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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찬란하게 빛나는 게 두렵지 않도록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6기 2021 가을

[내 안의 여신찾기] 찬란하게 빛나는 게 두렵지 않도록

고래의노래 2021. 10. 25. 13:51

지난 번 모임의 후기를 적으려다보니 도저히 예전처럼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 내용을 요약하고,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려면 조금 마음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제가 지금 그 에너지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앞으로도? ^^;;) 모임지기로서가 아니라 모임의 한 참여자로서 후기를 적어봅니다. 

 

사람들은 한국은 그나마 정말 안전한 나라라고, 밤에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다고들 합니다. 그말을 들을 때마다 전 저희 집 주위에 있는 '여성안심귀갓길'과 '여성범죄방지' 거울, 여자화장실의 방범벨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세상이 안전하다는 경험, 그거 난 언제쯤 해볼 수 있을까 하고요. 

 

내가 몸으로 겪었던 불쾌하고 무서운 경험들을 '여성의 몸' 탓으로 연결지어 여성의로서의 나를 긍정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회가 주입한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을 고스란히 나를 판단내리는 데 사용했었죠. 여성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과 몸이 누리는 희열을 순결주의과 연결한 '단죄'가 동시에 쏟아졌습니다. 성스러이 모셔지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내리꽂는 이중적 잣대 속에서 여성들의 내면은 분열합니다. 내 몸이 언제나 나를 떠나 남성들과 함께 였고 온전히나와 하나였던 적이 없었죠. 내 몸에게 '아~ 예쁘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는 건 아름다움의 기준이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쁜 건 내 존재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쓴 글은 이런 제 마음을 너무나 잘 나타내주었습니다. 

"나는 왜 쓸데없이 반짝거렸을까. 왜 그토록 섬세하고 감정적이며 부드러웠을까. 그러니까 더렵혀지잖아. 그러니까, 부서지는 거잖아..."

 

여성혐오범죄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서글프게 확인합니다. 내가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사실을요. 요즈음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옵니다.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이 이렇게 흔하디 흔한 일이라는 걸알게되는 건 마음 아프지만, 여성들이 이제 손을 잡고 그 일을 흔해서는 안되는 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기쁩니다. 

 

2016년 미국 체조계의 미투사건이 공론화되었을 때 피해생존자 중 한 명은 카일 스티븐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녀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그들은 강한 여성으로 성장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러 돌아올 것이다."

 

우리 또한 그런 멋진 생존자들입니다. 그 경험은 우리를 파괴하지 못했고 우리는 단단하게 지금 여기 바로 서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나를 정의내리게 맡기지 않는 진실한 내면의 처녀로 말이죠. 

 

반짝거리는 게 두려웠던 소녀는 이제 이렇게 썼습니다.

"반짝거리는 게 두려운 때가 있었지...이제 왜 그런 일이 나에게 있었을까보다 왜 거기에 '당신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나는 계속 반짝거릴꺼야. 나를 훔치는 강도가 무서워서 반짝거리는 걸 멈추지 않을꺼야."

 

내가, 그리고 내 뒤의 여성들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게, 스스로에게 안전하고 든든한 내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모임 안에서 안전하게 나를 드러내는 경험을 통해 그런 나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해요. 그런 믿음의 울타리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공유해봅니다.

 

[난 계속 반짝거릴꺼야] 목회자 성폭력 생존자 글

https://www.facebook.com/419051825193271/posts/466916223740164/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친부 성폭력 생존자의 치유일기

http://aladin.kr/p/KWRnA

 

[아버지의 사과편지] 성폭력 생존자인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가 가해자인 아버지가 되어 쓴 편지

http://aladin.kr/p/rNBqI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미국 체조계의 미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https://www.netflix.com/kr/title/8103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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