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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나를 믿는다는 놀라움의 절벽으로 뛰어들다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4기 2019 가을

[여신모임] 나를 믿는다는 놀라움의 절벽으로 뛰어들다

고래의노래 2019. 9. 20. 17:37

 [내 안의 여신찾기] 4기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까지 포함하여 7명의 모임벗이 이번 여정을 함께 합니다. 12주동안 2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나눌텐데요, 첫 책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출산 후 일과 함께 육아를 병행하면서 건강을 잃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살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나 여성들에게 이 믿음을 되찾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지요. 저자는 질병과 몸의 증상들이 없애버려야할 적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내면의 안내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과 믿음은 육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느낌과 몸의 지혜를 통해서만 내면의 인도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하죠.

 

 책의 메세지는 우리 안의 각자 다른 부분들을 건드렸습니다. 책의 시각이 아직은 많이 낯설기도 했고 몸의 증상들이 반드시 부정적인 메세지는 아니라는 어렴풋한 믿음이 있었기에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했지요. 몸의 자가치유력을 믿고 아이가 열이 나도 조금 기다려보았고 무릎이 아팠을 때 당장 치료를 받기 보다 휴식을 취하며 몸에게 시간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믿음이 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기도의 힘이 중환자실의 환자들을 확실히 호전시켰다는 이야기에 별 거부감없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막상 생활 속에서는 어떤 힘을 향해 두 손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내면의 안내자를 찾으려면 현재의 중독 상태를 인정하고, 우리보다 더 강력한 힘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줄꺼라 생각하며 우리의 의지와 삶을 내면의 인도자에게 맡기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저자가 중독된 생각의 구조를 깨는 방법으로 제시한 이 과정은 실은 알콜중독치료를 위한 가이드입니다. 생각의 패턴 또한 '중독'이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영월 별마루 천문대의 정상언덕입니다. 저 곳은 입장이 통제되어 있지 않지만 놀랍게도 낭떠러지입니다.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이 곳에서 영월 시내 쪽으로 몸을 날리지요. 생각의 패턴을 벗어난다고 했을 때 저는 절벽 끝에서 몸을 날리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 안의 날개가 펼쳐지는 것을 믿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모험인거죠. 그만큼 내면의 습이 된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삶의 뿌리를 흔드는 작업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여성들은 남성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적 사회 안에서 자신의 몸과 제대로 관계맺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나누었어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여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뿌리깊은 억울함과 서러움이 올라오기도 했지요. 강력한 부인과 저항이 느껴지도 했습니다. 우리가 여성이라는 걸 맞닥드리 순간은 성적이나 업적처럼 눈에 보이는 외부 기준에서 벗어나 주로 관계 안에서만 판단되어 질 때였습니다. 즉 결혼, 임신, 출산 등의 관계 이벤트 이후의 일들이었지요. 약자인게 싫고 억울하고, 벗어나서 강자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약자와 강자의 구분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누구도 약자가 아니고 일부만 강자도 아닌, 모두가 존재로 존중받는 그런 삶을 우리는 꿈꾸고 있었어요.

 

 저자는 치유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치유되었지만 죽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우리는 치유되길 원합니다. 과거를 토닥이고 나를 편안하게 직면하면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나를 궁지에 몰지는 말자는 따뜻한 다짐도 해보았어요. 저자는 이 책의 출판 이후 여러번 악몽을 꾸었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 생각이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때문에 보수적인 의학계로부터 공격당할까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저자의 이런 솔직한 고백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확고하게 믿는다는 것이 어떤 두려움도 없는 강렬한 전사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생각이 믿음이 되고 믿음이 삶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두려움과 불안은 당연히 따라오겠지만 그마저도 다정하게 바라보려합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했지만 이미 우리는 이제까지의 보편적인 믿음을 깨는 여정을 선택하고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만이 내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치료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깨고 여신모임을 시작했고 내 생각과 다른 책이지만 한 번 읽어보기로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중독된 삶의 패턴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평소와는 다른 사소한 선택들을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었지요. 집으로 가는 익숙한 길이 아닌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 선택을 할 때 그렇게 돌아가야 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더 선택이 수월할꺼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함께'라는 그 힘에 기대여 여신모임을 시작합니다. 나를 믿고 또 서로를 믿는 놀라움의 절벽 속으로 뛰어들 수 있게 손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4장 여성의 에너지 시스템 (~120p)까지 읽고 만납니다. 내면이 인도자라는 개념에 조금 더 다가가서 우리몸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볼 준비를 해보아요.

 

* [내 안의 여신찾기]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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