 처녀, 완벽한 여성, 과부로서 일년에 세번 예배받으며 여성의 일생주기를 반영합니다. 데메테르는 고집과 인내로 결국 딸 페르세포네를 되찾게되고 페르세포네는 유약한 처녀에서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지요. 저자는 이 여신 원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자신에 대해서 친절하며 스스로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위 그림은 찰스 커트니 커란의 '높은 곳에서'라는 작품입니다. 커란은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의 여인들을 주로 그린 화가입니다. 이 작품의 여인들은 작가의 아내와 두 딸이라고 하네요. 세 여인이 높은 언덕에 올라 풍경을 바라봅니다. 각자 어떤 생각에 잠겨 고요한 정적이 흐르네요.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거나 그림을 위해 일부러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신만의 시간 속에 빠진 모습들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내면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혼란과 불안을 견디는 과정이며 <여성의 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둘러 해결하려기 보다 감정과 '더불어 함께' 있는 것일 겁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드러난 내 모습만을 나라고 알아왔다가,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던 어린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상황과 관계들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었는지 깨달으며 점점 나를 찾아가고 있지요. 나의 역사와 내가 그 시간 속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는 것은 힘이 되돌아오는 과정입니다. 모임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시간 속에서 든든하고 따뜻한 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끝까지 읽고 마무리합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창조의 여신으로 새롭게 바라보며 우리 안의 창조성에 대해 이야기나누어요. ^^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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