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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여신모임 2기 : 4> 감춰지고 가려졌던 성적 에너지에 대하여 본문

내 안의 여신찾기/여신모임 2기 2018 봄

<여신모임 2기 : 4> 감춰지고 가려졌던 성적 에너지에 대하여

고래의노래 2018. 12. 12. 15:11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10점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한문화


 

 어제 모임에서 우리는 여성으로의 외적인 신체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그리고 여성의 몸으로 다른 사람들과 맺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은밀하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여겨지는 주제이기에 이야기를 하기에 편안하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편안하지 않은 것은 주제 자체라기보다 그 주제 아래 펼쳐졌던 우리 삶의 이야기들이였지요. 



성적 경험 속에서 소외된 우리


 성적인 몸으로 타인과 마주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슬프고 서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성적인 대상'이 되기도 했고 내면의 소리가 아닌 외부의 상황때문에 선택이 강요되기도 했으며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위태로워질까봐 거절하지 못하고, 권위를 넘어서지 못해서 순종하기도 했지요. 내 직관이나 감정이 지지받는 경험보다는 존재가 부정당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틀이 분명한 권위적 관계 안에서 우리는 자기확신이 아니라 자기검열의 습을 쌓아왔습니다. 내면의 목소리가 전하는 의심을 '나의 오해'로 판단내리고 칭찬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죠. 


 저자는 외음부, 질, 자궁경부의 성기기관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폭행, 통제당하고 있다 느낄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권위로부터 자신의 의지가 억압되는 상태를 '강간원형'의 영향 아래 놓인 것이라고 이야기하죠. 성적인 경험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관계'를 어떻게 여기고 관계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가 그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은 많은 경우 '외부의 힘'에 억압된 상태인 경우가 많았지요.


 아래는 영국의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의 <나의 침대>라는 작품입니다. 벗어놓은 스타킹, 콘돔, 피임약, 속옷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이 리얼한 침대는 정말 그녀의 침대입니다. 전시 하루 전날까지도 자신이 사용했던 침대라네요. 그녀는 어렸을 때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성적 학대와 성폭행을 당했고 이 때문에 가출한 뒤로는 계속 방황하며 술에 빠져들고 낙태와 유산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과거를 치유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이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예술작품으로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My bed - 나의 침대' 트레이시 에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치유


모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때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진심어린 위로와 칭찬이 우리를 치유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기다리며 치유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길 수는 없겠지요. 결국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배려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은 우리의 직관을 믿고 감정을 유의미하게 응시하며 스스로의 몸을 존중하게 될 때 가능하겠지요.


 트레이시 에민은 자신의 과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치유를 합니다. 우리는 그 불편한 이야기들을 '함께 이야기'했지요. 우리는 성적 경험에 대한 그리고 우리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그 경험들을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며 애도하였습니다.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를 충분히 슬퍼하기


 위에서도 말했듯이 성적인 몸과 그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은밀하긴 해도 한껏 황홀하거나 충만하거나 활력가득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성적 에너지는 그 자체로 창조적 에너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충분히 슬퍼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는 있지요.


 우리가 과거의 슬픈 우리 모습을 이야기했을 때 그 당시의 우리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믿어요. 그리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잘 견뎌주어 고맙다'고 한 우리의 이야기가 그들을 분명 보듬어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아픈 이야기들을 모임 안에서 나누어주신 모임벗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도 속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완전하고 충실한 '진정한 처녀'로 되돌아가는 그 여정에 함께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저의 첫째 봄방학이어서 (;;;) 한 주 쉬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주 목요일 17일에 <생식력>, <임신과 출산>(~p352)까지 읽고 만납니다. 해당 내용의 생각거리는 다음주에 보내드릴께요. 이번주의 생각거리였지만 해오지 못하셨던 분들은 '내 몸에게 존중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편지쓰기'를 꼭 해보시길 바래요.  다음 시간에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


각 종 '날'들 잘 보내시고 ^^ 2주 뒤에 만나요. 

 

* <내 안의 여신찾기> 는 서울 세곡동 <냇물아 흘러흘러>(https://band.us/@natmoola)라는 공간에서  12주동안 진행되는 내면여행 모임입니다. 2권의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 안의 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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