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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내안의 여신찾기] 우리 자신과 시작하는 '썸'타기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 네번째 모임에서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 '외음부, 질, 자궁경부, 유방' 그리고 '성적욕망의 복구'에 대해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삶에서 성기기관과 유방을 어떻게 경험해왔는지 돌아보면서 성적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우리 것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어요.
내 몸인데 내 것이 아닌 '홍길동스러운' 거리감
성기와 유방은 내 몸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듯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관들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거부당하고 소외되어 왔던 부분들이지요. 성기는 마치 금지구역과 같았습니다. 내 몸이지만 제대로 살펴본 적도 만져본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졌어요. 이렇게 성기를 현실에서 마주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 모양을 선명하게 확인한 유일한 경험은 포르노 영상을 통해서였습니다. 남자들의 환타지에 철저하게 맞추어 제작된 영상 속에서 여성의 성기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때는 그것이 정상이라고 믿었고 내 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어 수치스럽게 느껴졌지요.
유방도 내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유방은 남자와 아이의 것이며 실제로 그런 장난스런 투닥거림이 가정 안에서도 일어나곤 합니다. 우리는 유방을 통해 부끄러움을 경험했습니다. 크면 도드라져 보일까봐 움츠러들었고 작으면 자격미달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새상의 기대대로라면 유방은 여성이라는걸 드러낼만큼 봉긋했다가 밤에만 불쑥 자라나야만 했습니다.
정숙하되 섹시해야한다는 모순된 기대 속에서 혼란스러웠지요. 게다가 성희롱, 성추행같은 부정적인 성적 경험들과 몸에 대한 평가, 나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공격하는 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혹체였습니다. '내 존재를 위협할 수 있는 내 몸'이라는 분열적 상황에서 우리는 몸과 긍정할 수 없었지요. 내 몸인데 '나'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통합되고 완전하지 않은 자아의 느낌을 매번 경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월경주기의 지혜와 자궁, 난소의 창조력이 의지 밖의 영역이라면 성기기관들과 유방은 '균형있는 관계'라는 의지 영역과 연결됩니다. 저자는 외음부, 질, 자궁경부를 친밀함에 대한 분별력, 건강한 한계를 설정하는 능력이라는 지혜와 연결합니다. 성관계는 다른 이와 신체적,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되는 것입니다. 본능에 따르는 신체행위가 아니라 상호존중이라는 섬세함이 동반되어야 하는 관계맺기지요. 권위에 도전할 수 없었거나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또는 관계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서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행위 당사자들 사이에서 균형이 무너진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잠시 '구겨놓았던' 순간들은 몸과 마음에 남아 우리에게 계속 신호를 보냅니다. 이용하지말고 존중해달라고 말이죠.
저자는 유방은 주고받는다의 것의 육체적 은유이며, 감정에너지가 쌓이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라는 몸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몰랑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유방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접촉이 필요한 남자들과 아이들이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우리가 기꺼이 그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포근함을 줄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힘입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상황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다양성과 존중이라는 다리를 건너 수치심에서 사랑으로
https://www.instagram.com/jacquelinesecorart
위 링크는 재클린 세커(Jacqueline Secor)라는 예술가의 인크타그램입니다. 모르몬교 공동체에서 '여성의 완벽함'에 대한 압박을 받은 그는 그 공동체를 떠난 이후에도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강박장애인 신체변형장애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치유를 위해 여성성기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자연의 다양성'이라는 제목의 여성성기 그림 시리즈는 원래 개인적인 작업이기에 공개할 의도가 없었는데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자 반응이 뜨거웠으며 참고하라고 자신들의 성기 사진들을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려진 '현실의 다양한 여성성기'는 그것을 보는 여성들에게도 치유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주인에게는 소외되었었고 바깥에서는 대상화되었던 여성성기가 화면 가득 당당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마치 다양하고 존중되어야 할 우리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 재클린 새커의 그림을 삽입한 이전 블로그가 다음블로그 관리자로부터 '청소년유해정보'대상으로 삭제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에 항의했지만 작품이어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이면 예외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담당자와의 직접 연결을 요구했으나 거부되었구요. 여성의 몸에 대한 이미지를 올렸을 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이를 무조건 성적인 이미지로 간주하여 삭제조치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고, 이에 대한 항의와 재복구 경우도 많이 접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제가 겪게 되었네요. 현실과 실제로 부딪힌 경험이라고 생각하려 하고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다음카카오의 시선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보려합니다. 진행 상황은 공유해보겠습니다. 게시물 내용 자체는 공유하고 싶기에 작품 이미지는 링크로 대신합니다. )
모임에서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가장 많이 나왔던 감정 단어는 '수치심'이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중 수치심은 굉장히 모순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껴야 할 사람은 느끼지 않고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밖으로부터 주입되는 감정인거죠. 우리가 느낀 수치심을 돌이켜보았을 때 그건 그 때 그 상황에서 '마땅히 느껴야할' 감정이었을까요? 수치심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특화된 감정입니다. 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상화된 존재에게 강요되는 '부족함'의 감정입니다. 우리의 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치심의 경험을 돌아보고 이것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불균형 상태에 대해서 알아챌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부모님은 우리에게 수치심을 일깨워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에 부모님은 안전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우리의 성적 욕구과 호기심을 이해해주면서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기쁨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거절을 존중하지 않는 파트너가 얼마나 우리 존재에 폭력적일 수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어른이 그 때 우리 주변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는 그런 따뜻하고 안전한 어른이 여전히 아쉽고 막연히 그리웠습니다.
책에는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성적 경험을 치유하기로 결심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치유의 과정에서 "누군가 자신의 인생으로 들어와 이 외로움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는 꿈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슬퍼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이제 우리가 스스로에게 '안전하고 현명한 어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과거를 충분히 아쉬워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으로 있어준다면 스스로를 토닥거릴 힘도 채워지겠지요. 그런데 저는 여성을 대상화하며 존재로서 존중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굳건함을 우리 안에서 끌어올리는 것은 지치는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존중하고 욕구에 당당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설리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혼자 감당했을 고통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분명 모순입니다. 그러나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면 따뜻한 존중의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생각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면서 내면을 채우고 북돋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며 애도할 수도 있어야 하지요.
우리 자신과 시작하는 연애
우리는 브래지어를 왜 해야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 쪽으로 나만의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왜 아빠는 하지 않는 특별한 옷을 엄마만 입는지' 묻기 시작했어요. 브래지어를 입지 말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그건 고민할 문제라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몸을 탐색하면서 드러내고 느끼기에 거리낌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주고 싶기도 했어요. 고추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음경과 음순이 있는 것이고 몸이 다양한 만큼 모두가 특별하다고 그리고 너의 몸은 기쁨의 통로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건 결국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처녀를 '어떤 남성에게도 속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완전하고 충실한 여성'으로 정의내립니다. 놀랍게도 우리 내면의 존재는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습니다. 나를 이제까지 정의내렸던 힘에게서 우리의 존엄성을 되찾는다면 성적 에너지는 수치가 아니라 생기있는 삶과 연결될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면서 몸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춘기 딸과도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요즈음 한층 가까워지고 소통되는 느낌이라고 한 모임벗께서 이야기하셨어요. 관심이 생기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됩니다. 우리를 조종하려는 모든 것에 '아니!'라고 하고 우리 자신에게 자주 '응!'하면서 우리 자신과 '썸'부터 타볼까요?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임에도 삶의 경험을 나눠주시고 위로와 공감, 지지의 벗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생식력, 임신, 출산' (~p352)까지 읽고 만납니다. 생명과 세상을 연결하는 우리의 능력이 각자에게 어떤 경험이었고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나눠 보아요~
* [내 안의 여신찾기]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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