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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모임] 내 삶의 한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본문

여성들의 함께 말하기/꿈의 속삭임

[꿈속모임] 내 삶의 한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고래의노래 2019. 6. 20. 14:47

 [꿈의 속삭임] 일곱번째 모임에서는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6~7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장에서 저자는 그룹꿈작업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살피고 모임의 실질적인 진행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여줍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꿈이라는 깊은 내면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열린 마음, 정서적인 솔직함, 진지한 관심 그리고 존중과 기여의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으면서 참여가 강요되지도 않고, 꿈주인공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섬세한 균형잡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조율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진행 형식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이런 형식에 비추어 우리 모임을 살펴보았을 때 모임에서 어떤 부분이 추가되거나 보완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그래서 꿈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입문의식 단계인 '마음모으기'를 다음 시간에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음모으기는 모임 시작 전에 구성원의 몸과 마음에 '이제부터 오는 건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내면화하는 단계입니다. 손을 잡고 빛이 우리 안에 통과하는 것을 호흡하면서 상상하는 것인데요, 다음 시간에 이 '의식'의 힘을 실제로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그룹꿈작업 사례들 속에는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아동기에 겪은 폭력과 성추행의 고통이 꿈을 통해 드러나고 꿈주인공들은 애써 잊고있었던 아픈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되지요. 저자는 꿈작업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아동기의 성추행 경험들에 놀랐습니다. 이 사회에 이런 일들이 너무 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부정적인 성경험 기억들은 아동기의 환상'이라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기대고 싶어질 정도였지요. 그러면서 꿈작업이 개인 뿐 아니라 사회변화를 위한 힘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다시 힘을 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례들에 나온 꿈 상징과 신체통증이 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교통수단과 형태변환, 아이를 구하는 것, 욕실, 허리통증에 대한 상징 해석이 이어질 때 아하!의 느낌들이 이어졌어요.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같은 상징이 내면의 과제에 따라 각자의 꿈에서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차이점을 비교해보니 참 재미있었어요. 교통수단의 경우 타는 데 성공하는지, 누구와 함께 타는지, 어디에서 서는지 등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많이 등장하는 상징인 화장실도 들어갈 수 있는지, 배설욕구가 충족되는지, 들어가서 내가 무엇에 마음을 쓰는지 등이 달랐지요. 저자는 화장실 상징을 창의성으로 연결시킵니다. 배설한다는 것은 창의적 표현과 관련되어 있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창의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모두의 내면에 있는 원형적 욕구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창의적'이라는 것은 예술적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고자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융의 '자기실현과 개성화' 욕구와도 연결됩니다.

 

 그룹꿈작업의 의미는 앞에서도 여러번 이야기되었습니다. 혼자서 꿈을 작업할 때는 선택적 맹점과 자기기만의 한계에 부딪혀 나에게 필요한 의미들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내 의식의 울타리 안에서는 건드려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발견되지요. 하지만 여전히 꿈의 주인공은 꿈꾼 이이며 다른 사람들의 해석은 그들의 의식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이 의미있는 것은 하나의 꿈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각자의 투사패턴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투사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내면과 상징들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합니다.

 

  꿈작업이 여러번 이어지면서 우리는 각자의 꿈패턴을 인지하게 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 꿈에 대한 나의 반응을 자각하면서 현재 나의 과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여성성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 내 모습과 내 욕구를 인정하고자 하는 욕구,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 등 각자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의 꿈에 투사하고 해석해갔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서로에 대한 간섭이나 경계넘기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기여'라는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지요.

 

 

 위의 그림은 김효은 작가의 '나는 지하철입니다'라는 그림책의 한 장면입니다. 이 책은 지하철의 시점에서 자신을 타고 내리는 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합니다. 일터로 바삐 향하는 사람들, 수레상인 아저씨, 시장에서 돌아오는 할머니, 꾸벅꾸벅 조는 아이. 우리도 살아가면서 삶에 여러사람들을 태웠다가 내려보내고 다시 태웁니다. 누군가를 내 삶에 들인다는 것은 믿음을 품고 불확실함을 끌어안는 것입니다.

 

 책에서 나왔던 꿈사례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꿈주인공들의 '용기있는 믿음'이였습니다. 그들은 끔찍한 기억들이 떠올라 괴로워하면서도 모임의 공간과 사람들을 믿고 꿈작업을 멈추지 않았지요. 그것은 자신에 대한 마음깊은 믿음이기도 했습니다. 꿈을 기억했으므로 이제 내가 그 시절의 고통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능력도 있을 거라는 걸 '용기있게 믿은' 것입니다. 그 용기와 믿음을 그룹 안의 사람들은 지지했고 따뜻하게 포용했습니다.

 

 결국 각자의 과제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입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이 채워지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가능하지요. 그림책의 지하철이 '오늘도 나는 달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오늘도 우리는 살아갑니다.' 믿음이라는 용기로 다른 사람에게 내 삶의 한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그 마음에 기대어 우리의 꿈모임도 가능했습니다. 곁을 내어주신 믿음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주에는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을 끝까지 읽고 마무리합니다. 삶이라는 지하철이 꿈이라는 어둠으로 내려갈 때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가보아요. ^^

 

* <꿈의 속삭임>은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0주간의 그룹꿈작업 모임입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꿈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의 메세지에 귀기울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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