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여신찾기] 월경,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마땅히 사회적인

이제까지 모임에서는 외부의 기준에 중독된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는, 관점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번째 모임부터는 여성의 신체기관과 각 부위의 건강 상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며 몸의 메세지를 적극적으로 들어봅니다.

처음 만나볼 우리 몸의 부분은 월경주기와 월경을 일으키는 골반내부기관들, 난소와 자궁이었습니다. 저자는 난소와 자궁을 모두 창조성과 연결하여 이야기합니다. 난소 에너지는 창조적인 욕구, 여성이 세상으로 나아갈 때 쓰는 힘을 상징하며 자궁은 자아에 대한 창조성의 근원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지요. 그리고 이 두 기관으로부터 발생하는 월경주기가 여성적인 힘의 원천이기에 월경주기에 담긴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골반 내부의 에너지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기에 여성들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창조성과 세상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창조성은 무엇이고 무엇을 창조해야 할까요? 우리의 자궁과 난소, 월경이 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월경 경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월경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적인 신체 변화가 그 전에도 서서히 일어나지만 월경은 '피흘림'이라는 비교할 수 없이 극적인 사건으로 여성임을 선언해버리죠.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스스로 여성에 대해 어떻게 느껴왔는지에 따라 우리의 첫 월경은 당혹스럽고 놀랍기도 했고 별다른 기억이 없을 만큼 자연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동일한 것은 초경이 완전하게 개인적이고 은밀한 일로 지나갔다는 사실이었어요. 우리는 엄마로부터 월경에 대해서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엄마가 생리대를 사용하거나 월경 중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요. 생리대의 사용법과 뒤처리에 대한 것 외에 월경에 대한 엄마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리대를 가져다쓰며 엄마의 물건을 빌리는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월경은 분명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추상적인 느낌이었고, 온전한 나의 경험으로써 삶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월경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은밀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머무는데, 월경주기를 지혜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월경주기를 배란전, 배란중, 월경전과 월경기간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배란 전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올라가면서 외향적이고 낙관적이 되고 배란중에는 포용적으로 바뀌며 월경 주기에는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면서 내향적이고 사색적으로 변하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리듬을 따라 창조성의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하면 된다'는 의지의 시대에 나를 휘두르는 힘에 영향을 받는 것은 곧 '지는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월경전이나 월경중의 내향적인 기간을 사회에서는 비생산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월경의 리듬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쉬웠지요.

의지와 정신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자연의 흐름에 맡겨진 몸을 인정한다는 것은 커다란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혼자만의 변화가 아닌 공동체의 변화가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여성의 정체성이 공동체 맥락에서 발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다행히 요즈음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생리대를 여성복지의 면에서 바라보고, 생리대 전성분 공개가 법제화되고, 생리날이 찝찝하고 불편하다는 걸 생리대 광고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 여성들은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월경 중에는 불편하고 예민한 기간을 지니고 있으니 배려받아야 한다는 것을 당당히 말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가 사회적으로도, 개인들의 마음에서도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월경에 대해서 모두가 함께 이해해야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안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과의 이런 관계가 여성의 창조성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창조성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처음에 예술가들을 떠올렸습니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 넘사벽의 레벨에 있는 기인들이 연상되었어요. 나에게도 '세상으로 드러나야할 창조성이 있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창조성이라는 언어에 붙은 예술적 분위기를 털어내고 이를 '독창성' 면에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스스로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이 뜨겁게 올라왔어요. 우리 모두는 나만의 빛깔을 드러낼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외부의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고 존중되어야 내 본 모습대로 피어날 수 있지요. 내가 꽃피워지고 빛난다는 건 사회적 성공, 명예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건 바깥의 기준에서는 평범하고 초라해보일 수도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내 안의 창조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내 모습 그대로의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유일무이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삭 줍는 여인들 (Des glaneuses), 밀레, 1857

위 그림은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 입니다. 평범할 수 있는 우리의 본 보습마저 사랑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모임벗께서 이 그림을 전시회에서 관람했을 때의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평소에는 구질구질해 보이는 일상을 그린 그의 그림에 그다지 호감이 없었는데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직접 마주하자, 일상의 작은 순간을 경건하게 바라본 화가의 시선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나도 내 일상의 신성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월경의 지혜를 회복한다는 것은 월경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보다
긍정적인 방식을 우리 자신과 딸들, 남자들의 마음 속에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가 극복할 부분과 변화시켜야할 관계까지 버텨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를 이 세상에 드러날 빛나는 창조물로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내면의 부분이 있고,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긴장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어야겠지요.

월경을 조절할 수 있는 많은 의학적 방법들이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방법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월경 자체를 나와 분리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었어요. 월경을 떠올리면 귀찮은 감정이 먼저 들면서도 월경은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내 안의 리듬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월경이 의지와 상관없이 여성에게 몰아치는 파도라면, 그 파도에 맞설 방파제를 세우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파도와 함께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월경의 지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부모로서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해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딸들에게, 아들들에게 해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어요.
내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밀려오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그 리듬 속에서 아름답게 균형을 잡으며,
평범해보이는 일상으로부터 반짝이는 신성함을 발견하는 것,
'월경의 경험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긍정적인 방식'으로부터 우리가 발견한 이야기들은 결국 삶을 대하는 이런 태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월경이 전하는 이런 지혜 안에서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편안하게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월경은 이렇게 개인적이면서도 전혀 개인적이지 않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 [내 안의 여신찾기] 모임은 3개월동안 두 권의 책을 읽고 생애주기별로 삶을 돌아보면서 내면의 힘을 발견해가는 여성들의 내면 여행 모임입니다.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7기는 2022년 9월에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