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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겨울밤..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삶의 서사들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 12주간의 여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3개월동안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두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삶을 되돌아보았어요. 특히나 여성정체성 안에서 나를 바라보면서 사회가 나를 여성으로 구분지으며 주었던 영향들, 여성의 몸으로 겪어야했던 생애주기들이 나에게 남긴 것들과 집단무의식 안의 여성성 원형으로부터 받은 추동과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저자의 목소리는 새로운 관점을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몸의 통증과 질병, 감정과 욕구 등 나를 통해 드러나는 모든 것들을 나를 향한 메세지로 살펴보게 되었어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바깥의 소리가 너무나도 커서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을 기울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를 인도하던 것은 부모님의 목소리이거나, 사회의 기준이었고 때로는 배우자의 욕구이기도 했습니다. 바깥의 소리들을 하나하나 인식해나가자 이제까지의 선택들에 나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소리는 우리가 스스로와 고요히 마주하고 나서야 들리기 시작했죠.
나만의 서사를 가진 단 하나의 존재
인정과 사랑에 대한 갈구 때문에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쌓여 몸의 질병으로, 이해되지 못할 불편한 감정으로 드러났습니다. 모든 경험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대부분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힘이 되기보다 아픔의 기본 조건이었던 시간을 거쳐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비슷한 상처에 공감하고 눈물짓고 서로 위로했어요.
"그 때 저는..."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쌓여갈수록 나만의 서사가 만들어져 갔습니다. 삶의 이야기들은 원인과 결과를 하나의 로직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고, 내가 꿈꿨던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불균형을 느끼죠. 서로의 다른 환경, 다른 선택, 다른 기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삶의 신비를 점점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직 내 이야기 속에서만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 이야기 안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들과 내가 직접 하지 않았던 가족들의 경험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았던 내 감정과 행동들은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닌 진실을 향한 문이었던 셈이었어요.
우리는 그렇게 바깥의 힘들로 인해 빚어졌던 나를 깨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기넘치는 활력을 붙잡고 내가 원하는 것에 몰입하기, 고요하고 평온한 내적 충만함에 머물기,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의지 또는 지금 주어진 역할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 등 각자가 가진 과제는 다 달랐습니다. 계속 맴돌았던 삶의 지점을 이제는 새롭게 지나가면서 우리는 삶의 방향키를 어디로 향할지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았어요. 누구와 함께 있기도 하고, 그냥 나만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 이 자리이기도 하고, 바다가 보이는 먼 곳이기도 했어요. 각기 다른 모습을 한 미래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적이었던 건 그 자체로 충만하게 반짝이는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새로운 믿음을 향해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던 바깥이 힘들이 나빴던 것만은 아닙니다. 앞으로 그 힘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아니지요. 무한한 가능성으로 뻗어가는 내면의 에너지는 울타리 안에서 경계지워져야 수렴되고 모양을 잡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역할과 관계, 도리와 명분이 주는 경계를 이리저리 넘나들고 조율해나갈 겁니다. 다만 이제 알고 있는 바에 따라 언제 경계 밖을 넘고 언제 다시 앞으로 들어올지 적극적으로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의지했던 믿음체계를 뒤집고 '순간순간 변주하면서도 중심잡힌'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여신모임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불안했습니다. 내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을만큼 편안한 분위기가 화면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처음엔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임이 진행될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여가고 마음이 편안해져갔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형식이 각자의 서사로 포개지고 겹쳐졌다가 다시 구분되는 모임의 내용과 연결되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장애물이 주는 변화로 이제까지의 패턴대로라면 몰랐을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의 믿음을 되짚어보고 나만의 기준을 찾으라는 책의 조언처럼, 이번 온라인 모임은 기존 믿음을 넘어선 새로운 경험을 선물받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조건들이 나를 충만하게 하는 가능성일 수 있다는 것, 나를 넘어선 힘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는 것, 구원을 바라지만 포기하지 않고,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의지를 맹신해선 안된다는 것, 바른 방향으로의 순종은 가장 적극적인 선택이라는 것...
우리가 책에서 건져낸 깨달음들은 표면적으로는 모순적으로 보였습니다. 언어 표현의 한계를 넘어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함께 이야기하며 노력했지요. 그리하여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이 의지만이 아니라 받아들임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힘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앙상한 겨울나무를 쓸쓸하게 느끼지만, 나무의 본질은 겨울나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화려한 꽃과 여름의 신록, 수려한 단풍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진짜 나무를 볼 수 있다고 말이죠. 이제까지 나라고 믿었던 것들은 꽃과 잎사귀, 바스러지는 낙엽아니었을까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에너지가 나무에 있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 안에 존재하고 그것이 영원히 삶을 이끌어갑니다. 어쩌면 여성이라는 사실을 나를 이끄는 힘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12주 동안 함께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성이 날개를 꺾는 한계나 위험으로 빠뜨리는 수렁이 아니라 경이로운 깨달음을 향한 가능성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임 안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나를 대면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가 나를 잘 몰랐다는 것, 그리고 또한 나만큼 나를 알려주는 존재도 없다는 걸 받아들입니다. 내면에 귀기울이며 나만의 이야기 서사를 엮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주인공으로 삶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려 합니다. 나를 나로 이끄는 그 힘에 순종하면서 말이죠.
* [내 안의 여신찾기] 모임은 3개월동안 두 권의 책을 읽고 생애주기별로 삶을 돌아보면서 내면의 힘을 발견해가는 여성들의 내면 여행 모임입니다.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6기는 2021년 9월에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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