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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학자 2기] 일상공유서 : 나의 뿌리를 탐색하며 딸이 되어가는 과정 본문

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공부 프로젝트, 일상학자

[일상학자 2기] 일상공유서 : 나의 뿌리를 탐색하며 딸이 되어가는 과정

고래의노래 2022. 3. 6. 20:28

 


며칠 전 [한 여자]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장르구분으로는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라는 한 여자에 대해 그의 성장배경 안에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탐색하며 써내려간 글이다. 여성됨의 여정이 결국 딸이 되는 여정으로 이어지리라 예사아하며, 그 길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자 읽어나갔다.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 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며,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견을 통해 개인적 기억의 고독과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돕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뻗대고 있고, 어머니에 대해 순수하게 감정적인 이미지들을, 온기 혹은 눈물을, 의미 부여 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함을 느낀다."


너무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거리감을 가지고 바라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을 시도하면서 그 힘듦에 대해 솔직하게 토로하는 저자에 공감되었다. 나도..엄마의 삶이 궁금해졌지만 본격적으로 그걸 언어화해본다고 생각하면...저런 감정이 시작도 전에 올라온다.

"그녀는 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주름치마에 발목까지 오는 짧은 양말에 납작한 신발을 신겨가면서 나를 아이인 상태로 데리고 있으려고 했다"


저자의 엄마가 우리 엄마 세대와 무척이나 비슷했다. 백설공주 엄마처럼 여성의 몸에 대해 모순적인 내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고, 예의범절에 어긋날까봐 두려워하고,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란다.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을 소망하고, '내가 너네 집에 간다면 집안일을 도맡아 해줄텐데."라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한다. 전쟁을 거치며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야하는 시대에서 참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엄마는 그래서 자식이 엘리트가 될 것을 희망하며 두 손으로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이 편안하게 잘 살게 될수록 엄마를 놓고 온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 온 이 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저자는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의 뿌리인 부모의 계층을 정확히 다시 바라보고 지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일상학자 초반에 살림님께서 머무셨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계층을 양산해내는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살림님의 연구는 내가 할 수 있다 여겼던 일이 오히려 누군가를 배제한 것은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을 지나, 미래가 불투명해도 나는 나아가겠다!(진화하겠다.)는 다짐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결국 자기를 이해하고 찾아가는 여정은 비슷한 길을 통과한다 걸 다시금 느낀다.
아직 백설공주 해석으로부터 받은 충격의 언저리에서 얼얼해하고 있다. 그래도 이런 딸의 글을 읽으니 위안이 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 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저자가 외동딸인 것도 내 상황과 똑같아서 더 깊게 공감되었다. 나의 뿌리를 더듬어 살피는 '딸'이 되면서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여정으로 천천히 나아가봐야겠다.

* [일상학자]는 각자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의 '학자'가 되어서 공부를 계획하고 과정을 함께 나누며 최종발표회로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생활인들의 공부 프로젝트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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