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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함께 말하기/꿈의 속삭임

<꿈속모임> 꿈은 누구에게 칼자루를 주었나

고래의노래 2019. 5. 17. 01:27

 <꿈의 속삭임> 두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꿈을 탐구한 사람들'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저자는 인류가 꿈에 다가가는데 기여한 여러 꿈 이론들 중 자기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단순한 꿈 해석법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내어 소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프로이트에서 시작해 융을 거쳐 홀과 펠즈의 꿈분석 방법론들을 설명합니다.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프로이트는 항상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과학과 '의식'의 시대를 통과하며 하찮게 여겨지던 꿈을 다시 유의미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지요. 프로이트는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고 무의식은 의식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억압된 감정과 욕구의 창고라고 여겼습니다. 무의식이 꿈에서 펼쳐질 때에도 곧바로 의미가 해석되지 않게 갖은 위장기제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프로이트식 꿈분석에서는 위장을 풀어줄 정신분석가가 중요합니다. 분석은 언어적 연상법을 주로 사용했고 묻혀있던 유아기 성욕이 꿈의 주동력이라고 여겼기에 꿈분석은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꿈 꾼이가 이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실에 대한 저항이 크고 꿈이 세게 위장했다고 여겼습니다. 꿈 꾼 이에게 다른 해석의 여지를 두지 않는 이러한 '해석 폭력'은 결국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은 꿈의 살해자'라는 비판까지 불러일으킵니다.

 

 융은 꿈을 바라보는 시선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보통 사람이 꿈을 해석하고 활용할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무의식은 억압된 욕구의 저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잠재력의 원천으로 여겼고 꿈은 위장하지 않으며 꿈꾼 사람이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꿈을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올바른' 꿈해석이란 없으며 꿈 꾼 이에게 건설적이라면 해석이 잘 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분석법으로는 꿈 속의 인물, 사물과 대화하는 내적대화법을 제시했는데  꿈의 상징이 개인적 경험을 넘어 나타날 때가 있으며 이럴 때는 집단무의식 속 원형의 상징으로 이를 해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융의 꿈분석이 여전히 진료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힘들게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홀과 펠즈는 꿈을 진료실을 넘어 시장터로 데리고 나옵니다. 홀은 이제까지의 꿈분석과 연구는 진료실로 찾아온 특별한 상태의 사람들의 꿈으로 한정되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꿈을 수집하여 분석합니다. 그 결과 그는 꿈은 개인적인 기록이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내가 누군가를, 세상을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요.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내 사고의 필터는 확인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꿈 분석법으로는 사고의 연상을 사용했습니다.

 

 펠즈는 홀의 해석에서 더 나아가 개인치료라는 비현실적 상황이 아닌, 일상의 삶처럼 꿈도 집단 속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룹 안에서 꿈을 실연하는 방법을 가장 추천했는데 이를 통해 집단에서의 실제행동에 집중하면서 개인 인격의 결함을 찾으려 했습니다. 내 인격 속의 상전과 하인이 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파악하고 우리가 억압하고 있는 부분을 인식해서 통합해야 온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요.

 

 저자가 소개한 4명의 꿈 연구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하나의 장면이 눈 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듯 합니다. 프로이트의 진료실에서 소파에 누워 있던 꿈꾼 이는 융의 진료실에서는 몸을 일으켜 꿈 전문가를 마주 보고 앉습니다. 그리고 홀과 함께 진료실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 뒤에 펠즈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지요. 이것은 꿈을 해석하는 권한이 전문가에게서 꿈 꾼 이에게 옮겨져가는 변화의 과정입니다. 꿈이 꿈의 주인에게 다시 되돌아가가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원래 우리의 것이었던 꿈이 이리저리 길을 잃고 헤매다 다시 우리에게 도착한 것이 기쁘면서도, 당황스럽고 한편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꿈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이 꿈을 꾼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에서 지금 우리의 모임이 시작될 수 있었지만 마치 보따리 빼앗았다가 돌려준 사람에게 고마워해야하는 것같은 애매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네요. ^^;; 어쨋든 꿈이라는 혼란스러운 정글을 헤쳐갈 여러 도구들이 앞선 꿈 연구자들의 노력 덕에 주어졌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꿈을 이야기하고 함께 해석해보면서 꿈이 나를 드러내고,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내 꿈을 모임에서 나누었을 때 모임벗들이 주는 꿈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꿈의 힘을 다양한 방면에서 느끼게 도와주기도 했지요. 또한 내 꿈이 아니어도 꿈으로부터 함께 힘을 받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위 그림은 백지혜 작가의 '꽃이 핀다'라는 그림책의 한 장면입니다. 다양한 색깔의 꽃들을 고운 한국화로 그려낸 책이지요. 모임이 끝나고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가 저 나리꽃 그림이 나왔을 때 반가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꿈모임 이후 참나리는 저에게 더 이상 '그냥 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긍정해주고 나아가게 하는 커다란 에너지입니다. 우리 삶이 좋은 기억들 그리고 그에 연결된 상징으로 풍성해질 수 있다면 꿈속모임을 통해 그러한 소중한 상징들이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기꺼이 마음을 열어 꿈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 꿈들로 우리의 삶이 더 다채로와지리라 믿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정신치료와 꿈의 힘' 3부 '꿈의 세가지 얼굴'(~p346)까지 읽고 만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꿈 분석법을 읽고 꿈의 정글을 향한 또 하나의 도구를 손에 쥐어볼까요? ^^

 

* <꿈의 속삭임>은 책을 함께 읽으며 꿈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룹꿈작업 모임입니다. 3분 더 참여가능하며 구글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forms.gle/E4KBB3QERuxYbbM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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