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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모임] 홀레 할머니를 함께 읽고...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옛이야기와 여성

[옛이야기 모임] 홀레 할머니를 함께 읽고...

고래의노래 2024. 4. 21. 21:20

* 옛이야기와 꿈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의 상징성을 우리 삶과 연결해보는 모임, [옛이야기와 꿈 그리고 나의 이야기] 다섯번째 모임 후기입니다.

오랫만에 먼지없는 깨끗한 날이었네요. 편안해진 숨만큼 여유로운 쉼이 있었던 주말이었길 바랍니다. 

홀레 할머니와의 만남은 어떤 여운으로 마무리되고 있나요? 
'홀레 할머니'는 보통의 옛이야기와는 다른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모든 등장인물이 여성임.
- 과부가 가정의 기본배경이지만 '흰눈이와 빨간장미'의 과부와는 전혀 다른 상징성을 지님. 
- 결혼이 아니라 '돌아옴'이 이야기의 마무리. 
- 현실적이지 않고 파워풀한 대모신 캐릭터가 등장.
이러한 면들 때문에 민담과 신화의 경계에 서 있는 이야기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는 특히나 어둠으로의 하강과 부활이라는 전형적인 여성입문의례의 플롯을 보여줍니다. 실감개를 찾기 위해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죽음과 부활의 상징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너무나 평온하게 지내고 있는데 '집이 애절히 그립다'고 한 의붓딸과 그 말에 흐뭇해하는 홀레 할머니를, 인간은 카르마를 풀기 위해 재육화의 과정을 거친다는 인지학의 개념 안에서 이해해보기도 했어요. 

의붓딸과 친딸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은 '부지런함'과 '게으름'입니다. 우리도 이 두 단어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내 일상의 게으름, 의지의 게으름이 떠올라 뜨끔하기도 하고, 부지런함에도 사랑받지 못하는 의붓딸의 마음을 가늠해보며 가슴아팠습니다.

승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부지런함은 '모든 일에 마음을 쓰는' 태도와 이어져있는 것 같았어요. 내가 맡은 역할을 능동적으로 내 것으로 가져오는 것(일머리...ㅎㅎ), 매뉴얼이 아니라 주관에 따르는 태도(인간적인 노동),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모든 것과 기꺼이 연결된 마음 말이지요.  (이건 프시케의 과제와 대비되어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나누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결국 '부지런함'은 '삶의 주인이 되는 것'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안에는 의붓딸도 친딸도 모두 있을 겁니다. 내면의 역청을 돌보고 떼어내는 작업과 내면의 황금을 발견하고 귀히 여기는 작업을 잘 병행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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