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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사도행전] 부서지고 깨지며 확장되는 탈피의 순간들 본문
* [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비신자 등 다양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여성 4명이 모여 성경을 온라인으로 함께 읽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속도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느낌과 생각, 깨달음과 질문들을 각자의 블로그에 남기고 톡과 밴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로 가시고, 이제 이 땅에는 예수님의 제자들만이 남았다. 믿고 따르고 의지할 분은 이제 인간의 감각 너머에 계시다. 사도행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삶, 성령을 따르는 삶으로 나아가며 사도들이 겪은 이야기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대신에 요셉와 마티아 중 제비를 뽑아 마티아를 사도로 세우고 오순절에 성령강림을 받는다.
사도를 중심으로 모인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 2:44) 그들은 그야말로 소유보다 존재를 선택하고 한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의 소박함과 신실함은 아마도 하느님의 나라에 가장 가까운 모습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들의 세력이 불어나는 것을 경계하던 성전 사제들 사이에서도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사도 5:38-39) 이런 말이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때 뿐 아니라 지금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 어떤 결정과 행위가 내 안의 욕구가 아니라 하느님께 이어지는 것이라면 그건 사람의 힘으로 없앨 수 없다.
사도 행전에는 베드로의 선교 활동과 바오로의 극적인 회심이 주요한 두 축을 이룬다. 바오로의 회심 시기에 바오로의 대립각으로 보여지는 인물은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이다. 그는 이적과 표징을 많이 일으키고 회당에서 논쟁하며 지혜를 드러내었다. 최고의회에 끌려갔을 때에도 그들 앞에서 하느님과 유대인들의 역사에 대해 설교한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환시를 보는데, 이 때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게된다. '사람들이 돌을 던질 때에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하고 외쳤다. 스테파노는 이 말을 하고 잠들었다.' (사도 7:59-60)
스테파노의 복음 활동과 순교는 예수님을 떠올리게 한다. 이적과 표징을 일으킨 것, 지혜와 성령에 충만하여 회당에서 토론을 한 것 그리고 최고의회에 끌려나와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쓰러지며 자신을 박해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까지...스테파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찾아보니 역사상 첫 순교성인이고 故 김수환 추기경님 세례명이 스테파노셨다고! 사도가 아닌 평신도로서 굳건한 믿음과 영성을 보여준 그를 마음에 잘 새기고 싶다.
사도들은 드러난 인도자없이 믿음의 방향을 굳건히 해야했다. 그럴 때는 그저 했던 대로 하기가 쉽다. 그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도들과 초기 공동체 사람들도 초반에는 이러한 함정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딸을 구해달라는 이방 여인의 간청을 처음에는 아래처럼 거절하시지 않았던가.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마르코 7:27)
물론 이 이후 예수님은 여인의 말에 마음을 돌리신다. 이 부분에 대해 여성영성 강연에서 소피아 교수님은 '예수님 마음 경계가 깨지고 확장되는' 장면이라고 얘기하셨다.
이민족들과 경계를 세우던 사도들에게도 그렇게 '깨지고 확장되는' 기회가 찾아온다. 베드로가 환시를 보게된다. 하늘에서 큰 그릇이 내려오는데 거기에 여러 짐승들이 들어 있었고 베드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다.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어라.'(사도 10:13) 베드로는 자신이 속된 것, 더러운 것을 먹지 않는다며 대답하는데,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 하지 말라는 음성이 들린다. 베드로는 이 환시의 뜻을 알지 못하다가 코르넬리우스 백인 대장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모여있는 곳으로 가게 되면서, 아래처럼 해석하게 된다.
'유다 사람에게는 다른 민족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찾아가는 일이 불법임을 여러분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사람을 속되다거나 더럽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도 10:28)
베드로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이들을 다 받아주신다'는 것을 깨닫는데 이 와중에 이민족들에게도 성령이 내린다. 베드로는 이를 예루살렘 교회에 보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무엇이기에 하느님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하느님께서는 다른 민족들에게도 생명에 이르는 회개의 길을 열어주셨다.' (사도 11:17-18)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게 된다. 이제 하느님은 유대민족과 계약한 신에서 나아가 온 인류의 하느님이 된 것이다.
'모세의 율법으로는 여러분이 죄를 벗어나 의롭게 될 수 없었지만,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 안에서 모든 죄를 벗어나 의롭게 됩니다.' (사도 13:38-39) 구약 시대의 계약과 예수님의 새로운 계약의 차이를 사람들이 진정으로 깨닫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순간이 사도행전의 시대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한번 껍질이 깨어진다. 이민족과의 교류를 시작한 이래 그들에게 하느님 안에서의 죄와 의로움을 알려주면서 규칙을 엄격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개종하려는 이민족에게 모세의 율법과 할례의식을 지키게 하자는 이 논란에 베드로는 아래처럼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화하시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사도 15: 9-10)
그래서 그들에게 제시할 규칙들은 한층 단순해진다.
충동적이고 열정적이며 또한 단순하기도 했던 베드로는 정말 듬직한 사도가 되었다. 예수님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것에는 두번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면서도, 두려움에 세번 예수님을 배신하기도 했고, 예수님께 거듭 사랑을 고백하며 세번이나 물으시는 것에 슬퍼하기도 하는, 베드로는 복음서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사도의 모습이었다. 기쁨과 슬픔의 표현에 거침이 없고 말로는 떵떵거리다가도 막상 초라해지도 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그 베드로가 인간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사랑을 따르라는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도가 되었다. 자신의 한계 안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거듭났던 그 모습 그대로, 사도로서도 깨지고 부서져 확장되었다.
지금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건 내 사고의 경계가 내가 나아갈 가능성보다 작다는 이야기 아닐까. 인간에게도 탈피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 사도행전은 그 탈피의 순간을 온전히 성령의 인도로 행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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