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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3기 : 7> 중년 이후의 내 존재를 그려보기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3기 2018 가을

<여신모임 3기 : 7> 중년 이후의 내 존재를 그려보기

고래의노래 2019. 3. 1. 13:43

 <내 안의 여신찾기> 일곱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폐경'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과 엄마의 폐경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의 미래로서 폐경기라는 노후를 다시 정의내려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시절의 엄마를 돌아보며


 폐경(閉經)이라는 용어는 '닫힐 폐(閉)'라는 단어에서부터 '단절'과 '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월경의 멈춤'이라는 현상에 집중한 나머지 폐경을 순간적인 짧은 이벤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심지어 이 단절적인 용어에 압도되어 '여자로서 끝'이라는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폐경을 완경(完經)으로 바꿔부르자는 움직임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월경이 멈추고 끝난 것이 아니라 월경이 완성되고 완결되었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지요. 끝난 것에 슬퍼하기보다 완성된 것을 축하하게 되고, 순간적인 끝이 아닌 새로운 챕터로의 변화로 월경의 멈춤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엄마들의 완경이 언제였는지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어머니들에게 완경이란 힘들어도 혼자 감내해야 하는 시기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지요. 그 시기에 대해 엄마와 다시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엄마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막막한 두려움을 이기고자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던 엄마,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며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했던 엄마, 딸에게 돌봄을 바라고 의지하는 엄마.. 엄마가 그 시기를 그렇게 지나왔다는 것이 새롭고 놀랍고 감동적이기도 했고 당연하게 돌봄과 책임을 요구했던 것이 불편하고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최근에 여러 뉴스들을 접하면서 또는 문득문득 일상 생활에서 올라오는 격한 감정들에 놀라고 당황스럽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감정은 곧 내면의 메세지'라는 저자의 말대로 감정을 따라가다보니 결국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돌봄과 배려'이고 '존재로서의 인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재와 존재가 만난다는 것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인간 존재와 소통에 대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행위예술가입니다. 그 중 1974년에 한 '리듬 0(Rhythm 0)'와 2010년에 한 'The Artist is Present'라는 퍼포먼스는 인간이 '존재'로 만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극단적인 퍼포먼스였습니다.
 


 '리듬 0(Rhythm 0)' 퍼포먼스에서 마리나는 '철저한 객체'가 되는 실험을 합니다. 한 전시공간에서 6시간 동안 아래의 안내문이 놓여진 테이블 옆에서 수동적으로 서 있었지요.


"테이블 위의 72가지 물체를 원하는 대로 제게 쓰십시오. 퍼포먼스.
난 객체입니다. 프로젝트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소요시간: 6시간 (저녁 8시 - 새벽 2시)"


 처음에는 마리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조심스러웠던 관중은 몇 시간이 지나자 점점 적극적으로 잔혹하게 변해갔고 그의 옷을 찟고 칼로 상처를 입히고 몸을 더듬었으며 심지어 피를 빨기도 합니다. 서로 '주체'로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퍼포먼스였죠.
 


 'The Artist is Present'(아티스트는 출석중)이라는 퍼포먼스에서는 인간의 완전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전시 기간 내내 미술관이 열린 순간부터 닫힐 때까지 의자에 앉아 맞은 편에 앉는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단 1분간의 응시였지만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롯히 나에게만 집중된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이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렇듯 존재와 존재의 만남에는 감동과 눈물, 오롯한 소통이 있었습니다.

 


인간 존재로서의 독립을 꿈꾸며


 '갑질폭력'사건은 우리의 분노를 자극하고 '조건없는 도움'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준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엄마에게 화가 났고, 어설프고 모자란 듯한 행동도 '괜찮다'고 해주는 토닥거림에는 마음이 녹아내렸지요. 존중받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은 아직도 아프게 남아있습니다. 그 기억이 분노가 되기 시작한 건 그 부당함을 자각했고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대우받지 않겠다는 내면의 외침이기도 하지요.


 저는 '오롯한 독립의 시기'로서 완경기를 꿈꿉니다. 누구의 엄마로서, 누구의 아내로서도 아니고 성적인 여성으로서도 아닌 '인간 존재로서의 독립'말이죠. 그것은 심지어 달의 주기라는 대자연의 흐름에서도 한걸음 떨어지는 '자연으로부터의 독립'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그래서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저자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제 자신이 되는 시간으로서의 완경기를 저는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돌볼 줄 알아야 하고, 우리가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이며 우리의 감정은 '존재로 돌아가라'는 내면의 외침이라는 걸 깨달아야 하겠지요.


 다음주에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마무리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느끼고 깨달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돌아보는 작업들을 함께 하도록 해요. 이번 모임에서도 서로를 존재로 '응시'해주는 돌봄의 시간 속에서, 내면의 단단함을 길어오르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리나의 'The Artist is Present' 퍼포먼스 중 가장 유명한 순간의 영상을 공유합니다.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았던 그녀를 흔든 남자가 있었지요. 20여년 만에 다시 마주한 옛 연인. 그 이야기는 두번째 책인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읽으며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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