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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x 여성]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한 4주차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옛이야기와 여성

[옛이야기 x 여성]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한 4주차

고래의노래 2022. 1. 13. 23:26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손없는 소녀입니다.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현재 2기가 진행중이며, 2022년 5월경 3기를 모집합니다.

[비로소 진정한 왕비가 되다]

소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집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손이 다시 생겨났다. 이제 소녀는 다른 이에 의해 욕구가 잘리거나 오히려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움켜쥘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녀와 아이는 왕을 만나야 한다. 이것은 소녀가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소녀의 아이 이름은 '아픔의 왕국'이며 그 이름은 자유의 집에 닿기 전까지의 소녀의 여정을 나타낸다. 이야기 속에서 구체적인 서사로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소녀가 지은 아이이름을 통해 소녀가 아이로부터 자신의 아픔을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욕구가 타인과 얽혀있는 상태를 아직 다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소녀가 어린 아이로서 또 여성으로서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아들에게 게걸스럽게 받아내려 하기 전에, 소녀와 아이는 왕을 만나야한다. 소녀가 남편을 만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아이도 현실의 아버지를 만나 진정한 남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어떻게하면 진정으로 여성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눈이 번쩍 떠지는 문구였다. 인간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신의 은총뿐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

"누구나 자기 힘으로 은총을 위해, 은총을 통해 자유로워져야 하고,
그러려면 그만큼 무게를 잃어야한다."


왕도 왕비와 아이를 찾아 떠난다. 궁으로 돌아와 서로간의 끔찍한 오해를 확인한 왕은 왕비와 아이를 찾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7년간 헤매인다. 힘의 상징인 왕이 땅에서 얻은 것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한 채 방황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나 자유로이 살 수 있는' 집에 당도한다. 이렇게 각자의 여정을 거쳐 자유의 집에서 마주한 이들은 궁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혼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산다. 소녀는 이제 진정한 왕비가 되었다. 다른 이에게 의지할 필요없는, 선물처럼 주어지는 자신의 본질과 만나 모두가 자유로운 존재가 된 것이다.

"사람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일은...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구가 내내 마음을 울린다. 부모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이길 바라면서 우리는 무너지는 마음을 겨우 붙잡고는 한다. 이리저리 애쓰고 울부짖다가 닿게 되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무력감이다. 저자는 동화가 인간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구원의 손길은 결코 구원을 불러오지 못하며 오히려 숙명적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은 서로를 사랑한다. 무력감에도 놓지 않는 손, 인간이 위대한 점은 바로 그 손일 것이다.

살아있다는 존재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이미 받고 있는 은총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영원히 그 희열감 속에서 살 수는 없다. 자유의 집에서 떠나 다시 현실의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 내면에 깃든 신의 은총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서로의 취약함 속에 경이로움을 발견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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