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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새여자 북클럽] '여자아이 기억' 후기와 일곱번째 책 공지 본문
9월 26일 새여자 북클럽 여섯번째 모임에서는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을 읽고 이야기나누었습니다.
1958년 10대 후반의 여자아이로 겪은 일을 지금의 내가 회상합니다. 그리고 50년이 넘는 시간간극만큼이나 다른, 지금의 나와 그 시절의 나를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존재로 통합시키는 시도를 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닙니다. 아니 에르노는 '그 시대의 시선과 지금 시대의 시선을 모두 담을 수 있길 꿈꾸며' 2014년의 여자와 1958년의 여자아이를 분리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군대는 걸 듣는 방식으로, 그걸 듣는 순간 죽고싶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가장 잔인한 방식'을 선택하지요.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다루기 어려우면서 더 세세히 떠오르는 수치심에 대한 이 방대한 기억, 요컨대 이 기억은 수치심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성적 대상이 되길, 첫경험을 하길, 누군가에게 소유되길 뜨겁게 바라던 1958년의 여자아이는 자기에게 쏟아지는 모욕과 멸시에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철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그 시절과 다른 내가 되어서야 수치심을 느끼죠. 그리고 미화하지도, 변호하지도 그리고 경멸하지도 않으며 그 시절 속으로 자신을 힘들게 몰아붙입니다. '책을 끝마치고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요.
"나는 마침내 1958년 여자아이를 구출해냈고...오래된 건물에 50년간 그녀를 가둬두었던 주술을 깨뜨린 것 같다. 나는 말할 수 있다. 그녀는 나고, 내가 바로 그녀라고."
아니 에르노가 존재의 피땀으로 써내려간 회고가 우리들의 그 시절을 건드렸습니다. 지금의 내 인식 속에서 긍정하기 위해 어떻게든 변색시켜 가둬둔 그 아이를 마주한다고 상상하는 건 정말 아찔한 일이었어요. 비슷한 일을 겪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고독이 산산조각나는 위안' 또한 받았습니다.
"이것은 글쓰기라는 안식처에 다다르기까지의 위태로운 횡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라는 깨달음을 증명하는 이야기."
요즈음 치유의 글쓰기 작업들이 많이 알려져있지요. 에르노의 글만 봐도 글쓰기에는 확실히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의 과정은 힐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얼어버린 정체성의 저주를 깨는 일이고 구원의 모험을 감행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아니 에르노의 용기과 능력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에너지를 조금 더 느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에르노가 내 정체성을 거대한 뿌리 중 하나인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서술하는지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가족의 계층을 뛰어넘어 건너가면서 생겨난 차이를 이번에는 그가 어떻게 처절하게 직시하는지 따라가보겠습니다.
- 일시 : 10월 10일(목) 오전 9시~11시
- 장소 : 참방 (경기도 의왕시 옥박골동길 14)
- 책 :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여성서사 모임 기획단 '[ __ ]하는 새 여자' 북클럽에서는 여성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를 선물하는 책들을 읽습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편하게 들러주세요. 격주마다 열리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셨어도 환영합니다.
문의는 덧글로 해주세요.
언젠가 한번쯤은 만나요오~~
🕊 '[ __ ]하는 새 여자'는
빈칸, [ __ ]이라는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새(bird)처럼 자유롭게
시간과 언어의 틈새(between)를 잇고
새롭게(new) 거듭나는 여자들의 이야기 시간을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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