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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x 여성]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한 1주차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옛이야기와 여성

[옛이야기 x 여성]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한 1주차

고래의노래 2021. 12. 26. 16:48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손없는 소녀입니다. 손없는 소녀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현재 2기가 진행중이며, 2022년 5월경 3기를 모집합니다.

[아버지는 왜 딸의 손을 자르는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착한 아이]

'손없는 소녀'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남았던 부분
- 어머니는 남편이 거래한 상대가 악마라는 걸 알아채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 악마가 물러갔지만 재산은 유지되며 아버지는 딸을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한다.
- 이 약속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길을 떠난다.
- 왕의 어머니는 소녀를 불쌍히 여기며 죽음을 면하게 해준다.
- 소녀와 아이를 받아준 작은 집은 '누구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이다.
- 왕과 왕비 둘 다 7년의 시간을 견딘다.
- 소녀의 손이 자라나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 때문이다.
- 왕은 작은 집에 이르러 얼굴에 천을 덮고 잠든다.

저자는 태양과 달에 관한 신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달은 하늘의 딸이었고, 달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천상의 아버지가 암흑의 힘에 자신을 바치치 않기 위해 딸이 받아야할 고통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그믐의 시간에 태양과 만나 합일의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는데 그게 다시금 시작되는 달의 주기, 초승달이다. 달은 자신이 사라지는 고통을 통해 다시금 재생을 이루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파멸이지만 진실은 불멸의 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이 신화는 인간의 삶에서 고통을 통과하며 얻는 궁극적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의미를 '손없는 소녀' 이야기와 연결짓는다.

극심하게 가난한 방앗간 주인은 의도치 않게 악마에게 딸을 넘겨주고 현실의 풍요를 얻게 된다. 딸은 '내적인 삶이 품은 희망에 의지하는 사람'으로 상징되는데 그래서 이 거래는 영혼의 힘을 외적 부귀영화로 바꾼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마음아픈 것은 그 거래가 부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찢어지게 가난한 어려움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원래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악마와 동맹을 맺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적 비극이 이 이야기의 주제이다."


아버지가 딸을 이윤을 낳는 존재로 여기는 근본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무의식적인 태도를 촉발시킨 가난이라는 안타까움을 누가 단죄할 수 있을까. 저자도 그러한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그들에게 원한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생계에 도움이 안되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가난의 굴레에 머무르게 되는 인간의 한계가 악마의 저주를 부른다.
소녀는 아버지를 인간적 존재로 머무르게 하기 위해 두 손을 희생한다. 소녀가 자신의 욕구를 움켜쥐면 돈이 드는 해로운 아이라는 아버지의 비난을 받게될 것이다. 아버지의 그러한 악마적 변신을 막기위해 착한 아이로 머물러야 한다.

"손없는 소녀 이야기는...곤경에 처한 아버지 때문에 아이가 겪어야 하는 구강적 제한을 말하고 있다...
자기 의지없는 완전한 순종이 아버지의 학한 아이로 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지 않으려면' 자신의 욕구보다 주변의 요구에 충실해야 하고 보다 바깥의 기준에 의해 생산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아이가 취약한 상태로 움츠릴 때 엄마는 그 악마적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부성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조건에 의한 정의, 목표를 향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무한경쟁이 현대인들을 이러한 악마와의 거래 속에 던져넣는다. 모성적 긍정은 내면 안에서 활동할 기력을 잃었다.
존재만으로도 환영받는 경험을 충만하게 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려면 부모로서 어찌해야할까? 그러한 삶의 패턴이 이미 세포속에 하나하나 깃든 상태라면, 어떻게 그 구원의 지점에 가닿을 수 있을까? 악마적 거래를 촉발시킨 가난이라는 환경에서 '인간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질문들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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