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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3기 : 12> 우리 안의 여신과 대면하기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3기 2018 가을

<여신모임 3기 : 12> 우리 안의 여신과 대면하기

고래의노래 2019. 3. 6. 15:02

 <내 안의 여신찾기> 마지막 열두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3달 동안 함께 읽은 두 권의 책들이 건넸던 질문들과 모임 안에서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각자 깨달았던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 책은 우리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내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가슴으로 삶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는 것은 나를 하나의 성격유형 틀로 파악해서 해석한다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따라, 주변사람과 환경에 따라 내가 어떻게 드러나고 변화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또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나의 욕구와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바깥에서 우리를 틀지우는 것들을 자각하고 우리 내면에 이미 다양한 원형적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점점 잘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각자 다른 길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긍정적으로 강화되는 원형은 대부분 딸, 아내, 엄마의 역할 속에서 발현되는 '관계 지향 여신원형'입니다. 자신의 가치에 몰입하고 자신의 욕구를 중요시하는 처녀여신 원형이나 아프로디테 원형은 드세고 위험한 여자로 억압되어 왔지요. 그래서 '삶의 주인공이 되어라'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억압되었던 진취성을 깨워 나아가는 적극적인 모습만을 상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백인백색이기에 각자가 삶을 창조해가는 모습 또한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위 그림은 여신모임 공지에도 사용되었던 알프레드 드 커즌의 '지하세계의 프시케'입니다. 아프로디테가 지시한 여러 과제 중 지하세계로 내려가 페르세포네의 화장수를 가져오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이지요. 에로스(큐피드)의 인간 연인이었던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의 과제들을 통과하면서 신으로 거듭나고 에로스와 다시금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제들은 때로는 객관적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고, 때로는 기다림을 알아가는 것이었으며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필요에 따라 거절하는 법 또한 체득하는 것이었죠.

 

 우리가 관계에 너무 깊이 관여되어 있다면 때로는 자기자신에게만 몰입할 수 있어야 하고, 너무 스스로의 욕구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관계를 통해 친밀함의 위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강하다고 여기는 모습뿐 아니라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 또한 진정한 강인함인 것이지요. 모임벗들은 실제로 12주동안 생활 속에서 일부러 예전의 나와 다른 선택을 해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태도를 정해놓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것을 지켜가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 일어나는 죄책감과 불편한 감정들을 내려놓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종류의 용기인지 알아갔지요.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 나를 더 생각하는 용기, 당장 해결이 나지 않아도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리는 용기, 밖으로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나는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믿는 용기들이었습니다.

 

 프시케는 4개의 과제를 수행한 후 신이 되었지만 우리의 과제는 사실 계속되고 있습니다. 삶은 우리가 내 것으로 깨닫고 통합해야 할 부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같은 과제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 나선형의 되돌림 속에서 우리는 비슷한 과제를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갑니다. 새로운 나를 꿈꾸고 변화를 다짐하는 것은 보통 차갑고 딱딱한 각오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나는 무시되고 비난받게 되지요. 하지만 모임벗들은 섬세하게 돌아보고 깊이 깨달으면서 현재의 나를 따뜻하게 보듬었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향한 발걸음 또한 채찍질이 아니라 오래 걸리고 실수해도 기다릴 수 있는 다정한 믿음 속에서 내딛고 있었지요. 죄책감과 자기검열, 열등감, 수치심이 아닌 사랑과 믿음으로 돌보는 우리 자신은 이렇게 강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사랑을 향하여

 

 우리는 12번의 모임을 통해 깨달은 것들에 대해 나눈 뒤에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일,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이기도 했고 지금의 내가 보다 확장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미래의 상이 어떠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와 현재의 괴리를 박탈감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여기며, 그것이 긴 여정이 될지라도 기꺼이 통과할 단단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키울 수 있게 12주간의 여정동안 공감와 격려, 위로와 지지의 벗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 안의 깊은 이야기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꺼내질 수 있는 다정한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깨닫고 마음을 단단히 키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여정을 서로 축하하고 감사를 나누었지요. 그 따스한 마음이 오래오래 여운으로 남습니다.

 

 '삶'이라는 신화는 우리가 선택하는 길들을 따라 계속 그려지고 있습니다. 때로 나약하고 슬퍼보였던 그 시절조차도 삶의 일부이고, 돌아보면 우리는 한 순간도 우리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도 어찌보면 '사랑의 여정'이었지요. 우리는 주어진 수많은 역할들을 행하는 바쁜 시간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내었고, 바깥의 많고 많은 즐거운 일들을 제치고 나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고단함을 선택하였습니다. 마치 프시케가 결국은 사랑(에로스)을 향해 나아갔듯 우리가 찾아야 했던 것도 결국 '사랑' 아니었을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 대한 사랑' 말이지요.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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