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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x여성] 가시장미 공주(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함께하는 4주차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옛이야기와 여성

[옛이야기x여성] 가시장미 공주(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함께하는 4주차

고래의노래 2021. 9. 18. 14:59

[잃어버린 여자를 찾는 왕자의 모험] [만남과 치유]

 

 가시장미 공주 원본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구원의 왕자가 너무나 쉽게 공주에게 닿게 된다는 거였다. 용과 결투를 하지도 어려운 과제를 통과하지도 않는다. 단지 저주의 시간인 백년이 지났고 때마침 그왕자는 공주의 소문을 듣고 가시덤불 앞에 섰을 뿐이다.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는 말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이야기가 또 있을까.

 

 그런데 저자는 다른 시각에서 이 행운의 필연성을 풀어놓는다. 소문만으로도 공주의 존재를 찾아나서는 전적인 왕자의 믿음이 공주가 자신의 현실을 대면하기 위해 필요했던 백년이라는 시간과 맞물린다. 그 믿음과시간 뒤에는 두 사람의 내면서사가 있었다. 둘의 서사는 각자 삶에서 아쉬워했던 부분을 서로 완벽하게 채워준다. 

 

"왕자는 약함, 무력함을 느껴도 좋고 

그치지 않는 책임의 압력을 적어도 잠시나마 나누거나 혹은 완전히 넘겨주어도 좋은, 

그러한 방을 자기 영혼 안에서 찾고 있다."

 

 능동적이고 저돌적인 왕자는 약하고 수동적인 면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망이 있다. 저자는 이 점에서부터 왕자의 성장배경을 추론하며 샤를페로 본의 이야기와 연결한다. 그 이야기에서 왕자의 어머니는 식인 행각을벌이는 자로 나오는데 이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는 보여주는 상징일 수 있다. 왕자는 그런 어머니와 정반대의 유약함을 보여주는 공주에게 빠져드는데 그 강렬한 투사는 왕자가 소문 속 공주를 직접 보지않고도 갈구하게 한다. 사실 그건 왕자의 내면에도 있는 부분이지만 '백년동안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공주'의이미지에 이 면을 투사했던 것이다. 

 

"내담자 편에서 정말로 '말할 만큼 무르익은' 것만이 말해질 말한 것이다."

 

 공주에게는 자신을 제대로 대면하기까지 백년으로 상징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성적 능력을 갖춘 여성으로서의 성장이 두려웠던 공주는 죽음같은 잠을 거친 후 자유롭고 의식적인 존재로서 다시 '깨어난다.' 입맞춤이라는 부드러운 접촉이 백년의 시간이 지나 '깨어나길 기다리는' 공주를 '깨운다.' 깨어난 공주가 처음 만남남자의 접근에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이 지닌 순수함과 순결함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왕자의 입맞춤이 자연스러운 순수함을 깨우는 표현이어야 하는 것이다. 

 

 둘은 마주했고 결혼을 했다. 여느 옛이야기들처럼 그 이후는 '행복'이라는 한마디로 축약되어있다. 하지만 그과정에는 서로가 부모에게서 받은 심리적 영향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투사한 나의 일부를 내 것으로 다시 가져오는 뼈아픈 과정이 있을 것이다. 가시장미 공주가 보여주는 따스함에 대한 게걸스러운 욕구로부터 왕자는 식인 어머니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흠칫 뒤로 물러나는 왕자를 바라보면 공주는 아버지의 불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양쪽 '욕구의 결합'이었던 만남은 서서히 '사랑'이 된다. 서로에게서 자신의본질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가시장미 공주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운명을 해소하려면 

상대의 모든 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다른 사람을 신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기자신으로 존재하여도좋은 장소를 열어주는 것이다."

 

 저자가 추측한, 왕자를 대하는 가시나무 공주의 태도들이 남편을 바라보던 예전 내 모습과 너무나 비슷해서놀랐다. 나는 '무조건적인 이해'를 미친듯이 갈구했고 남편에게 '다 이해해줘!'라며 날 것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러한 사랑과 이해를 받는 게 '인간'에게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슬프게 깨닫고 종교로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 아직도 따스한 지지와 애정이 무척 고프다. 그래도 지금은 내 내면에 그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남편이 나에게 바라는 욕구는 무얼까? 나는 거기에 어떻게 반응해왔을까? 내 인생에 등장하기 이전의 남편의 서사를 섬세하게 들여다보아야겠다. 우리가 서로를 거울삼아 바라본 각자의 본질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로 설 수 있게 다정하게 바라봐주고 싶다.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사랑이,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취약함이 아닐까.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두번째 주인공은 가시장미 공주(잠자는 숲 속의 공주)입니다. 가시장미 공주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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