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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3기 : 3> 월경이라는 자연스러움을 되찾기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3기 2018 가을

<여신모임 3기 : 3> 월경이라는 자연스러움을 되찾기

고래의노래 2019. 2. 22. 21:52

<내 안의 여신찾기> 세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월경을 '몸으로 여성을 인식하게 된 첫 사건'으로 되돌아보면서 월경증상들과 골반기관의 건강상태를 저자가 이야기하는 '관계'와 '창조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첫 월경에 대한 기억들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나 자신이 여자라는 걸 확인한 것이 절망스러워 우울하기도 했고, 감추고 싶은 마음이 들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생긴 변화가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저자는 여성들이 월경주기를 내면의 인도자로 인정하게 되면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월경주기의 리듬이라는 것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배란 전에는 에너지가 바깥으로 향하면서 생기발랄해지지만 배란이후 월경 전 단계로 들어가면서 내향적이고 사색적으로 변하면서 많은 것들을 문제로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월경 전과 월경 중 여성들이 예민해지고 어두워진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는 만큼 마땅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고 있지요.

 


‘그 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우리는 이제까지 스스로의 월경전 증후군에 대처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우리가 월경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았습니다. 월경 전에 몸이 피곤하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져도 우리는 그것이 배려되어야 할 상태가 아니라 다스려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지요. 무기력하게 늘어져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데 대한 비겁한 변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그래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것과 왜 같지 않을까요? 어디에서부터 이 삐걱거림이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삶의 관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혼자 산다면 내 생각과 느낌이 제지당할 일도 없겠지요. 여러 삶의 관계 안에서 우리는 지지받기도 하고 억압받기도 합니다. 저자는 골반기관들은 차크라 2의 영역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고, 나의 창조성이 표현되고 지지받는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딸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무언가를 요구하고 기대합니다. 그 기대들은 대부분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진 것이었죠. 시험성적표로, 대학간판으로 훌륭하고 못난 존재로 간단하게 분류되기도 하고 돈을 벌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나의 효용가치가 판단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월경주기 리듬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다르지 않지요. 우리 사회는 활기하고 열정적이며 에너지넘치는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이 우리가 실제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어떤 결과물들을 주로 도출해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내향적인 상태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으며 그래서 부정적으로 여겨지곤 하지요.

 


검열의 대상이 된 월경


 

 

 위 사진은 '루피 카우르'라는 페미니즘 시인이자 활동가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입니다.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한 흔한 아침 풍경이죠? 그런데 이 사진이 게시되자 인스타그램은 '월경혈'이 보이는 사진을 게시할 수 없다는 규칙에 어긋난다며 해당 사진을 삭제합니다. 루피 카우르는 선정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편향적인 이념을 보이지도 않는 저 사진이 왜 삭제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반발했고 다시 포스팅을 합니다. 이 사건은 크게 이슈가 되었고, 인스타그램은 결국 저 사진에 대해 삭제하지 않기로 결정하지요.
사실 저 사진은 진짜 월경혈 사진이 아니라 루피 카우르의 사진 프로젝트 일환으로 찍은 '연출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월경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지요. 월경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감추어야 할' 무엇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월경중인데도 하얀 바지를 입고 깔깔거리며 햇살 속에서 뛰어야 하는 걸로 '기대'되어집니다. 그것은 우리가 진짜 느끼고 경험하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진짜 마땅하고 당연한 것은 무엇이었나
 

 여성들이 월경주기라는 리듬 안에 있다는 사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은 내면에 고요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월경이라는 사실만큼이나 당연하게 배려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지요. 내가 돈을 벌든 안 벌든, 시험 점수가 어떠하든 나는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누구에 의해서 판단되어져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무월경'에 대한 이야기와 '월경을 중지시킨 커리어 우먼'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저자의 주장과는 반대되게 저자의 환자 중 내면을 돌아보는 것에는 관심없었지만 외과적 수술로 병을 완치한 여성의 사례도 나왔습니다. '자연스러움'은 과연 모두에게 동일한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는걸까요? 그보다 '나의 내면과 연결된 상태' 그래서 '내가 스스로 선택한' 상태가 우리 각자의 자연스러움이 아닐까요?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월경이 우리에게 월경통으로, 불규칙적인 월경주기와 월경양의 변화로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내면과의 연결'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하죠. 우리는 외부의 시선과 기준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바라본 우리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감추고 싶었다고 하신 이야기들을 모임에서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혼란스러움에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내주신 선택에 감사드리고, 세심하게 듣고 공감해주신 따뜻함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즐거운 일들을 제쳐두고 내면으로의 여정이라는 고단함을 우리가 선택하고 함께 모인 데에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다음 주는 유방 (~288p)까지 읽고 만납니다. 다음 주에도 우리 서로를 '선택'하며 다시 만나요~ ^0^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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