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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꿈속모임> 꿈을 통해 취약함을 보듬고 가는 소통과 성장 본문
<꿈의 속삭임> 네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부분은 꿈에 대한 전망과 기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꿈이 우리가 속한 삶의 각 부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과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꿈 연구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합니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감정에 솔직하게 대면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보통 관계를 위기로 몰아가는 위험한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나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 상태로 서로 관계를 맺으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됩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꿈을 활용하면서 가정, 학교, 교회 그리고 직장까지 내가 사람들과 관계하는 모든 곳에서 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자는 사고하는 방법에만 치우친 현재의 교육으로는 아이들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찾고 익히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하며 꿈을 활용한 감정교육을 제안합니다. 어려서부터 꿈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은 내면의 삶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살게 되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주요한 장소인 학교에서 꿈이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는 법, 감정을 표현하되 상대방과 안정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은 특히 부부관계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상대의 꿈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듯 꾼 꿈으로 서로 대화하듯 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꿈 이중창'이라고 불렀습니다. 꿈을 통한 소통은 부부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물론 책의 사례에서 나왔듯이 부부관계에서 솔직한 감정의 대면은 이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의 경우 꿈의 의미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 파괴의 암시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은가하는 염려는 3부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요. 꿈을 해석할 때 그것을 미래의 방향에 대한 메세지로 볼지 아니면 현재 느끼는 불안에 대한 표현으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강조하는 것은 단지 현재의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라는 것이라고 하면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데 찝찝한 꿈이라면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아마도 이런 해석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변화의 시작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는 심지어 직장에서도 꿈을 활용하여 소통하면 상호신뢰의 분위기에서 오히려 원하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점은 <존재를 향한 태도> 모임에서 읽었던 '비통한 자들의 정치학'의 메세지를 떠올리게 했어요. 내면과 현실의 간극, 그 사이에서의 긴장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이야기말이죠. 지난 주에 이야기나눴던 것처럼 꿈을 '균형을 향한 방향추'라고 여긴다면 간극에서 비롯한 비통한 긴장감을 해소하는 좋은 매개자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꿈 해석 작업들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마음의 신경증적 장애물들을 정리하면 우리는 신비한 꿈의 차원과 만날 수 있습니다. 의식적인 꿈인 루시드 드림이나 다른 차원의 진입으로 여겨지는 꿈 경험, 또는 황홀감의 경험 같은 것 말이죠. 저자는 이렇게 다른 차원의 꿈을 경험한 후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꿈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꿈 속의 갈등상황에 의지를 가지고 대처해나가는 것이 현실에서의 갈등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더 연구되어야할 과제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꿈의 영역이 우리를 좀 더 풍족한 삶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꼭 신비로운 차원이 아니어도 꿈은 우리의 삶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발휘합니다. 모임에서 꿈을 나누면서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상징들과 연결고리들을 발견하고 감탄하였습니다. 우리는 꿈 안에서 초라해보이지만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되는 존재를 보듬기도하고 끔찍해보이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잡고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극적인 장면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힘을 느끼기도 했지요.
위 사진은 티모시 슈말츠의 '노숙자 예수'라는 작품입니다. 한 노숙자가 벤치에 힘없이 누워있습니다. 누추하고 비참해보이는 행색이지요. 하지만 거적 아래 드러난 발등에 난 못자국이 그가 예수라는 걸 말해줍니다. 작가는 사회적 약자를 나를 대하듯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토대로 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신성한 품위에 맞지 않는 작품이라며 여러 성당에서 거부당하던 '노숙자 예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명해지고 여러 지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누추한 행색 아래 빛나는 신성을 상징하는 저 작품은 우리에게 겉모습이 어떻든 서로 존엄하게 대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꿈모임을 하는 저에게는 저 동상이 우리 안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초라한 부분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꿈은 우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초라해보이는 그 부분은 초라해서 함부로 다룰 수 있는게 아니라 보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나에겐 끔찍해보여도 그건 사실 모두에게 있는 부분이니 괜찮다고,
파멸로 가는 것 같았던 것은 사실 더 큰 힘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고.
서로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모임벗들의 앞으로의 변화가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삶의 영역에서 꿈을 활용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여성들에게 자신의 꿈 경험을 이야기하는 작은 모임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자녀에게 헌신해야한다는 가부장적 사회인식에 메여서 자신의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꿈은 이미 존재하지만 우리가 무시했던 에너지를 총체적으로 통합하면서 전체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할지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꿈은 우리의 상태를 투명하게 드러내주는 창이면서 현재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꿈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의지'라는 단단함이 없는 '취약한' 열린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꿈을 통한 소통이 서로에게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건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떠한 무기도 없이 맨살을 드러낸 사람 앞에서는 칼을 내려놓게 되는 법이니 말이죠. 실제로 한 모임벗께서는 가정 안에서 상대방에게 꿈을 이야기하며 소통을 시도해보고 계셨습니다. 앎이 삶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꿈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루시드 드림까지는 아직 나아가지 못했지만 우리는 꿈을 통해 발견한 깨달음을 현실로 가져와 삶을 변화시키는 출발점 앞에 섰습니다 .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취약해보이지만 신성한 '노숙자 예수'가 있습니다. 그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고 따뜻한 신발을 신겨준다면 취약함은 단단한 온전함으로 몸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 변화를 향한 걸음들이 기쁘고 두근거립니다.
이제 '정신치료와 꿈의 힘'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을 함께 읽기 시작합니다. 다음 주까지는 3장(~98p)까지 읽고 만납니다. 그룹꿈작업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가 풀어내는 실제적인 꿈작업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꿈작업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보아요. ^^
* <꿈의 속삭임>은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 라는 대안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10주간의 그룹꿈작업 모임입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꿈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의 메세지에 귀기울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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