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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옛이야기x여성] 재투성이(신데렐라)와 함께 하는 1주차 본문
* [달빛오두막] 모임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읽기'를 함께 읽으며 옛이야기 속 여성과 여성들의 이야기, 이 둘을 연결해봅니다. 처음 만날 주인공은 재투성이(신데렐라)입니다. 재투성이와 함께 하며 모임벗들과 나누었던 후기들을 올립니다.
[들어가는 글] 부분을 읽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는 재투성이가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인지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이 이야기로부터 우리가 가져야와할 질문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재투성이를 아래처럼 소개한다.
-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아이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 자신의 위대함을 끝내 믿는 인간의 신비에 관한 동화.
- (목표지향적 행위와 계산적 처신이 아니라) 참된 자아가 다른 사람 눈에 띄어 확인돠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이야기.
그러면서 재투성이의 주제는 '스스로 관철'이 아니라 '선택'이며, 재 속에 묻혀있던 것이 드러나는 경험은 '종교적 영역'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만들 것은 없다. '오랜 기다림', '자존심', ' 참을성 있는 희망'이 주요한 주제인 것이다.
저자는 재투성이가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 사람은 특정한 유년기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재투성이로 느끼게 되는가?
-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 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 성숙하려면 어찌 해야하는가?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여 얻는 '능동성'이 미덕인 이 세상에서
주어진 내면의 가치를 믿고 알아봐주길 기다리는 '수동성'의 가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시작부터 내 어린시절이 스물스물 소환되려한다. 끄으응~
그림형제본과 이제까지 내가 알던 '신데렐라'와 다른 점들을 정리해본다. 이 차이점들이 재투성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 친엄마는 '경건하고 착하게 살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 의붓언니들은 얼굴이 희고 예뻤다.
- 재투성이는 아버지에게 선물로 머리에 처음 닿는 나뭇가지를 가져다달라고 한다.
- 나무를 어머니 무덤 앞에 심는다
- 나무가 드레스를 내어준다.
- 재투성이는 비둘기장으로, 배나무 위로 도망친다.
- 아버지는 도망친 아가씨가 재투성이라는 걸 눈치챈다.
- 신발은 황금신발이며 왕자는 계단에 역청을 발라 신발을 얻는다.
[불안의 그늘에서 자라는 아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기원]
재투성이의 어머니는 서서히 죽어간다. 사그라지는 어머니 옆에서 아이는 어떻게든 어머니를 머물게하고자 한다. 재투성이는 '손이 가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을 그 방법으로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부재하는 권위'로 존재하는데, 꺼져가는 어머니의 생명력을 붙잡기에 아이는 너무 힘에 부쳐서 아버지의 도움을 바라지만 그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원망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권위를 붙잡고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어머니를 아버지를 위해, 딸은 어머니를 위해 희생하며
상호 희생의 종속 관계에 붂인 채 그 누구도 자기 삶을 살 수 없다."
세상에...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를, 누구에게 책임을 씌워야할지 막막한 이 상황을 이보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인생에서 딱 한 번 이 어두운 고리를 끊고자 엄마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 어렵게 아빠 이야기를 꺼냈었다. 9~10살 정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아빠가 이모부같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간 엄마와 나는 아빠의 폭력성에 대해서 그 누구도 드러내놓고 언급하지 않았었다. 이 때가 처음이었다. 엄마가 공감해주었다면 가족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를 두둔했다. 나의 편이라고 믿었던 엄마는 사실 아빠와 한 편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입을 닫고, 마음도 닫았다. 그 이후로..엄마로 대표되는 '여자 어른 정체성'이 내 안에 편안히 자리잡을 수 없게 된 게 아닐까.
"어머니는 결코 위안받을 수없는 불안과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속에서,
딸을 자신에게 굳건히 결속시키고 이러한 풀기 어려운 결속 속에 딸을 홀로 남겨두는 것이다."
재투성이는 현실을 넘어서는 욕망을 간직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긍정하지 못하고 어두운 현실에 안주한다. 어둠 속에서만 자신이 참아내는 것을 통해서만 그는 긍정받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갈망하면서도 다가서기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놀랐다. 나는 언제나 '과한 열정을 지녔지만 그걸 나에게 가져오는 걸 거부하는' 아이였고 스스로도 그 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어서 괴로웠다. 잔뜩 꼬였던 매듭이 풀리기 시작한다. 설레기도 하지만...더 큰 마음은 두렵다는 것이다. 난 이제 '어두운 현실에서 참을성있는 아이로 칭찬받는' 상태를 졸업해야 한다.
[살아있음의 죄의식]
재투성이는 어머니에게서 받는 압박감으로부터 해방되길 소망하지만 자연스러운 이 소망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이 어머니의 죽음에 죄가 있다는 자기고발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으로부터 경험하는 이러한 자기분열적 감정을 영화 '몬스터 콜'은 잘 보여주고 있다.
심리적 갈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서 보호와 지지를 받지 못한 재투성이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어머니에게 고착되어 아버지에 대항하는 위안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버지에 대한 허구적 인상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태도를 믿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그 두 선택지 모두 한 쪽과 결속하면 반대쪽에 대한 불안과 공격성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도덕때문에 가장 무거운 느낌과 감정에 관해 대화하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가진 모순된 감정때문에 이 연대가 애초에 성립될 수 없었고 이에, 재투성이가 더 분열된 심리를 갖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결속이 이루어지더라도 그건 다른 쪽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기반하고 있기에 여전히 심리적 긴장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다시 상상해보게된다. 그 때 "우리 아빠가 이모부같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엄마가 다른 대답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빠에 대한 딸의 감정을 인정해서 '위안의 공동체' 속에서 아빠를 반대쪽에 두게 된다면,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응어리진 상태는 여전히 건강하지 못하니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한 나눔'으로 시작된 그 연대는 결국 무언가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더 답답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모두에게서는 그 당시의 '최선'이었다는 점이다. 심약한 어머니가 부재하는 아버지를 붙잡고, 눈 앞의 딸에게 집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둘러 재혼하고 새어머니의 학대를 방치하는 것까지도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선의의 한계치'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잔인할 때 근본적 잔혹함과 악의보다
보통은 무능과 몰이해 때문에 서로 상처입히고 아픔을 준다..
선의를 품고 있더라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언어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모두가 솔직하지 못한 것...'몬스터 콜'에서 몬스터는 주인공을 끝까지 몰아세워서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도덕적으로 가져서는 안되는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때로는 '말해봤자 바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보여서'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솔직하기 위해서는 자기검열을 거두는 것 뿐 아니라, 믿음을 주는 주변상황도 필요하다.
난 아직도 엄마에게 아빠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건 어린 내가 마음을 다해 쥐어짠 용기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재투성이와 만나며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솔직한 용기를 찬란하게 품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부모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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