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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모임> 꿈, 인류와 우리 자신의 진화 작업장 본문

여성들의 함께 말하기/꿈의 속삭임

<꿈속모임> 꿈, 인류와 우리 자신의 진화 작업장

고래의노래 2019. 6. 6. 13:19

 <꿈의 속삭임> 다섯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부터 우리는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을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4주간 읽은 '정신치료와 꿈의 힘'처럼 그룹꿈작업의 유용함을 강조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꿈을 바라봅니다.

 

 '정신치료~'는 여러 꿈 해석 이론 중 펠즈의 게슈탈트식 접근에 기반하여 꿈작업을 진행합니다. 게슈탈트 접근법에서 그룹꿈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꿈 해석 또한 집단상황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져야 개인이 의식적으로 거부한 부분이 드러나고 개인 인격 속 결함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람이 날아다니고~'의 저자는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꿈을 바라봅니다. 그룹꿈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꿈이 은유와 상징이라는 보편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며 그룹꿈작업을 통해 우리가 고립감을 극복하고 모임 안에서의 성장을 삶으로 확장하면 공동체를 살리고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정신치료~'에서는 꿈을 매우 개인적인 차원으로 접근해갔다면 이 책은 개인의 온전함으로 향하는 성장에 초점을 두면서도 그 바탕에 인류의 집단무의식을 강조합니다. 집단무의식은 개인이 사적인 경험없이 품고 있는 인류 보편의 무의식으로 정신적 영역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개념에 기반하여 '꿈은 진화의 작업장'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이렇게 바탕에 깔린 배경과 시선이 다르지만 두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꿈은 우리를 온전하게 통합된 존재로 나아가게 하는 길잡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우리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는 긴장감 속에서 에너지를 소진하곤 합니다. 이러한 자기기만이 조화롭고 온전한 자아로의 길을 가로 막고 있지요. 이렇게 장애물로 막혀 있는 곳에 꿈은 '텐트를 치고 도덕극을 시작'합니다. 그 장애물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지요.

 

 위 그림은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마녀왕비와 진실의 거울입니다. 왕비는 거울에게 매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지' 묻습니다. 그리고 거울이 '백설공주'라는 진실을 이야기하자 격분하며 날뛰지요. 저자는 꿈이 '진실만을 말하는 마녀의 거울'과 같으며 놀랍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 우리는 마녀처럼 반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기부정과 자기기만을 극복하고 꿈이 전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침착하게 대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지요.

 

 함께 모여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각자의 꿈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도덕극'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그 극의 내용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꿈은 우리에게 온전한 존재가 되도록, 원형적이고 신성한 에너지에 닿도록 끊임없이 이끌어주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꿈의 이런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경이로움에 누군가는 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누군가는 내면의 중심이라고 개념화합니다. 저자는 이것을 '영적인 진화'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도 집단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꿈은 이 과정에서 인류의 잠재력을 꿈 안에서 보여주며 '연습'한 것이지요. 자기기만과 부정에 쓰일 에너지를 모두 통합하여 훨씬 많은 에너지를 좌우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분명 한 단계 진화된 인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걸려넘어지지 않도록 우리 앞의 장애물들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룹꿈작업이라는 진솔한 경험을 통해 신뢰의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한 개인이 삶의 각 영역에서 또 다른 공동체를 살리고 사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요. 이렇게 그룹꿈작업은 인류보편의 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래 인류의 진화 잠재력으로 텔레파시를 예로 듭니다. 그리고 꿈 속에서 텔레파시 경험을 하는 것은 인류가 이를 연습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친밀한 사이에서 이러한 작용이 더 쉽게 일어난다고 말해요.

 

 집단무의식, 정신의 진화, 신성한 에너지 게다가 텔레파시까지. 첫번째 책과 달리 이 책의 주장은 쉽게 납득되고 이해되기보다는 신비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모임벗의 연상과 꿈해석이 다른 모임벗들에게 마법같은 자극으로 작용하여서 같은 연상을 중심으로 각자의 꿈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돌아와서 다시 일련의 흐름을 되돌아보니 '아빠'라는 한 연상어가 모임벗들 한 명 한 명을 거치며 체험되는 장면들이 너무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말하지 않아도 교감하는 능력이 텔레파시라고 한다면 이번 모임에서 우리가 경험한 이 일련의 작업들을 텔레파시의 힘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꿈이 차린 텐트 주위에 우린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을 지폈습니다. 우리 내면에서 일종의 시위를 벌이는 꿈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겠지요. 꿈이라는 시위대가 이야기하는 진실 앞에 용기있게 설 수 있도록 다정하고 안전한 울타리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5장(~p172)까지 읽고 만납니다. 저자의 꿈작업이 사회에 실제로 어떤 에너지를 퍼뜨렸는지, 모여서 꿈을 이야기한다는 것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한 번 들어볼까요.

 

* <꿈의 속삭임>은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0주간의 그룹꿈작업 모임입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꿈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의 메세지에 귀기울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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