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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2기 : 8> 질병을 대했던 우리의 방식 본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 여덟번째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의학적 치료와 식이요법, 운동이라는 실제적인 건강법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을 정리해보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면의 인도자와 그 생각들이 얼마나 연결된 상태인지 점검해보았어요.
1. 치료하고 먹고 움직이는 것에 대한 우리의 믿음
가벼운 감기에도 꼭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었던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는 의사의 처방과 약의 효능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질병의 증상들이 몸이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약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건강을 위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바람이 '건강'에 대해 다시 정의내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 상태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은 내면의 인도일까? 아니면 건강을 외부의 판단에 맡기는 중독상태인걸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욕구와 기대의 스펙트럼이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맛집 찾아다니는 것이 즐겁고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바로 그 음식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분도 계셨지만 먹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고 하루의 포만감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알약이 개발되면 좋겠다는 분도 있었지요.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이고 허기가 식사로 이어져서 몸과 음식이 연결되는 느낌을 찾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도 이야기나누었습니다. 그렇다면 배고픔이 희귀한 경험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은 중독일까요? 열정일까요?
우리는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넘어 몸을 움직이고 싶고 몸으로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며 운동할 시간을 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죠. 저자는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하며 아이들과 타협점을 찾고 운동할 시간을 확보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 운동하기'를 방법으로 떠올렸어요. 집에서 하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모관운동(누워서 팔다리를 올려 떠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도 가능하며 심지어 아이들이 좋아하며 따라한다는 거였죠. ^^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완벽한 치료법, 식사법, 운동법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 과정 속에서 자아와 연결되느냐 아니면 자아를 잊게되느냐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어떠한 감정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름다움이나 평온함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의해 병원에 의지하고 먹고 운동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중독상태라는 것이지요.
2. 고통없이는 얻는 것이 없을까?
우리는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한 '고통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는 명제에 대한 허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저자가 글의 맥락 안에서만 저 문구를 사용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끌어내서 해석하는 것이 꽤 어려웠어요. 대부분 저자의 말과는 반대로 '고통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는 것에 긍정하셨는데 '고통'을 '대가'로 보았을 때 과거의 부정적 경험들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우리의 직관이 아닌 자신들의 틀로 우리를 조종하려 할 때 저 말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지금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내면의 메세지로서의 불편함이 무시될 때 그것은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내면의 인도자와 연결되어 그 길을 따른다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만을 경험하는 과정은 아닐 겁니다. 내적 불행의 습을 꺾는 것은 내면의 저항이 생기는 일이고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익숙하지 않아서 겪게 되는 불편한 감정과 자신 안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을 때 느끼는 '무언가 잘못된 듯한, 부족한 느낌'은 다른 것입니다. 이 둘을 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하겠죠.
3. 의심하고 생각하며 성장합니다.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저자는 '나의 치유가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여성들이 수치심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에너지장의 변화를 가져오면 그 파장이 주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마치 100미터를 10초에 달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한 사람이 그 기록을 깨뜨린 이후로는 여기저기서 9초대의 기록들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현재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지요. 지금 이러한 분위기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인류 역사를 통해 오랜 세월 이어져온 여성들의 고통이 해소되는 문이 열린 듯한 기대감에 두근거리기도 했고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서로에 대한 혐오들이 쏟아지는 모습이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러 감정들 속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두려움을 넘어선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우리도 이렇게 만나 여성으로서 우리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며 감정이 주는 메세지를 찾으려 노력하고 내 안의 욕구에 대해 의심해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위의 그림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그림을 현실을 재현을 넘어 사고의 촉진제로 바꿔놓았지요. 가로등이 켜진 환한 대낮이라니, 저 공간의 시간은 밤인걸까요. 낮인걸까요?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이미지들을 결합시킴으로써 마그리트는 관객들의 마음에 혼란의 파동을 일으켰는데, 그 '의심'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어떤 것이 중독이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인지, 그 구분을 한다는 것이 아직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심하고 생각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의심이 우리를 인간되게 합니다. 우리 인생이 '과정 그 자체'이므로 갸우뚱거림이 반복될수록 무언가 더 선명해질꺼라고 믿어요. '고통없이 얻는 것은 없다'라는 명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 또한 보다 명확히 내면으로 이해하기 위해 더 마음 속에 품고 기다려보려구요.
이제 우리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마치고 다음주부터 새로운 책으로 들어갑니다. <여성의 몸~>에서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했던 외부의 시선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면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통해서는 '원형'이라는 개념으로 내면의 에너지와 만나보아요~
다음 주까지는 183페이지까지(처녀여신 부분들) 읽고 만납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질문하고 의심하면서 길을 찾는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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