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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학자] 11월 월례회의 후기 : 언어의 힘과 한계, 그 사이에서 본문

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공부 프로젝트, 일상학자

[일상학자] 11월 월례회의 후기 : 언어의 힘과 한계, 그 사이에서

고래의노래 2020. 11. 30. 20:20

11월 25일 일상학자 월례회의

참가자 : 전지영, 홍지은, 윤주애 

:: 전지영

동화모임은 이제까지 2번을 했고, 2월 말까지 총 8번을 할 예정이다. 가진 걸 나누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모임에서 받는 자극이 많다.

이번에는 그림을 보고 즉흥적으로 이야기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다들 잘 하셨다. 동화가 실제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거라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직접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내면아이와의 대화와 비슷하고 나에 대해 많은 걸 알아갈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이 기대했던 바는 아니기에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가능성을 맛본다는 정도로 시도해보고 있다.

내면아이와의 힘든 대면과 이별을 계속하고 있다. 예전부터(어렸을 때부터) 상처받은 내면의 치유에 관심이 많았고, 올해에 내면아이를 볼 수 있다는 분과 모임을 가졌었다. 영성적인 경험에 대해 접할 때마다 나는 그런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좌절하곤 했는데, 더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가시들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문자화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다.

:: 홍지은

언어로 정리하다 보면 내가 느낀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예전에는 틀을 미리 짜놓고 거기에 맞춰서 글을 썼는데 지금은 체계없이 글을 쓰다가 정리해나가고 있다. 연구마무리 글도 지금 생각가는대로 일단 써나가고 있다. 나중에 정리할 예정이고 최종 제목도 그 때서야 나올 것 같다.

책을 2~3번 읽으니까 처음 읽었을 때와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전에는 입력되는 정보의 양만을 생각해서 다시 읽은 책을 또 읽는다는 건 생각조차 못하던 일이었는데, 내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모두 나의 투사이며 내가 해석하고 싶은 방향대로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코로나로 예측할 수 없는 긴장의 나날들이 계속되고 불면을 겪었다. 불안과 두려움을 확장시키는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에 안정을 주기 위해 요가를 하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한시간 정도 아무 생각없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내가 감각과 정말 먼 세상을 살았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 윤주애

카페 공유서에 자세히 과정을 적고 있기에 여기에서 덧붙일 이야기는 많이 없다. 때론 너무 시시콜콜하게 적고 있다하는 생각이 든다. 글이 너무 길어서 다른 분들이 읽기도 힘드실 것 같은데..ㅎㅎ 그래도 적는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주제에 대해 생각했던 가설과 지금 생각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정리해나가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생각들이 뭔데? 라고 물어보면 이야기할 수가 없다. 분명 내 안에 있지만 아직 언어화되지 않았다.

길게 진행되는 모임 안에서의 나를 봤을 때 스스로의 변화가 느껴진다. 처음의 뽀족하고 높았던 기대가 점차 낮아졌다. 둥글둥글해진 느낌이다. 그 자체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여유로워진 것 같아서 좋다. 또 그렇게 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화두가 하나로 모아지는 듯 했어요. 모임때마다 많이 이야기되던 것이죠. 일상학자가 1년이라는 긴 프로젝트였던만큼 나라는 사람의 변화가 느껴졌고,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져 집중하고 있지만 오히려 글로 정리하는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글로 연구를 남기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누어보았습니다.

내 생각을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글로 정리할 때야 그 생각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듯 했습니다. 마음 속 깊게 들어가보면 생각이 흩어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생각을 글로 잡아두는 것은 어렵지만, 글을 쓰면서 확장되는 생각과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설사 왜곡된 것일지라도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글로 내가 경험한 것을 정리한다는 것은 언어의 한계에 갇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인간이기에 누군가와 이것을 공유하려면 언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언어화할수록 내 진짜 경험, 감각과 멀어지게 되고, 그걸 제대로 전하려면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쓰여진 단어 하나하나의 정의를 서로 비교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다해도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투사하고픈 방향대로 이해할 것입니다. 어짜피 나는 오해될 수 밖에 없고 나의 글과 생각을 접하는 사람 수 만큼의 오해가 생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느낌과 경험을 글로 정리하고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집중하는 그 마음의 확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면 또 그 곳에서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겠죠?

이후의 일정을 아래와 같이 정했습니다. 달력에 꼭 표시해두세요!!!!

- 공유서 공유 날짜 : 12월 2일, 16일(수)

- 연구결과글 마감날짜 : 12월 28일(월)

- 마지막 월례회의 : 12월 30일(수)​ (발표의 세부적인 형식과 일정, 기록집에 대한 이야기)

- 연구결과글의 형식과 분량은 자유롭게 한다. (글을 쓰는 것 자체에도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듯하여 형식은 고정하지 않는 것으로 했는데, 참고하고픈 형식을 원하신다면 말씀해주세요. 서로 나눠봐도 좋겠습니다.)

- 발표는 온라인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코로나의 상황상 앞으로도 쉽게 누군가를 초대하는 형식의 모임이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 기록집에는 각자의 연구결과글과 모임공지 글, 모임후기 글들을 모아 넣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의 변화, 성장, 깨달음들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구성을 짜보면 좋겠다.

 

 

생활인들의 공부 프로젝트 모임, [일상학자]는 각자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의 '학자'가 되어서 공부를 계획하고 과정을 함께 나누며 최종발표회로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1년 과정의 모임입니다. 한 달에 1~2번 만나 각자의 공부 과정을 공유하고 검토하며 그 결과를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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