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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새여자 북클럽] '바깥일기' 후기와 아홉번째 책 공지 본문
10월 31일 새여자 북클럽 일곱번째 모임에서는 아니 에르노의 '바깥일기'를 읽고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일기이지만 내면의 기록이 아닌 내가 마주한 사람들과 풍경에 대한 기록입니다.
파리로부터 40킬로미터 떨어진 신도시로 이사하게 된 저자는 과거의 기억이 없이 경계선이 불명확한 공간에서 생경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그 속의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하죠. 전철과 쇼핑몰,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깥일기'라고 명명하고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라고 말합니다.
거지들의 각기 다른 구걸 방식이 일으키는 차이를 비교하며 계급성이 만드는 예술적 거리를 느끼고,
전철같은 좁은 공용공간에서 둘 사이의 대화가 모두에게 은밀하고도 공공연하게 공유되는 묘한 분위기에 참여합니다.
동네 정육점에서는 고기구매의 행동 하나가 자신의 계급을 자신만만하게 드러내고 또 경계지어지게 하는 걸 목격하죠.
길거리의 말싸움에서는 계급에서 내쳐졌지만 여전히 그 때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자와 몰락하는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자와의 계급대결 또는 연민을 읽어냅니다.
그리고 현금인출기 앞에 죽 늘어선 줄을 보고 자본에 의한 계급성이 인간성을 조율하는 시대를 찰떡같이 포착해 '가림막 없는 고해성사소'를 떠올립니다.
평범한 도시 일상의 장면으로부터 사람들 사이에 복잡하게 교차하는 욕망와 대상화, 계급적 경계짓기의 상호관계를 아니 에르노는 놀랍도록 섬세하게 잡아채네요.
"어쩌면 나는 그들을 통해, 그들의 행동 방식과 그들의 대화를 통해, 나에 대한 무언가를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이 '바깥일기'는 마치 역사의 흔적도 개인적인 추억도 없는 無의 공간에서 자신을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독특한 시도는 역시나 우리를 자극했고요, 우리가 바깥일기를 쓴다면 어떤 장면과 말들을 선택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지하철의 각 노선마다 어떤 분위기가 있는지, 나는 어떤 노선에서 편안하고, 어디에서 불편한지 그건 왜 그런지,
남성 어르신들의 성적 유머가 왜 나는 견딜 수 없는지 그건 어떤 종류의 공포이고, 어떤 혐오인지,
왜 유난히 노숙자에게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지, 그건 게으름에 대한 내 뿌리깊은 편견 때문은 아닌지,
'알 수 없음'을 견디지 못하고 '모호함'에 손 내밀지 못하는 시대적 변화는 왜 그러한지,
백화점에서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녀도 오히려 자부심을 느꼈던 것처럼 계급적 상황과 맥락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작동하는지 등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줄지어 이어졌네요.
"이제 내면일기를 쓰면서 자아를 성찰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더욱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확신이 선다."
동네를 떠나 서울을 다녀오면 유독 피곤한데, 그 이유가 신체적 고단함도 있겠지만 나에게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와 자극들에 반응하고 소화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것들보다 어떤 정보는 나에게 더 인상깊게 박히고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유독 나를 자극하고 감정을 뒤흔듭니다. 이럴 때 평소에는 감각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거겠지요.
새여자 북클럽에서는 '세월'을 시작으로 '여자아이 기억', '남자의 자리', '바깥일기'까지 아니 에르노 책을 연이어 4권 읽었습니다. 시대와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 속 나를 사람들을 관찰하며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로 상징되는 지나온 계급이 지금 나의 계급과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 살피고,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내가 수치심이라는 강을 건너 해방시키기도 했지요. 이 모든 것을 아니 에르노는 그만의 글쓰기를 통해 해나갑니다.
"난 내밀한 것을 글로 쓰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어요 글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나와 분리된 존재, 다른 사람으로 느끼거든요."
내면을 분열시켰던 계급성이라는 주제를 움켜쥐고 자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대상화하면서 오히려 철저하게 해방시키는 그의 글쓰기에 북클럽 멤버들은 모두 매료당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치 저자를 모시는 마음으로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실제로 하는 이야기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가 글을 쓰며 자신을 죽을 듯 몰아세우고 씨름했던 과정들을 생생하게 들어보아요!
- 일시 : 11월 21일(목) 오전 9시~11시
- 장소 : 참방 (경기도 의왕시 옥박골동길 14)
- 책 : '아니 에르노의 말' / 아니 에르노 & 로즈마리 라그라브
여성서사 모임 기획단 '[ __ ]하는 새 여자' 북클럽에서는 여성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를 선물하는 책들을 읽습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편하게 들러주세요. 격주마다 열리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셨어도 환영합니다. 문의는 덧글로 해주세요. 언젠가 한번쯤은 만나요오~~
🕊 '[ __ ]하는 새 여자'는
빈칸, [ __ ]이라는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새(bird)처럼 자유롭게
시간과 언어의 틈새(between)를 잇고
새롭게(new) 거듭나는 여자들의 이야기 시간을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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