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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새여자 북클럽] '남자의 자리' 후기와 여덟번째 책 공지 본문
10월 10일 새여자 북클럽 일곱번째 모임에서는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를 읽고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작가는 아버지를 회상하며 글을 씁니다. 그것은 단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글이 아니라 아버지로 대변되는 유년의 계급과 지금의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글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1,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오로지 살기 위해 애씁니다. 책과 음악은 나의 것이 아니라여기며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살아가죠. 그런데 딸은 고등사범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책의 세상으로 넘어갑니다. 저자는 부르주아 문화 속에서 자신이 건너온 세계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너무 특권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나를 그렇게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이 부자여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워했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노르망디 사투리를 쓰는 아버지 또한 자신의 '자리'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향의 문화에 거리감을 느끼고 '먹고사니즘'의 세상에서 편안해하지만, 노동자에서 자영업자로의 전환을 기꺼워하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여흥의 방법을 따라하며 계급 이동을 무의식적으로 선망합니다. 어려운 단어와 상황에 맞는 처신법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을 쓰는 것은 거부하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저자가 내세운 계급의 문제를 내 삶과 연관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임에서 이야기나누며 우리가 원가족의 '자리'에서 떠나왔다고 여긴 것들, 돈의 사용과 취향의 문제에서 대한 각자의 태도들 심지어 세상의 주류 가치와 다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는 점까지도 계급이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가족 안의 많은 갈등들이 계급의 차이 또는 계급에 대한 태도의 차이때문에 발생했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네요.
계급이동은 지금의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고 그래서 바라면서도 두려운 일입니다. 떠나온 '자리'를 바라보는 건 쓸쓸하고요. 많은 돈을 벌면서도 돈벌이 방법을 부끄러워한 부모님, 부자처럼 보이는 게 진저리나게 싫었던 기억, 개념있다는 자부심 속에서 하던 상식 밖의 행동들 그리고 말과 태도의 삐걱거림에서 느껴졌던 진짜 계급 등등... 관계 안에서 교차되고, 때로 부딪혀 불꽃이 튀었던 계급성의 장면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글을 쓰며 하류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회복과 그에 따른 소외를 고발하는 일 사이에서 좁다란 길을 본다...행복이자 동시에 소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이 모순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글쓰기의 행복없는 글쓰기'를 이어가며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힙'니다. 우린 종종 아버지의 삶의 태도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했지만 그의 글은 시종일관 건조합니다. 향수, 감동, 조롱을 걷어낸 기억의 모음을 계급이라는 확실한 관점 아래에서 제시해요. 계급을 이야기하는 아니 에르노의 방식은 사회운동가들이 거리에서 벌였던 계급투쟁의 언어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바깥세상을 향한 외침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의 기억을 두드리죠. 에르노가 선물한 관점을 통해 우린 일상 속의 계급투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비가 와도, 해가 쨍쨍해도, 두 강 사이를 건너는 뱃사공이었다."
나는 어떤 계급을 지나, 지금 어떤 계급 안에 있나요? 다른 계급을 선망하나요? 아이들에게 나의 계급을 남겨주고 싶나요? 아니면 다른 자리로 떠나길 바라나요? 지금 이 사회가 조롱하고 있는 건 어떤 계급인가요?
이 책이 건네준 질문들을 간직한 채 삶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아니 에르노의 책 한권을 더 읽어보려 합니다.
"사람들 안에 나의 지나온 삶이 침잠되어 있다...무명의 사람들, 내가 결코 다시 보게 되지 못할 얼굴들, 육체들 안에."
내가 머무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요? 우리의 내면이 아니라 우리의 바깥으로부터 나 자신을 찾아보아요!
- 일시 : 10월 31일(목) 오전 9시~11시
- 장소 : 참방 (경기도 의왕시 옥박골동길 14)
- 책 : '바깥일기' / 아니 에르노
여성서사 모임 기획단 '[ __ ]하는 새 여자' 북클럽에서는 여성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를 선물하는 책들을 읽습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편하게 들러주세요. 격주마다 열리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셨어도 환영합니다.
문의는 DM이나 덧글로 해주세요.
언젠가 한번쯤은 만나요오~~
🕊 '[ __ ]하는 새 여자'는
빈칸, [ __ ]이라는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새(bird)처럼 자유롭게
시간과 언어의 틈새(between)를 잇고
새롭게(new) 거듭나는 여자들의 이야기 시간을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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