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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렇게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__]하는 새 여자

가끔은 그렇게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

고래의노래 2023. 4. 28. 22:49

🎈여성 서사 이야기 기획단  '[ _ 하는 ]새 여자'의  [행간, 머물다] 모임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4주간 함께 읽었습니다. 마지막날 함께 나눈 후기를 올립니다. 
 
"괜찮다. 토미"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 내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단정하는 위로의 말을 들을 때. 그런데 ‘괜찮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내리기도 한다. 앞의 괜찮다는 ‘생각만큼 별 거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뒤의 괜찮다는 ‘거대하게 압도하지만 그래도’의 뜻이다. 하나는 내 고통을 작게 찌부려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내 고통 주위로 담요를 덮어준다.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지 않다. 어딘가 어느 시절에 상처받고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방황한다. 시대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개인적인 환경이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 상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상처를 입으면 상처를 주면서 자기 방어를 하기 쉽다.
 
얼마 전 '프리즌 서클'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프리즌 서클'은 일본 교도소에서 진행되는 사회복귀촉진센터의 갱생 프로그램으로 수용자들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자신의 과거, 감정을 되살리며 현재의 죄와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수용되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경험을 통해 수감자들은 학대와 폭력이 악순환되던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피흘리기 시작했는지 알아간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이 책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도 좋은 안전한 장소를 sanctuary (생크추어리)라고 부른다. sanctuary (생크추어리)는 야생동물 보호소를 일컫기도 하고, 난민보호소를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래는 치외법권의 성역, 지성소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존재를 증명받고 싶어서 들키고 싶은 비밀이 있고, 다른 이에게 이해받지 못할까봐 소중히 간직하며 힘이 되는 비밀이 있다. 그리고 존재를 갉아먹으며 힘을 키우는 비밀도 있다. 나는 어떤 비밀들을 가지고 있던가? 취약한 비밀을 드러내도 괜찮은 생크추어리가 나에게 있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 같지만 괜찮을 꺼예요. 내 생각에는요.”
 
이야기 속에는 괜찮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그리고 상대의 몸에 다정하게 손을 올린다.
나도 이 한마디를 원한다. 괜찮다. 주애야. 괜찮다. ‘가끔은 그렇게 괜찮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너의 애씀을 내가 안다.
 
모두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애처롭고도 반짝이는 몸부림.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서정주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괜,찬,타,……괜,찬,타,……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處女) 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얘기 작은 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山)도 산(山)도 청산(靑山)도 안기어 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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