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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요한묵시록] 예수님의 재림을 외치는 희망의 찬가 본문
* [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비신자 등 다양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여성 4명이 모여 성경을 온라인으로 함께 읽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속도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느낌과 생각, 깨달음과 질문들을 각자의 블로그에 남기고 톡과 밴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성경책이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환시라는 건 성경 편집자들의 멋진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고된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이들에게 요한묵시록은 큰 위로를 준다. 신약성경의 유일한 예언서라고 볼 수 있을 요한묵시록에서는 예수님의 재림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들이 이어진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살아 있는 자다. 나는 죽었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 있다. 나는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요한 앞에 나타나시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여 새로 개척된 일곱 교회에 보낼 것을 명하신다. 각 교회 신자들의 고난과 인내를 격려하시면서 헤이해진 부분을 나무라시고 깨끗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릴 것을 명하신다.
요한복음서에 예수님의 자기 은유가 여러 번 등장했던 것처럼, 묵시록에서도 스스로를 칭하시는 다양한 은유가 나오는데, 이전보다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고 일곱 황금 등잔대 사이를 거니는 이"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죽었다가 살아난 이"
"날카로운 쌍날칼을 가진 이"
"불꽃같은 눈과 논쇠 같은 발을 가진 이"
"하느님의 일곱 영과 일곱 별을 가진 이"
"거룩한 이, 진실한 이, 다윗의 열쇠를 가진 이. 열면 닫을 자 없고 닫으면 열 자 없는 이"
"아멘 그 자체이고 성실하고 참된 증인이며 하느님 창조의 근원인 이"
교회들에게 전하는 말씀들 뒤에는 그리스도의 재림 때 일어날 일들에 대한 환시가 이어진다. 하느님께 선택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구분, 악과의 싸움, 땅의 세상에 종속된 이들에게 내려지는 무서운 벌이 보여지고 결국 새 하늘, 새 땅이 드러난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이 예언을 보여주는 천사 앞에 요한이 여러번 엎드리는데 그 때마다 천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러지 마라. 나도 너와 너의 형제 예언자들과 이 책에 기록된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과 같은 종일 따름이다."
하느님 나라가 열렸을 때 모든 피조물들이 동등해진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다 이루어졌다.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실 때 하셨던 말씀, '다 이루어졌다'가 다시 한번 반복된다.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다는 뜻은 같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영광스럽고 힘차게 다가온다.
묵시록 마지막에는 "보라, 내가 곧 간다"는 말씀이 연이어 두 번 이어지고, "오십시오!"라는 외침이 세번 반복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대답.
"그렇다. 곧 내가 간다."
이제까지 보고 들은 것만 기록하던 요한도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하고 외친다. 이 부분을 읽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4년 넘게 성경을 붙잡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나에게 일어난 영적 변화는 놀라웠다.
2020년 2월 처음 모임에서 성경을 읽기 시작했던 때를 기억한다. 그 때 나는 페미니즘이 선물한 관점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었다. 성당 안에서 재현되는 불평등의 장면들이 견디기 어려웠고 마침 코로나까지 겹쳐 미사 참석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모임벗들과 성경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페미니즘적 성경 해설서와 함께 읽어나가다가 누군가의 해석이 아니라 일단은 그냥 내가 직접 성경 말씀과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에 성경만 읽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처참한 폭력의 장면들이 이어질 때는 모임벗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읽기를 중단하기도 했고, 각자 읽는 속도가 달라 모임을 그만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가늘고 길게 함께 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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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랫동안 천천히 읽으며 성경 안에서 인류의 의식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서서히 달라졌다. 냉담자였던 내가 전례부 독서활동부터 시작하여 주일학교 교사까지 하게 되었고 침묵 속에서의 묵상과 기도의 아름다움도 알게 되었다. 서랍 구석에 넣어두었던 묵주반지도 다시 찾아 꼈다.
어쩌다 그렇게? 라고 물어본다 해도 대답은 모호하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지칠 줄 모르고 기다리시는 분,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는 날 견뎌주시는 분이라는 걸 조금씩 느낄 뿐이다.
그리고…이제 내가 기도하며 기다릴 차례인 것 같다.
오소서, 주님.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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