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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일상학자] 열여섯번째 공유서 : 시작과 맞물리는 끝 본문
::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이야기하며 내가 알아가고 있는 것들
서울문화재단과 서초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책과 미술로 만나는 여성과 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책과 미술이라는 표현매체에서 드러나는 여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살펴보고 직접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이야기를 들어본 후 나를 미술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처음 기획했을 때는 참가자에게 초점을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참가하시는 분들께 3시간의 힐링타임을 선물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가하시는 여성 예술가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프로그램이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전시참여 제의가 왔고 고민하다가 수락했는데 다시 힘이 솟는 걸 느꼈다고 하셨다. 엄마와 예술가라는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분열하는 중에 전시 기회를 얻고 둘 사이의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과 엄마이기에 얻을 수 있는 감성과 표현의 깊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기회를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며 울먹이시는데...너무 뭉클했다. 작가분들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자신의 정체성을 소중히 붙잡고 지켜내고 계셨다. 그 모습에서 나도 위로받았다. 여성들에게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드러날 기회를 준다는 건 이런 거구나싶다. 여성들과 일하는 게 좋다.
프로그램 안의 한 꼭지인 '여성에게 말을 거는 책과 그림들' 큐레이션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내 마음 속에 여성의 삶, 여성성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정리가 되고 있구나 싶었다. 새로운 것 뿐 아니라 같은 것을 거듭 되돌아보는 작업이 나에게 주는 정돈의 기회가 고맙다.
'내 안의 여신찾기' 5기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모임 때는 꼭 오프로 만나자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온라인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온라인으로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연결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했다. 그런데 가능했다. 모임벗들은 서로를 믿고 깊은 이야기를 꺼내주셨고, 그렇게 우리는 모임 안에서 취약했던 그 시절을 온 마음으로 애도했다. 모임벗들께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실하셨고, 톡상에서의 대화도 정말 활발했다. 나눠주시는 타로카드들과(혜연님이 함께 하셨어요! ^^) 그림일기들로 말과 글 뿐아니라 그것으로 담을 수 없는 부분까지 보듬어주셨다.
모임을 할 때마다 내가 변화하는 걸 느낀다. 책의 여백에 적어놓은 예전의 질문에 지금의 내가 답을 쓴다. 책이라는 연결고리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기록집을 만들면서 5기 모임에서 얻은 것들을 잘 갈무리해봐야겠다.
:: 여성성의 원형, 그리고 나의 변화
'민담 속의 여성성'은 절반정도 읽었다. 이제 더 이상 읽을 시간은 없어서 연구결과를 쓰기 전까지는 읽는 걸 중단해야겠지만 여성성의 원형이라는 것과 그것이 진화에 대해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렇게도 소화하기 힘들었던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의 내용도 다시 떠오른다. 그는 페미니즘이 과격한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여성들이 아니무스를 자각하고 온전히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수긍이 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바뀌었다. 그런데 부족함을 채우려는 나의 투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좋았고 에너지를 받아 고양되었다. 다른 이에게는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데 나에겐 너무나 의미있는 변화였다. 연예인을 좋아하며 괴롭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꿈을 꾸었다. 이제까지의 꿈들과 다른 꿈이었다. 일하는 여성의 미숙함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훔치는 남성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이성 파트너와 온전한 사랑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었다.
:: 마지막 공유서를 쓰면서
양자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관찰하는 사람은 관찰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 대상도 마찬가지. 그러므로 연구자와 대상이 백프로 순수하게 분리된 연구라는 건, 불가능이다. 아마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이 신비를 미리 깨우친 사람들이었겠지.
일년동안 일상학자를 하면서 '여성성'이라는 틀 안에서 연구주제 뿐 아니라 나 또한 연구의 대상이 되어갔다. 공유서라는 형식 안에서 내 일상과 일의 많은 부분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여성성의 원형이라는 주제와 내 삶이 긴밀히 연결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연구대상으로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관찰대상'이 된다는 것은 애정어린 집중이라는 걸 알겠다. 그리고 나는 나를 어떻게든 성장시키고 싶어한다는 것도...알겠다.
공유서를 세어보니, 이번이 16번째 공유서이다.(간단하게 날짜에만 맞춰서 쓴 것까지 합치면 18번) 3월부터 공유서를 공식적으로 올리기 시작했으니 3~12월까지 매달 2번이라고 치면 총 20회 올렸어야 한건데, 중간발표 기간을 제외하고 나면 얼추, 빠지지 않고 공유서를 올렸다. 그렇게 나를 이끈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일상학자를 시작하고 이어갈 수 있었던 에너지...그게 페미니즘의 원형이 아닐까... 시작이 끝과 만나는 우로보로스, 그걸 알아가려는 과정이었을까.
내 주제의 결론은 매우 뻔하고 식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글로, 말로 전할 수 있는 건 내 능력상 그 정도 뿐일수도. 이제 연구결과를 정리하며 나의 1년, 여성들의 역사, 인류의 내면의 진화를 함께 펼쳐봐야겠다.
* 생활인들의 공부 프로젝트 모임, [일상학자]는 각자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의 '학자'가 되어서 공부를 계획하고 과정을 함께 나누며 최종발표회로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1년 과정의 모임입니다. 한 달에 1~2번 만나 각자의 공부 과정을 공유하고 검토하며 그 결과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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